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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부활>경제 2010. 11. 5. 13:16고대 실크로드 전성기 이후에 세계의 변방에 자리 잡고 있던 아랍권은 9·11 테러 이후 서구와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 긴장상태를 형성하면서 중국과의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경제적 부흥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또한 아랍과의 밀착을 통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아랍은 그들의 조상들이 이슬람 회랑이라고 하는 실크로드를 따라 무역을 했던 것처럼 그들에게 익숙한 경로를 따라 오일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사실 이전엔 오일 달러를 유럽이나 미국에 투자했지만 이제는 투자 대상이 실크로드권이 된 것이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두바이를 비롯해 오만, 카타르의 아랍 투자자들은 투자의 90% 이상을 레바논, 시리아, 아랍에미리트 등 이웃 국가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제는 실크로드의 종착지 중국에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아랍권 나라의 관계는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의 아랍권 외교관 86%가 아랍어를 못 하는 실정이다. 이는 얼마 전 발생한 리비아 외교문제의 원인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중동 진출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실크로드의 부활>은 이들 나라와의 외교활동을 위해선 현지 문화의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무역로를 ‘이슬람 회랑’이라고 부른다. 이 길은 아프리카를 따라 중동을 거쳐 아시아까지 뻗어 있다. 그리고 세계의 이슬람 인구 대부분을 포함한다. 이슬람 회랑이 거대한 종교적 동맹체는 아니다. 단지 초기 무슬림 무역상들이 여행했던 무역로를 따라가는 것뿐이다. 마치 버크셔 해서웨이에게 미국이 익숙한 영토인 것처럼, 아랍 투자자들에게는 이슬람 회랑이 익숙하고 편한 것이다. 이슬람 회랑은 그들 역사의 일부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서구 학생들이 마르코 폴로에 대해 배우듯이, 대부분의 아랍 학생들은 마르코 폴로와 견줄 수 있는 이븐 바투타에 대해 배운다. 이븐 바투타는 14세기에 모로코에서 시작해 중동 전역을 여행하고 중국까지 간 여행가다. 그는 이 길을 따라서 이슬람 회랑에 위치한 대부분의 국가를 방문했다. 그가 방문했던 국가들은 오늘날 똑같이 아랍 투자가들의 투자대상이다.
지은이 벤 심펜도르퍼는 부활하는 실크로드의 주인공이 중국과 아랍권을 오고가는 개인 무역상들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들이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서구 중심이었던 세계경제의 질서를 재편하는 데 큰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랍 세계가 중국의 경제 모델을 벤치마킹해서 노동 인구를 증가시키려고 하는데 젊은 여성 인력에 의존했던 중국 모델을 따르려고 하고 있다. 아랍권이 석유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금융시장 개방을 통해 성장 동력을 갖추고 있는 시점에서 유연하고 풍부한 노동력까지 더해진다면 아랍권은 지금의 중국 못지않은 거대한 세계경제 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아직 아랍 세계의 변화가 눈에 보일 정도는 아니다. 이는 실크로드의 활력소가 정부나 기업이 아닌 개인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행동은 마치 개별적인 한 가닥의 실과 같다. 중국의 해안도시 이우(義烏)에서 혼자 무역업에 종사하는 아랍 상인에 관한 이야기는 쉽게 간과된다. 그러나 이 한 가닥의 실은 다른 수천 개의 실과 함께 짜여 거대한 무역 회랑(실크로드)을 이룬다. 실크로드는 카이로, 다마스쿠스, 리야드 같은 아랍 도시뿐만 아니라 중국의 정치적 수도인 베이징(北京)과 중국 전역에 흩어진 상업 소도시에서 무역의 작은 실낱들을 찾고 있다. 이 책의 각 장은 실크로드 경제 부흥에 대한 서로 다른 전망을 보여 준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얼핏 보기에는 서로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세계의 한 부분으로, 서구가 지배하던 세기가 끝난 후에 동양이 부상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거대한 세계 균형의 단면이다.
새로운 실크로드는 특히 문화적 요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능숙한 아랍어로 인터뷰하는 중국 관료의 모습이 알자지라 방송에 나오고, 중국에서는 이슬람교 예배당인 모스크를 짓고 있다. 아랍의 석유가 필요한 중국은 수십 년 전부터 아랍어에 능통한 관료를 양성하는 데 노력했다. 또 알자지라 방송이 세계 미디어의 관심을 받게 되자 중국 내에 이 방송사의 지국을 설치해 주고 홍보에 활용함으로써 다양한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하려고 한다.
책은 중국과 아랍지역의 활발한 교류를 경제적·문화적 차원에서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우리나라의 대 아랍권 진출과 관련한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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