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아프리카는 열강의 식민지배로 고통의 시대를 보내야만 했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절망과 부패로 얼룩진 아프리카가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_아프리카의 눈물ㅣ마쓰모토 진이치 지음ㅣ김숙이 옮김ㅣ평단 펴냄.jpg 아사히신문사에 근무하면서 30년 가까이 아프리카를 취재를 담당해온 마쓰모토 진이치는 <아프리카의 눈물>에서 그간의 취재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의 실상과 진실을 온전히 전하고 있다. 그는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앙골라, 케냐, 우간다, 세네갈, 나이지리아, 수단, 시에라리온 같은 아프리카의 나라의 실상을 전한다.


수단은 이렇게 미개발국이라서 호텔도 전기도 수도도 없고, 언제 전투에 휘말릴지 모르는 국가다. 그래서 국제연합이나 NGO 관계자 말고는 외국인이 없다. 그런 곳인데도 중국은 수천 명의 노동자를 들여보내 석유를 채굴하고 있다. 수단은 2005년 현재 하루 5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수단 중앙은행의 2005년 통계에 따르면 그 중 86퍼센트가 중국으로 보내진다고 한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지만, 그 혜택은 많은 사람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더욱이 사람들이 굶주림과 병으로 죽고, 부족 간의 증오는 심해지고 있다. 특히 짐바브웨는 정치 부패가 심하고, 16만 퍼센트가 넘는 인플레이션을 겪은 바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치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살인사건은 하루 평균 50건 정도가 된다. 말 그대로 아프리카는 저주 받은 ‘검은 대륙’이다.


아프리카 정부는 석유 산업으로 돈을 벌지만, 그 혜택은 일부 지도층에게 돌아가고 대부분 아프리카 사람에게는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 지도층들은 이권 싸움에 빠져 있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 국가 지도자가 맛있는 국물을 마시고 있는 동안 아프리카의 부는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다른 나라 사람들한테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이제 아프리카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는 없다. 그들은 도저히 살아갈 희망이 없어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람들의 꿈을 빼앗은 것은 다름 아닌 국가다.


“코트디브아르의 미래는 희망이 없습니다. 부자만이 정치가가 될 수 있고, 권력을 가진 자만 부자가 됩니다. 가난한 사람은 영원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부족 차별이 사라지지 않아요. 오로지 연줄이 좌지우지하는 상황도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노력한 자가 보답 받는 사회가 아닌 겁니다.” 국립아비장대학을 나와 파리대학 법학부에서 공부한 조제프 아크레아비의 말이다. 그는 졸업 후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파리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연줄이 없으면 취직을 할 수가 없다며, 고등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고국에는 자신의 일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은이는 아프리카에서 희망의 싹을 발견했다고 이야기한다. 아사히신문사 40년 베테랑 기자답게 그는 발로 취재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프리카의 현실’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그는 붕괴되는 나라와 그곳에서 살아가고자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전하면서 우리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196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정부 탄생을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대륙은 아프리카인 수중으로 들어갔다. 식민지에서 벗어나 국가의 독립이 달성된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국가’는 독립했지만, 대부분 그 정부가 ‘국민’을 대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정부 대부분이 국민의 부를 빼앗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 국민은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며 살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 가운데서 새로운 움직임이 생겨났다. 바로 자신들의 생활을 자신의 노력으로 바꿔나가려는 움직임이다. 짐바브웨의 농업 NGO인 ORAP, 국제사회에서 아직 공인되지 않은 소말릴란드의 신정부, 시에라리온 내전 때 병사였던 사람들이 시작한 바이크택시, 세네갈의 어민들이 경영하는 아프리카 최서단의 생굴 판매점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노력으로 ‘아프리카시대’에서 반세기가 지난 현재 ‘국가의 독립’에서 ‘국민의 자립’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금 아프리카에서는 새로운 활력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곳 한가운데 황폐해진 작은 언덕이 있다. 밤에는 아주 캄캄해서 마약 거래의 거점이 되거나 강도가 빈발했다. 만드라 몬토뢰는 젊은이들을 다독여서 그 언덕에 나무를 심고 ‘희망의 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가 빈 집을 빌려 차린 사무소에 젊은이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젊은이 사이에서 연극과 음악 그룹이 자발적으로 생겨났고 축구팀도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차츰차츰 청소년들의 비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아프리카 아이들은 끔찍할 정도로 참혹하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죽음의 문턱을 넘을 정도로 처참하다. 하지만 학교에 가는 것이 마냥 신난 아이들이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즐거워하는 아이들도 있다. 책에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이 담겨 있다. 과거의 굶주리고 힘든 모습에서 내일의 희망을 볼 수 있는 활기찬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희망을 품은 아이들은 아프리카의 미래다.


지금까지 아프리카의 상처는 누구도 보듬어주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상원조라는 방식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이 아니라 아프리카 지도층의 배만 불린 그릇된 원조만 했을 뿐이다. 지금 아프리카는 새로운 방식으로 희망을 안고 나아가고 있다. 그 상처 위에 새살이 돋아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상처가 사라지고 새롭게 돋아나는 살은 아프리카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조금씩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독립을 이끈 파트리스 루뭄바는 “콩고의 미래는 아름답다”고 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름다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파트리스 루뭄바의 말은 아직도 유효할지도 모르겠다. 아프리카에 희망이 있는 한 “아프리카의 미래는 아름답다”고 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