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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일이는 사람을 참 좋아했어야. 이 말 하니까 생각난다. 배웠다는 사람들이 나한테 와서 열사님은 어떻고 저떻고 하는데 그게 말이냐? 어느 부모에게 자식이 열사겠냐. 그냥 아들이야. 태일이는 열사도 투사도 아닌 사람을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이야.”
노동조합에서는 매년 11월 전태일 주기에 맞춰 ‘열사정신 계승’을 외치며 노동자대회를 연다. 만일 지금 전태일이 살아 돌아온다면 지금과 같이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광장에서 마이크를 잡을까?
전태일은 ‘꿈’을 포기할 수 없어 가장 격렬한 방식으로, 주도적으로 ‘삶’을 포기했다. 그렇지만 요즘 전태일들은 꿈을 포기당한 채, 삶은 포기할 수 없어 살아간다. <너는 나다>는 우리시대 ‘전태일들’에 관한 이야기다.
응원이 필요한 이 시대의 전태일들. 만일 그들이 자신의 고된 일터인 편의점에서, 커피숍에서, 대형 할인마트에서, 40년 만에 살아 돌아온 전태일 오빠, 전태일 형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책은 실제 이름이 ‘전태일’인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일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은 지금, 여기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세대의 ‘전태일’들이다. <소수의견>,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를 쓴 소설가 손아람은 평택의 대학생, 인천의 유통업자, 부산의 극장 안내원, 전주의 고시생, 거제의 선박 배선공을 만나 이들의 생생한 삶의 모양을 담고 있다.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이창현, 유희는 글과 그림을 통해 전태일들을 이야기한다. 만화 속 주인공은 게임 회사에서 일하면서 ‘열사 전태일’을 이기적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조금이라도 좋은 일터 환경을 만들고자 작은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회사 신입사원으로 나오는 ‘이름 없는’ 외계인은 만화의 재미를 한층 높이면서 이주 노동자 등 우리 시대 소외된 사람들을 상징하고 있다.
전태일과 같은 또래의 우리 시대 청년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에서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조성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반지하 자취방에서 살아가는 4명의 요즘 청년들의 삶과 당사자 운동을 전태일의 일기처럼 담아낸다.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등을 쓴 임승수는 임금은 적지만 자신이 꿈꾸는 일을 하고 있는 청년들과 자신들의 욕망에 대해 대담을 나눈다.
책엔 청소년들이 궁금해 할 만한 노동에 관한 50가지 질문과 답도 실려 있다. 노동이 도대체 무엇이고, 노동이 언제 왜 생겨났는지, 공부도 노동인지, 우리나라에 비정규직이 왜 이리 많은지 등의 상식적이지만 중요한 질문들이다.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이 이해하기 쉽도록 친절한 답을 해주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노동 교양서가 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40년 전 지극히 평범했던 청년 전태일. 그가 꿈꿨던 삶도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열사 전태일’을 기억하는 동시에 그 기억을 재해석하고, 현재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0주기’를 맞아 지난 3월 <레디앙>과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등 출판사가 함께 모여 ‘우리 시대의 전태일들’인 학생, 청년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4개의 출판사가 공동 투자, 기획을 통해 책을 펴내는 공동 출판은 대한민국 최초의 시도로, 영리를 추구하는 출판사들이 공익적 목적으로 연대해 독자들과 함께 교감하려는 첫 시도인 셈이다. 이 책의 판매 이익금 일부는 (재)전태일재단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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