“부모에게 필요한 건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다. 또 부모와 아이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사추기 부모가 사춘기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알아야 한다.”


사진_오뚱이네 홈스쿨링 이야기ㅣ이신영 지음ㅣ민들레 펴냄.jpg 가정을 학교로 삼고 부모가 교사 노릇을 대신하는 것만이 홈스쿨링일까?


여기 아이들에게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저당 잡히는 삶을 살게 할 수 없어 학교 밖 배움을 선택했던 오뚱이네 가족이 있다. 오뚱이네는 가족 스스로 배움의 공동체가 돼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성장해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오뚱이네 홈스쿨링>은 오돌과 뚱몰이라는 두 아이의 학교 밖 배움과 성장 이야기이자,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한 이야기다. 엄마이자 친구이자 멘토로 아이들과 함께했던 지은이 이신영은 8년 동안의 홈스쿨링 이야기를 들려준다.

 

홈스쿨링을 시작하고 처음 이삼 일 동안 아이들은 해방감에 들떠 콧노래를 부릅니다. 하지만 이내 무력감이 찾아옵니다. 기운이 하나도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되는 거죠. 실제로 몸이 아프기도 하구요. 이유는 대개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갑자기 자신들에게 주어진 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 독’을 빼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책에선 날마다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고자했던 오뚱이네의 가슴 찡한 일상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고 늘 행복하고 좋은 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지은이는 한없이 게을러지는 아이를 보며 조바심내기도 하고, 제 할 일은 하라며 아이를 닦달하기도 했다.


지은이는 이 과정에서 아이들에겐 학교 독을 빼는 시간, 학교 정을 떼는 시간도 필요하고, 끝까지 가봐야 돌아올 힘도 생긴다는 것도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학교는 거부했지만 내 아이의 학력과 학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욕심이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꾸 들춰보기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대안의 교육을 선택한다는 것은 곧 대안의 삶도 함께 선택한 것과 같다는 걸 깨닫게 됐다는 그의 고백은 아이의 교육을 앞에 둔 부모의 자세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


홈스쿨링을 하다가 다시 학교로, 학교에 대한 미련을 다 버리고 다시 홈스쿨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오뚱이네는 더 단단해졌다. 낯선 여행에서 가족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며 가족을 타인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도 됐다. 무수히 많은 선택 앞에서 오뚱이네가 놓지 않았던 믿음 하나가 있었다. “실패하면 어떻습니까? 돌아가면 어떻습니까? 무수한 시행착오 속에서 우리는 되고자 하는 모습에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지은이는 8년 동안 가족끼리 다투고 눈물 흘린 시간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누군가를 기다려주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가족 모두가 서로에게 스승이 되고 배움터가 됐다고 강조한다.


저는 뚱몰을 살살 꼬였습니다. 오전에는 엄마와 수학을 공부하고 저녁에는 아빠와 과학 공부를 하자구요. 그래서 시작을 했지요. 결과는요? 고시랑 아무 상관없는 부모는 열심히 하고 정작 당사자는 시큰둥했지요. 한숨 쉬고, 딴 생각하고, 졸고…. 결국 고시원은 개원 이틀 만에 임시휴업을 했습니다. 구미가 당기는 일이면 밤을 새워서라도 하는 뚱몰인데,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때가 아니라는 것은 진즉에 알았지만 제가 인정하기 싫었던 걸 겁니다. 뚱몰이 검정고시에 합격하지 못했을 경우 생기는 귀찮은 일들과 ‘뚱몰이도 합격했어요.’ 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겠지요.



가족이 선생님이자 학생이 돼 배우지만 그렇다고 집에서만 배우는 건 아니었다. 오뚱이네에겐 세상이 모두 배움터였다.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교육이 아니라 자기 삶을 바로 세우는 공부를 해나갔던 오뚱이네의 배움은 일반학교든 대안학교든 홈스쿨링을 하든 상관없이 학교시스템에 목매지 않고 배워봄직한 것들이다.


책은 ‘학교교육이 최선이다’ ‘홈스쿨링이 최선이다’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저마다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각자에게 맞는 배움의 방법을 찾아나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진짜 배움,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부모의 지혜를 엿보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