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시스템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여파는 그리스 파산 등 유럽의 경제위기로 번졌으며, 언제 어디서 또 대규모 위기가 찾아올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런 대규모 금융위기는 과연 이번만으로 그칠까?


사진_포스트 크라이시스의 세계ㅣ다나카 아카히코 지듬ㅣ이원덕 옮김ㅣ일조각 펴냄.jpg <포스트 크라이시스의 세계>는 금융위기와 세계시스템의 위기를 겪은 우리가 만나게 될 미래의 모습을 내다보고 있다.


냉전 후의 위기 상황은 리만 쇼크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났으나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확실히 1930년대와 같은 대파국을 향한 움직임은 발생하고 있지 않으나, 2009년 후반 그리스의 파산에서 발단해 유럽으로 번진 위기가 보여주는 것과 같이 세계경제는 여전히 불안정성을 안고 있으며 이 경제위기는 그리스에서 남유럽까지 사회 위기를 발생시킬 우려도 있다. 또한, 유럽의 금융위기가 세계경제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경시해서는 안 된다. 1930년대의 대파국은 1929년으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일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지은이 다나카 아키히코는 1930년대 대공황이 어떻게 전 세계를 파탄으로 몰고 갔는지를 상기시키며 현재의 세계시스템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 냉전 이후 현재의 세계가 키워온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향후 세계가 대파국을 맞지 않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려 할 때 필요한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나의 관측으로는 지금의 세계가 1930년대와 같은 대파국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위기를 넘어 출현하는 ‘위기 이후의 세계’는 중국이나 인도의 경제 규모가 지극히 거대해지는 21세기형 다극의 세계로 정의할 수 있다.



지은이는 중국이 경제 대국이 될수록 패권주의를 지향할 것이고 1930년대의 일본 육군처럼 중국 인민해방군의 독자적인 행동은 이미 도를 넘어서 위험 수준까지 다다랐다고 지적하면서, 그 한 예로 센카쿠열도에서 지난 10년간 벌어진 의문의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현재 중국으로선 당장 실효성 있는 강경한 조치들을 벌이기 어렵지만, 만약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를 망가뜨리고 중국 중산층이 몰락하는 상황이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진단하다. 때문에 중국을 평화지향적인 번영 국가로 연착륙시키는 것을 일본 대외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나 인도, 나아가 미국이나 유럽의 거대한 경제 규모와 비교하면 앞으로 일본이나 한국이 규모 면에서 이러한 거대한 존재와 경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나 한국에도 기회는 있다. (…) 국제정치에서는 경제 규모에만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파워가 존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일본도 한국도 21세기 세계에서 의미 있는 공헌을 할 가능성이 있다.



지은이는 또 중국의 성장과 미·일 안보 동맹의 강화는 한반도에 어떠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에 대해 전망한다. 책을 통해 간접적이지만 국제정세의 변화와 흐름을 놓칠 수 있는 우리에게 중국의 패권주의를 비롯해 러시아의 독재 가능성, 동아시아의 안보 리스크, 유럽과 미국의 경제 불안 등 과연 세계는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하고 어떤 길을 걷게 될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