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지식을 가진 인재와 지식인이 대접받던 정보화 사회를 거치고 있는 21세기에는 ‘더 매력적인 꿈을 꾸게 하는 스토리를 주는 자’가 지배하는 ‘드림 소사이어티’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이제 경제와 문화는 물론 정치와 종교 등 사회 모든 부문을 스토리가 움직이고 있다. 지금은 물론 앞으로는 ‘스토리텔러’가 곧 ‘크리에이터’로서 미래의 인재상이, 미래의 지식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_크리에이티브 테라피ㅣ윤수정 지음ㅣ상상마당 펴냄.jpg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영화전문 카피라이터인 윤수정이 진행하는 강좌의 명칭이자 이 책의 제목인 ≪크리에이티브 테라피≫는 크리에이티브의 개념을 정의하려 하지 않고, 크리에이티브를 체화하도록 도와준다.


“고맙다, 고맙다, 참말로 고맙다”(워낭소리) “꽃같은 세상 날려버린다”(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스무 살, 섹스 말고도 궁금한 것이 많다”(고양이를 부탁해) “멈출 수 있다면, 사랑이 아니다”(물고기자리) 등 150여 편이 넘는 영화들의 카피들을 만들어온 지은이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영화 카피라이터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지은이에게 맡기면 대박난다는, 그 대박의 비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강좌를 열었지만, 정작 카피 노하우나 이론을 챙기지 않고, "크리에이티브"라는 정의내리기 힘든 영역을 건드렸다. ‘20자의 마술’인 영화 카피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크리에이티브의 진면목을 전했다. 물론 카피라이터답게 “크리에이티브는 뇌로 하는 섹스다”고 말하며, 각자 체질에 맞게 트레이닝하라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크리에이티브는 천부적 재능이거나, 한번 따면 평생 지속되는 자격증이 아니다. 바로 근육이다. 근육이 없는 사람이 없듯이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크리에이티브하다. 만일 크리에이티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 체질이 아직 단련되지 않았거나, 뇌의 체질에 맞는 트레이닝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이에 지은이는 워밍업부터 스트레칭, 트레이닝, 그리고 식이요법까지 몸에 적용되는 훈련의 개념들을 뇌에 적용한다.


한의학의 사상체질은 태양, 태음, 소양, 소음으로 사람의 체질을 나눈다. 인간이 모두 제각각 다르듯이, 뇌의 체질도 제각각 다르다. 이처럼 뇌의 체질도 표양, 표음, 발양, 발음으로 나눌 수 있다. 어디서나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표양인), 오래 지나 신뢰할 만한 사람(표음인), 항상 새로운 도전 정신으로 임하는 사람(발양인), 끈기 있는 사람(발음인). 각각의 체질에 맞게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극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크리에이티브 체질 진단표를 제시해 각자가 어느 체질에 해당하는지 체크해 보도록 하고, 그에 맞게 처방전을 제시한다. 일례로, 표양인 대표 A양. 똑똑하고 말 잘해서 어쩌다 왕따가 된 그에겐 넘치는 표현의 균형을 잡는 황금팔을 처방한다. 표음인 대표 B군. 표현불능 소심청년에rps 스스로 마법의 묘약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발양인 대표 C군. 아이디어 천재이지만, 항상 ‘난 안 될거야’라고 말하던 그를, 기가 팔딱팔딱 뛰도록 한다. 컴퓨터 로그인을 못해서 울고 아이디어 회의가 무서워서 퇴사한다던 그들의 발상의 씨가 싹을 틔우도록 도와준다.


지은이는 잘못된 호흡과 비뚤어진 자세의 체조가 건강에 보탬은커녕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듯이 잘못된 감정들이 크리에이티브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마음의 일곱 가지 체조인 호기심, 소통, 긍정, 배려, 책임감, 목표, 자유를 통해 그 감정들을 크리에이티브를 향한 방향과 호흡으로 가다듬어 보자고 제안한다.


크리에이티브는 밥이다. 매일 먹어라. 규칙적으로 먹어라.

크리에이티브는 똥이다. 싸야 한다. 고이면 병난다. 잘 먹어야 잘 싼다.

크리에이티브는 잠이다.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완이 되어야 한다.

크리에이티브는 꿀이다. 세상에서 가장 달디 단 기쁨. 모든 피로가 씻겨나가는 기쁨.

크리에이티브는 꽃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서 씨앗이 피워 올린 가장 아름다운 형상이다.

크리에이티브는 꿈이다. 현실을 비추되 현실 그대로는 아닌, 그러나 때로는 현실을 계시하고 앞서가는. 현실보다 먼저 가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는 별이다. 아득히 멀지만 우주선으로 갈 수 있고 나의 별을 보고 누군가는 길을 찾는다.

크리에이티브는 밭이다. 결코 멈춰있지 않은. 사계절의 변화에 맞게 돌도 걸러내고 잡초도 뽑아야 한다. 끊임없이 가꿔야 한다.

크리에이티브는 산이다. 나무만 보아도 숲만 보아도 되지 않는. 그러나 어느새 계곡과 절벽으로 우리를 감싸 주는 산이다.

크리에이티브는 바람이다. 영원히 바라마지 않는 소망이며 또 손에 잡을 수 없는 바람이며, 손을 대지 않고도 나무와 꽃과 밭과 산과 별과 그 모든 것을 흔드는 힘이다.



지은이는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한 마디 정의와 크리에이티브 십계명을 제시한다. 특히 지은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뇌로 하는 섹스’라고 정의하고 ‘섹스’와 ‘자위’의 차이점에 빗대어 ‘크리에이티브’와 ‘크리에이티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오해하고는 하는 상황들을 구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