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각박해지고 삭막해지는 도시에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세상을 향한 관심을 잃고 무덤덤해지기 일쑤다. 철학적 물음을 던지고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삶과 직접 닿아 있는 철학이 더욱 절실해진다. 일상이 다 철학의 소재가 되며, 철학하기의 결과는 삶에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철학하는 일상>은 좋은 삶을 실현하고자 애쓰는 어느 도시인이 남긴 1년의 발자취다. 사람은 누구나 철학적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일상을 그 질문과 더불어 꾸려나갈 수 있으며, 철학과 더불어 좋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지은이 이경신은 말한다.


넓고 화려한 집, 값비싼 집이 아니라 낡고 누추하고 좁은 집이라도 아니, 단칸방이더라도, 우리는 편안하고 행복하고 꿈꿀 수 있다. 행복한 공간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니까.


지은이에게 철학이란 평범한 생활 속 풍경에서 의미를 찾아 내 주변을 올바르고 능동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러한 철학을 통해 모두 자신의 삶에서 좋은 것을 향해 노력할 때, 좋은 세상도 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철학하는 일상, 이경신, 이매진


지은이는 ‘좋은 삶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더불어 살기’를 권한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며, 조금씩 아껴 쓰고, 타인과 다른 생명체를 먼저 생각하는 것 말이다. 또 ‘느리게 살기’를 말한다. 나날이 빨라지는 도시의 리듬에서 벗어나 느긋하고 여유롭게 살기로 마음먹으면, 그동안 속도에 밀려 보이지 않던 거리의 표정, 미세한 변화 등을 통해 철학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아직도 그 답을 자신 있게 펼쳐놓지는 못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일상 속에서 좋은 삶을 구현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구체적 삶의 여정에서 늘 고민하고, 고민을 통해 얻은 좋은 생각을 직접 실천하면서 더 나은 삶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씩 걸어가는 것이 좋은 일상을 꾸리는 것이고 그것이 좋은 삶을 만들어가는 밑바탕이라는 사실을 믿는다. 그리고 그 과정이야말로 바로 ‘철학하는 것’, 즉 ‘지혜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은 일상의 철학을 크게 외부 세계를 향한 것과 자기 내면의 세계를 향한 것으로 나누고 있다. 채식하기, 가까운 곳 제철 음식 먹기, 자가용 몰지 않기, 벼룩시장 이용하기, 물 아껴 쓰기, 과소비하지 않기 등이 전자에 속한다면, 후자는 삶과 죽음, 우정, 기억과 추억 등에 관한 것들이다. 이때의 철학을 지은이는 ‘지혜’라고 부른다.


침마다 매미 소리에 잠을 깨는 요즘에는 하루 시작이 상쾌하다. 오늘처럼 무더운 날, 열어둔 창으로 날아드는 그 소리는 서늘한 바람 같다. 게다가 자동차 소음까지 한 겹 덮어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도처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물결처럼 밀려오면 ‘아, 진짜 여름이구나!’ 하는 감흥에 빠져든다. 정말이지, 매미 없는 여름은 상상하기 힘들다. 귀뚜라미 없는 가을을 생각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책은 일상의 평범한 일들에서 소재를 끌어오는 동시에 단풍나무, 산수유, 도토리, 딱따구리 등 자연을 관찰해 쓴 글들이나 봄꽃, 매미, 진피차, 뜨개질, 눈송이 등 계절도 철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말 그대로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