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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락에서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것’ ‘문장을 길게 쓰는 것’ ‘모방하는 것’ 등은 정말 글쓰기를 저해하는 요소일까?
≪글쓰기의 항해술≫의 지은이 어슐러 K. 르 귄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러한 규칙을 따르는 것이 자유로운 글쓰기를 방해하는 요소라고 잘라 말하면서 새로운 글쓰기 방법을 제안한다.
지은이는 기존에 알려진 통념, 특히 문장은 짧고 명료하게만 써야 하며 한 단락에서 같은 단어를 두 번 이상 반복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부분을 비판한다. “짧은 문장만이 좋다는 건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들에게나 해당된다. 짧은 문장으로만 된 산문이 무척 길게 이어지면, 쿵 쿵 하는 박자 때문에 그 내용과 상관없이 단순하게 들리고 얼마 안 가 지루하게 느껴진다.”
“내 안에 나가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이 내 목적이며, 나는 그 수단이다. 내가 나 자신을, 자아를, 견해를, 정신적인 잡동사니를 치운다면, 그리고 이야기의 초점을 찾고 이야기의 움직임을 따른다면, 이야기는 스스로 말한다.”
지은이는 기자들과 학교 선생님들의 글쓰기 교육을 비판하면서 “그들은 같은 말을 두 번 말하는 것을 죄악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사람들이 억지로 대체어를 찾아 유의어 사전을 절박하게 뒤지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또 “이러한 규칙은 서사적 산문의 가장 귀중한 도구 한 가지를 버리는 셈”이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기존의 작법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나는 작법서 몇 권에서 이런 진술을 발견했다. 소설의 첫 단락은 한 문장이어야만 한다. 소설에서 어떤 단락도 네 문장을 넘어가면 안 된다. 기타 등등. 쓰레기 같으니! 문장과 단락을 짧게 쓰라는 ‘규칙’은 언론의 기계적인 부산물이며 ‘액션’물 작법에서 통용되는 매우 인공적인 방식이다. 그런 규칙을 따라 쓴다면 당신 글은 2류 헤밍웨이처럼 보일 것이다.”
지은이는 SF와 환상문학의 거장이지만, 내용 중 장르 문학에 관한 부분은 거의 없다. 즉 장르든 비장르든 글쓰기의 기본은 똑같다는 의미다. 다만 장르 소설 중 특히 SF와 환상문학에서 생길 만한 문제점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지은이는 말한다. “SF와 환상 문학은 말해주지 않으면 독자가 알 길이 없는 정보를 허다하게 전달해야 할 때가 많다. 정보를 허술한 장치로 겨우 은폐하면서 강의하듯이 퍼부으면, 그리고 정보를 이런식 으로 계속 전달한다면 작품은 SF 작가들 말마따나 '해설 덩어리'가 생긴다. 어떤 장르에서든 솜씨 있는 작가들은 해설 덩어리를 만들지 않는다. 정보를 부수고 곱게 갈아서 벽돌을 만들어 그걸로 스토리를 쌓아나간다.”
<글쓰기의 항해술> 창작 강의 5단계
1 도입부, 르 귄은 이 책에서 기본적으로 글쓰기에 관한 실질적인 테크닉을 설명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세한 설명이나 개인적인 생각을 곁들여, 마치 눈앞에서 강의하듯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떤 형용사와 부사들은 문어에서 남용하면 무의미해진다. ‘굉장한’은 의도한 무게를 거의 가져오지 못한다. ‘갑자기’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저 전환 장치이고, 잡음에 불과하다. “그는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가 보였다.”. ‘어쩐지’는 얼버무리는 단어다. 작가가 스토리를 생각해 내기가 귀찮았다는 뜻일 뿐이다. “어쩐지 그녀는 그냥 알았다.” “어쩐지 그들은 소행성으로 가게 되었다.” 나는 SF와 환상문학 작법을 가르칠 때 그 단어들을 못 쓰게 금지했다. 그 어떤 일도 ‘어쩐지’ 일어날 수는 없다.
2 예시, 설명된 글쓰기 작법에 대해 훌륭한 본보기로 저명한 저자들의 작품을 일부 발췌해서 싣고 르 귄이 이에 대해 해설을 달고 있다. 그 작품들은 마크 트웨인 「캘러버러스 군의 악명 높은 점핑 개구리」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 제인 오스틴, 『맨스필드 파크』, 리엇 비처 스토,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버지니아 울프 「시간이 흐르다」와 「창」과 『제이콤의 방』, 찰스 디킨스 『황폐한 집』,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 토마스 하디 『귀향』, 샬럿 브런테 『제인 에어』 등이다.
-자. 이 글에서 가장 감탄스럽고도 중요한 점은, 플로이드 씨의 삶을 매우 빠르게 훑는 이 한 단락짜리 전기가 사실상 전혀 플로이드 씨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단락의 목적은 오로지 이 작품 제목의 테마이기도 한 제이콥을, 제이콥의 세상을, 그리고 작품을 시작하고 끝맺는 제이콥의 어머니를 독자가 이해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 대목은 경쾌해 보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이리저리 헤매는 것 같고, 엉뚱한 대목처럼 보인다. 『제이콥의 방』의 수많은 부분이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그 어떤 부분도 그렇지 않다. 울프는 설명을 생략하고, 맥락 자체가 스스로 구성하게끔 둔다. 메우기와 건너뛰기 양쪽 측면 모두에서 경탄스러운 예시다. -본문 중 버지니아 울프의 『제이콥의 방』에 대한 소개
3. 연습문제, 모든 설명이 끝난 후 르 귄은 직접 써보길 권한다. 무턱대고 써보는 게 아니라 오랜 워크숍을 통해 도출해 낸 몇 가지 연습문제를 통해 조금 더 재미있게 습작을 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인물이 두 명 이상 나오고, 특정한 사건이나 활동이 나오는 장면을 원고지 4~10매의 서사문으로 써라. 1인칭 주인공으로든 제한적 3인칭으로든 그 사건에 연관된 인물의 시점으로 써라. 그 인물이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말하게 하라. 시점인물(실제든 허구든)은 당신이 싫어하거나, 반대하거나, 미워하거나, 당신과 극단적으로 다르다고 느껴지는 사람이어야 한다.
4. 첨언, 제시한 연습문제를 갖고 할 습작에 관하여 주의사항이나 쓰고 나서 생각해야 할 사항, 다른 이와 합평할 때의 주의사항 등을 통해 습작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런 심리적 전이를 한 번도 연습해본 적이 없는 작가라면 성별을 바꾸는 것만도 어렵고 두려울 수도 있다. 당신과 반대 성별 인물의 시점으로 쓰기가 꺼려진다면, 지금 해보라. 젊은 작가들은 대부분 나이 든 사람의 시점으로 써본 적이 없다. (‘나이 든 사람’이란 40세 이상을 의미할 수도 있다.) 당신이 이런 경우라면, 지금 해보라. 작가들 대부분이, 심지어 나이가 많은 작가들도, 가족 관계를 쓸 때면 항상 부모가 아니라 아이의 입장으로 쓴다. 당신이 이런 경우라면, 아이가 아니라 부모 세대로 써보라. 당신이 항상 특정한 유형의 사람만 쓴다면 이번에는 완전히 반대 유형의 인물을 써보라.
5. 더 읽을거리, 글쓰기는 반드시 다양하고 많은 독서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각 장의 습작을 위해 좀 더 참고가 되는 책들을 상세히 소개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계속 이어지고 이어지고 이어지는 문장의 보고(寶庫)로 유명하다. 문학적으로 덜 딱딱한 작품이라면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해양 모험소설 연작 『마스터 앤드 커맨더』시리즈를 꼽을 수 있는데, 문장들이 너무나도 명료하고 생생하고 유려한 나머지 그렇게까지 길게 이어지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몇 소설 작품에서 단락을 짓거나 문장을 끊지 않고 쉼 없이 이어지는 실험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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