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적잖은 수가 왜 그토록 일본이라고 하면 분노의 대상으로, 배타적이 되는 걸까?


사진_김치 애국주의ㅣ최석영 지음ㅣ인물과사상사.jpg ≪김치 애국주의≫는 우리나라 일부 언론이 만들어내는 ‘반일 감정’과 배타적 애국주의를 보여주는 언론 보도 사례들을 모아 분석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 상당수는 스포츠 경기가 끝난 뒤 ‘일본 반응’이 궁금해 한다. 일본 열도에 지진이 나면 피해를 걱정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심지어 묘한 ‘통쾌함’을 느낀다. 또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인터뷰를 들으며 뿌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지은이 최석영은 이런 ‘반일 감정’과 ‘배타적 애국주의’에 대해 우리 언론의 책임을 묻고 있다.


만약 ‘동해’라는 명칭을 정착시키려면 중국과도 ‘일전(一戰)’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대륙의 동쪽 바다, 세계가 ‘동중국해’라고 부르는 바다를 ‘동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이 각기 ‘다른 바다’를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한국 사회가 ‘반일 교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지만 정작 반일 감정을 형성하는 것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한국의 교육’보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한국의 언론’이기 때문이다. 지난 1923년 관동대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일본 언론이 내보낸 오보와 1931년 만보산사건에 대해 우리 언론이 내보낸 오보 때문에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보게 됐는지 돌아보면, 오늘날에도 유사한 잘못을 반복하는 역할을 언론이 자처하고 나서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우리의 대표 음식 김치. 김치는 곧 한국이 됐고, 한국에 대해 비판하거나 단점을 말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금기’가 됐다. 지은이는 바로 이런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언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때론 오류를 범하는 대중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할 언론이 그 역할을 외면하고 대중이 좋아할 만한 보도만을 선별하거나 돈이 되는 일에 앞장서기를 자처하는 것. 지은이는 그 대표적인 모습이 바로 언론의 ‘반일 보도’이며 이러한 대중의 성향을 아는 북한, 정부, 정치인, 기업들은 ‘반일 감정’을 적절히 이용해 자신의 단점을 감추고 대중이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는 고아 수출로 해외에 팔아넘기다시피 한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그리워해 주길 바란다. 미식축구 선수 하인즈 워드에게 같은 것을 기대했듯이. 그리고 외국인들이 김치와 깍두기에 반해,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 반해, 한국인으로 귀화하는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한국인들이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가롯 유다를 보듯 경멸의 눈초리를 보낸다.



오역과 오류를 비롯해 피해자 만들기, 침묵하기, 분노 만들기 등 우리 언론이 주로 사용하는 반일 보도 방식을 각각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분석한다. 지은이는 반일과 배타적 애국주의에 집착하는 언론 보도로 말미암은 피해자는 바로 ‘독자’라고 말한다. 이제 독자 스스로 이러한 언론의 생리를 이해하고 보도 내용을 의심해보면서 진실을 가려내려 노력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책은 반일과 함께 배타적 애국주의가 얽혀 있는 오늘의 한국, 그 속에서 언론이 쏟아내는 금기와 분노의 저널리즘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