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아이들은 크나큰 변화를 거친다. 그 아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갈등과 방황, 혼란을 겪는 아이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면 좋을까? 아이들이 겪는 상황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꿈을 키우도록 돕고 안내하는 교육은 어떤 것일까?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는 변화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을 고민하는 고정원 선생님이 쓴 아이들과의 소통의 기록이다. 28명의 아이들과 독서 교육 상담을 기록한 이 책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삶을 온전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그 아이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어른들이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와 관련해 독서 지도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교육 현실, 대처 방법 등 교육 현장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교육은 마라톤처럼 됐다. 잠깐 한눈을 팔아 뒤처지면 영원히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제일 먼저 결승선에 도착한 일등만을 기억한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결승선마저 없어진다. 뒤떨어진 아이들은 무관심 속에 남겨진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는 ‘문제아’ ‘사회부적응자’ 같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집단 따돌림(왕따), 폭력, 방황, 가출, 성적 문제 등 아픔이 전혀 없는 아이들은 없다. 아이들은 자신의 아픔을 알리고 이겨 내기 위해, 이른바 삐뚤어진 행동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선생님으로서, 어른으로서 그 아이들을 교화하려고만 든다. 하지만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는 교육은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이러한 아이들을 20년 가까이 만나 온 고정원 선생님은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한다.

 

고정원 선생님은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었다. 항상 휴대전화를 켜 놓고,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펼쳐 놓았다. 함께 집에 가서 밥도 해 먹고 농담도 하며 여행도 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굳게 닫혀 있을 것만 같던 마음의 문을 열고 선생님에게 다가가고,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갔다. 든든한 친구 같은 고정원 선생님과 책을 통해서 말이다.

 

아이들은 아우성을 친다. 부모의 이혼, 부모의 폭력, 교사의 폭력, 성폭력, 장애, 탈북 아이라는 편견….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며 괴로워한다. 가출하고 불량 서클에 가입하고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술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꿈을 꾸고 싶고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 치며 아이들은 ‘날 좀 봐요!’, ‘내 얘기 좀 들어줘요!’ 하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학교와 사회가 이 아이들에게 주었던 것은 낙인이었다. ‘문제아.’ 성공하려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라는 공허한 외침만 외쳤을 뿐이다. 당연히 그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따뜻하게 안아 줄 때, 아이들은 놀랍게 변하고, 결국 더 큰 사랑으로 화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톨이로 남겨진 아이들이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친구’ 선생님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꾼다.

 

이 책에 나온 모든 아이들이 이른바 ‘착한’ 학생이 된 것은 아니다. 치유할 수 없을 만큼 상처가 너무 깊어, 다시 엇나가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보다 보면 적어도 ‘넌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어’라며 포기할 아이는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 아이들의 행동의 변화 속에서 교육 희망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정원 선생님은 정식 교사가 아니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고정원 선생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남다르다.

 

쉬는 시간마다 달려가는 교육복지실에서 항상 만날 수 있는 선생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면 언제나 전화할 수 있는 선생님,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선생님, 내 얘기를 정성껏 들어 주는 선생님, 내 마음에 딱 맞는 책을 골라 주는 선생님, 몇 시간이고 나와 함께 숙제도 하고 독후 활동도 함께 해 주는 선생님. 반말하고 욕하고 담배 피우고 술을 먹고 싸워도, 쉽게 내치지 않는 선생님. ‘문제아’라고 불리는 아이들에게 체벌이나 명령보다는 독서, 대화 그리고 함께하는 경험으로 다가서는 선생님. 그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은 새로운 꿈을 키워 간다.

 

책은 무엇보다 자신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