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너미는 ‘친구(friend)’와 ‘적(enemy)’이라는 뜻의 두 단어를 결합한 신조어로, 인간관계는 물론 기업 간 경쟁과 협업을 논할 때에도 쓰인다. 기업 간 관계를 적 아니면 친구라는 흑백 논리로 재단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어제까지 경쟁적 관계를 구축해 오던 기업들이 갑자기 두 손을 맞잡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IBM과 경쟁사인 동시에 협력사이고, 구글은 삼성과 LG, SKT, 소니 등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과 프레너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사진_구글웨이ㅣ리처드 L. 브랜트 지음ㅣ안진환 유근미 옮김ㅣ북섬 펴냄.jpg 이처럼 새롭게 달라진 환경에서 구글은 좋은 ‘롤 모델(Rloe Model)’이 되고 있다.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출발한 구글은 지난 10년간 전 세계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메일과 광고, 언론, 출판, 컴퓨터 OS, 이동통신, 우주산업 등 전 방위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 아이폰에 자사의 OS만 사용하도록 해 폐쇄형 비즈니스 모델을 취하고 있는 애플과 달리 다른 회사도 얼마든지 안드로이 OS를 사용하도록 하는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 SKT, 소니 등 국내외 기업들은 인터넷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세상을 지배하는 구글과 손잡고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을 만들고 있다.

<구글 웨이>는 구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조망하면서 콘텐츠가 세상을 지배하는 대변혁의 시대에 생존하는 법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롭게 달라진 세계 경제 환경에서의 생존전략을 이야기하고 있다.


래리와 세르게이는 훌륭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강력한 동기를 원동력 삼아 조금씩 비즈니스의 새로운 규칙들을 파악해갔다. 그리하여 인터넷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한 것이다. 그들은 여러 가지 수익 창출 방법을 시도해보다가 지금껏 시도된 모든 광고를 통틀어 가장 수익성 높은 형태의 광고를 발견했다. 대규모 광고주들은 경기 침체 때문에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구글은 저렴한 광고를 찾는 소규모 광고주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검색과 온라인 광고 부문에 실질적인 경쟁자가 없었으므로 래리와 세르게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지배했듯 광고를 독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신기술에 밀려 IBM의 선례를 따르고 있었던 반면, 구글은 좋든 나쁘든 새로운 마이크로소프트로 부상했다.



지난 1998년 차고에서 소박하게 첫 발을 내디디며 출발한 구글은 세계 검색시장의 65퍼센트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의 초대형 인터넷 검색 회사로 변신했다. 미국 비즈니스 역사상 최단기간에 급성장한 전도유망한 기업이 됐으며, 통신과 유통, 부동산, 미디어, 동영상, 사진, 지도 등 광범위한 분야로 급속히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비즈니스 전문 칼럼니스트인 지은이 리처드 L. 브랜트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필수적인 생존법칙과 성공전략을 알려준다.


구글은 기존의 통념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구글의 첫 번째 경영 원칙은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다. 세상 모든 정보는 공유돼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소비자 중심의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구글은 기업 경영의 통제권을 소비자들에게 넘기고 있다. 이는 이미 기득권자가 돼버린 구글 입장에서는 실천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기업이나 기관, 정부는 통제권을 소비자에게 양보했을 때 더 성장한다.


구글은 사용자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편리하고 유용하게 검색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단순한 포털이 아니라 사용자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해결하는 네트워크이자 플랫폼으로 변신시켰고, 그 과정에서 받아들인 대중의 아이디어가 구글에 녹아들면서 초고속으로 성장하게 됐다. 이처럼 성공을 원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만들 필요가 있다.


소비자 중심의 사고를 하는 구글의 특성은 검색 엔진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오늘날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검색하면 원래 찾으려는 정보 대신 수많은 배너 광고와 스폰서 링크들이 눈에 띄어 불편을 겪는다. 반면 구글의 검색어 광고 ‘애드워즈’는 소비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에 가장 근접한 문자광고를 출력시키되, 검색 결과를 보는 데 지장이 없도록 화면 우측에 별도의 박스로 싸서 한두 줄만 광고를 내보낸다. 광고하는 웹사이트의 품질까지 자동으로 평가해 평판이 나쁜 사이트는 상위에 노출시키지 않는다. 이처럼 소비자 중심의 광고 기법은 구글뿐만 아니라 광고 업체들에게도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광고주들도 가장 필요로 하는 소비자에게 광고가 노출되므로 높은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광고 수익이 전체 수익의 97%를 차지하는 구글은 검색 엔진, 미디어, 스마트폰 OS 등 모든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무료 공개하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과는 다른 방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된 소득원인 오피스 프로그램들은 구글 독스를 통해 공짜로 제공되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자사의 운영체제만을 쓰도록 하는 애플과 달리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상으로 공급한다. 이러한 방식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구글은 이동통신사업과 자동차, 우주, 미디어 등의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는데, 구글의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은 인터넷과 오프라인을 경계가 허물어진 디지털 노마드 시대에 좋은 롤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전 세계인들은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구글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싶어 한다. 구글 검색어 순위에 오르면 춤추듯 기뻐해 ‘구글 댄스’라는 새로운 말이 등장하게 됐다. 구글은 어떻게 전 세계 대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나는 다른 닷컴 회사에 있다가 구글로 옮겨왔다. 이전 닷컴 회사도 재밌었지만 구글에서 느끼는 흥분은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 사람들은 진정으로 자신들이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이전에 다니는 닷컴 회사의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것인가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 구글의 경우에는 돈 이야기 자체를 경멸하다시피 하는 분위기였다. 모두들 소비도 많이 하고 금세 부를 축적하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것은 구글의 공인된 목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기술에 주력했다. 요트를 살 거라며 자신이 선택한 요트 모델의 사진을 들고 뛰어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지만, 무언가 획기적인 일을 해내면 회의 시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 들어오는 사람은 많았다.”



구글의 근무환경을 가리키는 말로 ‘70, 20 법칙’이 있다. 구글의 두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창업 당시부터 직업들에게 업무시간의 70%만 회사 일을 하고 20%는 새로운 발상을 하는 시간으로 쓰게 했다. 아울러 직원들의 복지를 생각해 회사 내에 마사지실과 보육시설 등을 설치했다. 이처럼 ‘자유롭게 일하며 철저하게 평가받는’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구글러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고, 구글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성장 중이다. 구글의 광고 수익은 미국의 5대 방송사의 광고 수입을 합한 것과 맞먹을 정도다.

구글은 다양한 무료 서비스로 수많은 구글 팬들을 만들었고, 사용자가 텍스트 광고를 클릭할 때만 광고료를 부과해서 광고주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었으며, 광고 수익과 신규 고객을 발생시켜줌으로써 웹사이트와 소규모 사업자들을 우군으로 만들었다. 일례로 구글은 광고 구입의 20퍼센트만 자기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는 파트너들에게 돌려주며, 매일 4000만 달러의 광고료 수입을 블로거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처럼 이미 거대 기업이 된 구글은 우위적인 위치에서 이익을 독점하려 하지 않고, 사용자와 경쟁업체들을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구글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기에는 너무 비대해지고 있으며, 그래서 점점 더 나쁜 늑대로 비쳐지는 듯하다. 래리와 세르게이는 사용자들의 이익에 진정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지 않는 제스처를 취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논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때문에 홍보전에서 패할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구글은 작은 실수라도 저지를 경우 경쟁사들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 그것은 절대 악해지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맹세하는 사람들의 비애인 셈이다.



하지만 잘나가는 사람이나 기업에게는 구설수가 끊이지 않기 마련이다.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이자 거대 기업이 된 구글 역시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구글이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끌어 모아서 프라이버스 침해를 우려하는 비판 기사가 나오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공정거리위원회가 구글 애드센스의 표준약관이 불공정하다며 시정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구글이 세계 모든 정보를 독점해 ‘빅브라더’가 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구글이 어떤 기업이 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이 기존의 규칙을 깨고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하면서도 다가올 수십 년 동안 계속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자의든 타의든 모두가 이들과 경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