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과 잦은 사업장 이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임시, 계약, 파견, 용역,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태반인 우리의 현실이다. 신자유주의는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라는 양날의 칼로 일하는 사람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


사진_기로에 선 일본ㅣ와타나베 오사무 외 지음ㅣ이유철 옮김ㅣ메이데이 펴냄.jpg 경제 성장, 경제 위기를 우리보다 빨리 겪은 일본. ‘고용난민 시대’ 파견근로, 프리터, 워킹푸어, 넷까페 난민, 식객, 홈리스 ‘자기책임론’의 득세까지 일본 사회는 불안정한 노동과 빈곤으로 점철돼 있다.


고도 경제 성장이 멈춘 후 일본은 극단적인 사회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 정권의 일본은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 ‘경제 파탄’은 ‘사회적 파국’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높은 실업률, 워킹푸어와 생활보호수급자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기로에 선 일본>은 자민당 정권에서 고이즈미 구조개혁이 신자유주의로 일관되고 그 결과 빈곤과 사회양극화가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 일본에서 민주당 정권의 성립이 신자유주의의 만연한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답하고 있다. 그런데 답은 부정적이다. 민주당이 내건 ‘지역주권 국가’가 고이즈미 구조개혁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 대안으로 와타아베 오사무 등 지은이들은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복지국가형 지방자치’를 제시한다. 이들은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복지국가를 만들어내자며 이를 위해 더 넓게 연대하자고 제안한다.


하토야마 정권 아래서 일본은 첫째, 신자유주의의 ‘경제 파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둘째, ‘경제 파탄’에 의한 ‘사회적 파국’은 점점 심화되어 가고 있다. 이는 실업률 증가, 워킹푸어층 증가, 생활보호수급자 증대와 같은 빈곤의 심화를 나타내는 수치가 증가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셋째로 ‘경제 파탄’이 ‘재정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하토야마 정권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제는 지금까지 신자유주의에 의해 나타난 경제적·사회적 귀결, 즉 ‘사회적 파탄’과 ‘경제 파탄’의 해결, 그리고 ‘재정 위기’를 타개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정합하여 통일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하토야마 민주당 정권은 끼워맞추기식 정책을 제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책은 우선 지난 2009년 총선거의 결과로 탄생한 민주당 정권이 구조개혁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구조개혁에 반대하는 운동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명확히 한다. 이와 함께 미국과 재계의 군사대국과 구조개혁 정치에 대한 기대 사이에서 요동칠 수밖에 없는 민주당의 현실을 분석한다.


이어 국제 수준에서 신자유주의 전환의 시작을 알린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하게 된 메커니즘과 일본에서 신자유주의 결과가 과잉생산 공황으로 유발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밝힌다. 민주당 정권이 신자유주의 노선과 신복지국가 노선 사이에서 요동치고 있는 현실을 검토하고 신자유주의 노선을 대체할 복지국가형 내수주도 경제와 세제의 윤곽을 살펴본다.


고이즈미 구조개혁이 시·정·촌 병합과 ‘삼위일체’로 지역을 어떻게 파괴시켰는지를 밝히고 있는 이 책은 대항하는 지역운동이 어떻게 새로운 지역 만들기의 싹을 틔우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지방의 파탄을 배경으로 하여 등장한 민주당 정권의 ‘지역주권 국가’ 구상이 구조개혁 노선과 다르지 않음을 밝히고, 구조개혁을 대체하는 복지국가형 지방자치 구상의 윤곽을 제시한다.


자치체 스스로가 격차와 빈곤을 없애기 위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구조개혁의 모순이 심화되면서 후기고령자의료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운동 및 청년을 중심으로 한 ‘반빈곤’ 운동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워킹푸어 문제에 대해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년유니온’이 결성되어 파견노동자 및 파트타이머 노동자도 조직하여 단체교섭을 통해 수많은 성과를 만들어 냈다. 또한 생활보호제도, 실업자보험제도, 최저임금제도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반빈곤네트워크’도 변호사나 법률가 집단과 연대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나아가 주목되는 것은 자치체 노동자 및 건설노동조합이 중심이 된 ‘공계약 조례’ 제정 운동이다.



책은 이와 함께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이 일본에서 얼마나 심각한 빈곤과 양극화를 양산해 냈는지를 기존 개발주의 국가 구조의 귀결을 분석하며 살펴본다. 나아가 신자유주의를 대체하는 생활보장 시스템의 재구축 필요성, 새로운 복지국가의 고용, 노동시장, 반드시 필요한 기반 사회 서비스의 무료화, 중층적 소득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보장 원칙의 윤곽에 대해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