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지 못한 사랑을 오래 기억하는 이유가 일반적으로 매듭짓지 못한 일을 더 잘 기억하는 ‘자이가르닉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알게 되면 힘든 기억을 조금은 더 빨리 놓을 수 있을 것이고, 수줍음이 온화한 성품의 표현이 아니라 너무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거기 못 미치는 자신을 수치스러워하는 감정임을 안다면 지나친 수줍음에서 벗어날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사진_행복한 심리학ㅣ김경미 지음ㅣ교양인 펴냄.jpg ≪행복한 심리학≫은 시인 김경미가 ‘수줍음’ ‘시기심’ ‘열등감’ ‘불안’ ‘콤플렉스’ ‘질투심’ ‘냉소’ ‘후회’ ‘우울’ 등 심리적 소재를 이야기로 풀어 쓴 심리 에세이다.


지은이는 국내에 출간된 심리 서적 가운데서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가려 뽑아, 가족과 부부, 친구 관계, 연애, 사랑의 경험, 직장 생활 등 쉽기만은 않은 우리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문제들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성숙하게 다룰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가 많죠. 열에 아홉이 자신의 성격을 똑같이 표현하니 말이죠.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대하는 방식은 또 얼마나 다른지요. 그러니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이성에 대해서도 거의 ‘모름과 다름’ 속에서 살아가는 거나 마찬가지겠죠. 그러니 “왜 내 마음을 그렇게 못 헤아려주냐, 왜 날 그렇게 모르느냐, 당신네 식구들은 우리집 식구들과 어쩌면 그렇게 다를 수가 있느냐.”하는 부부 간의 말다툼도 결국 부질없는 말과 체력과 시간 낭비가 아닐지. 그냥 힘들어도 서로 인정하고 참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 같고 내 친구 같고 나의 남편이나 아내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 이야기들이 지은이가 실제로 삶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체험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헬스클럽이나 도서관, 커피숍, 친구 모임 등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들이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에 의해 감춰진 마음의 이면을 보여주는 특별한 이야기로 탈바꿈한다.


일례로 가벼운 모임 자리에서 “착한 분 같다”는 칭찬의 말을 듣고 오히려 벌컥 화를 낸 사람에겐 나쁜 사람이라는 자책이 숨어 있었고, 헬스클럽이나 운동장에서 땀을 흘린 뒤에 이성에게 호감을 느낄 확률이 높아지는 까닭은 운동 때문에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저 사람 때문에 내 마음이 설레나 보다’ 하고 착각하기 때문이었다. 일상의 삶에서 자기 마음의 이면을 알아차리고 들여다보는 노력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의 첫 걸음이라고 지은이는 이야기한다.


“냉소란 젊고 어릴 때는 철학적으로 보이고 멋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성숙해야 할 나이까지 계속되면 다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 자의 괜한 분노”가 될 뿐이랍니다. 무엇보다 냉소 뒤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과 그러니 모든 것의 가치를 다 비웃는 파괴력이 깃들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도 냉소주의자를 일러 “모든 것의 가치를 알면서도 그 어떤 것의 진정한 가치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겠죠. 아닌 게 아니라 앞서 말씀드린 친구도 냉소적으로 살다보니 매사에 답이 없더라고, 그래서 방향을 틀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살아가는 데에는 누가 뭐래도 차가운 냉소가 아닌, 따뜻한 기운이 정말 필요하리라는, 서른 살 전후로는 반드시 세상과 사람들을 향한 마음과 시선과 가치관을 따뜻한 쪽으로 돌려야 하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정적인 감정이든 긍정적인 감정이든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책은 이 외에도 다양한 심리적 소재를 통해 일상생활로 인해 지친 우리에게 격려와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