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입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고, 귀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야기는 기술이 아니라 감동과 흥겨움으로 하는 것이며, 말재주 있는 몇 사람 것이 아니라 땀 흘리며 일하는 보통 사람들 것이다. 또 잘난 아이건 못난 아이건, 공부 잘하는 아이건 못하는 아이건,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을 키워 갈 권리가 있다.”

 

 <옛이야기 들려주기>는 요즘 아이들한테 왜 멀고먼 옛날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지, 어떤 옛이야기가 제대로 된 옛이야기인지, 어떻게 찾고 또 어떻게 들려줘야 좋은지, 옛이야기 교육의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담고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 ‘구닥다리’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아듣기나 하면 다행이고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일단 들려주기를 시작하면 아이들은 어느새 재미있어 하며 집중하게 된다. 이에 대해 지은이 서정오는 모든 옛이야기가 지닌 가장 중요한 특성인 빼앗기고 억눌린 약자들이 반드시 승리한다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린이들이야말로 언제나 사회 약자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이들은 옛이야기에 나오는 약한 인물에게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고 응원하게 되며, 결국 약한 자들이 이기는 것을 보면서 큰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어려서부터 경쟁을 생활화하며, 남을 짓밟고 나아가기를 강요하는 세상에서 아이들 정서는 급격히 메말라 가고 있다. 착하고 바보 같고 어딘가 모자란 인물이 ‘잘 살았다더라’ 하며 행복해지는 우리 옛이야기가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옛이야기를 좋아하고,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란 아이가 나쁜 짓을 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강조한다. 날마다 경쟁하느라 스트레스 받고 지친 아이들에게 “남보다 잘나지 않아도 돼, 더불어 착하게 살면 당연히 행복해져”라고 가만가만 보듬어 주는 것이 바로 옛이야기라고 말한다.

 

한편 지은이는 옛이야기판은 ‘열린 문화’ ‘대면 문화’를 대변한다고 말한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할 때 사람들은 각자 앉아서 앞을 바라본 채 서로를 마주 보지 않게 된다. 반대로 옛이야기를 할 때는 반드시 마주 봐야만 하고 이야기꾼과 청중이 눈을 맞추며 교감해야만 한다. 남과 어울리는 놀이에 익숙지 않은 요즘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훈련이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와 함께 지은이는 아이들에게 좋은 옛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부모들조차 그 방식은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옛이야기’ 하면 ‘전래동화집’을 떠올리고, 동화책을 사서 읽게 하거나 단조롭게 읽어 주는 단계에 머물기 쉽다. 옛이야기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들려주는’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책은 ‘잘 들려주는’는 다음과 같은 방법도 알려준다.

 

▶ 살아 있는 입말 : 시중에 나와 있는 전래동화 책들은 딱딱하고 억지스러운 ‘글말’로 쓰여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런 ‘죽어 있는’ 말들로는 아이들 흥미를 끌 수 없다. 보통 때 말하듯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게 좋다.

 

▶ 이야기꾼의 개성 : 이야기 주제나 큰 줄거리는 흔들지 않되, 세세한 사물이나 상황, 말투는 얼마든지 나름대로 바꿀 수 있다. ‘들려주기’는 이야기를 충분히 흡수하고 자기 안에 녹여내어 들려주는 것이지, 남의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 청중과의 소통 : 자기 할 말만 죽 하고 끝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가볍게 말을 주고받을 수도 있고, 아이 반응에 따라 이야기를 조금씩 조절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아이가 지루해하는 대목은 대강 이야기한 뒤 건너뛰고, 재밌어하는 대목은 시간을 들여 더 자세히 이야기한다.

 

▶ 표정과 몸짓 : 말로 나타내기 힘든 것들을 나타내고, 장면을 더 생생하게 보여 줄 수 있다. 아이들을 더 집중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표정이나 몸짓은 음식으로 치면 양념과도 같다. 적당히 하면 감칠맛을 더하지만 너무 많이 하면 이야기 본디 맛이 흐려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책에는 서른 편 가까운 옛이야기 예문들을 실어 이해가 빠르고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