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은 신비, 천국을 향한 인류의 궁금증과 희망은 끊임없이 계속돼 왔다. 인류가 수놓은 천국의 역사는 때로는 피로 얼룩진 과격한 욕망의 표현으로, 한편으론 완벽한 포용과 사랑의 표현으로 엇갈려 왔다. 이는 천국이 곧 인류의 생명과 연결되는 유일한 길이라는 본능적인 믿음에서 비롯된 결과였을 것이다.

 

<헤븐> 리사 밀러 지음, 한세정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미국의 종교 분야 저널리스트인 리사 밀러는 <헤븐: 인류의 가장 오래된 희망>에서 지난 30여 년간 세계 곳곳의 종교 현장을 취재하면서 기록한 다양한 사람들의 종교적 믿음과 증언을 바탕으로 천국의 이야기를 자세히 담아내고 있다. 


이스라엘의 종교 테러, 9.11 테러 현장부터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서구의 세 가지 유일신교인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인에게 천국에 관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기독교와 관련된 내용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천국은 죽은 뒤에 가는 곳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국을 방향 상으로 ‘위’, 즉 하늘 너머에 있는 곳으로 상상한다. 천국의 정확한 위치는 훨씬 더 많은 논쟁이 필요한 문제겠지만 말이다. 그곳은 신과 신을 믿는 이들의 집이며 완전하다. 천국은 정원처럼 생겼으나 도시 같기도 하다. 실재하는 장소지만 영원하고 무한하다. 세상이 끝나도 천국은 계속 존재하며 심지어 시간이 멈춰버린 후에도 그렇다. 그러므로 천국은 ‘장소’이지만 세속적 의미의 시간과 공간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천국이라는 말을 할 때 우리는 이 모든 것,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염두에 둔다.


이 책은 유대인이자 공인된 회의론자, 저널리스트인 지은이가 자신의 뿌리와 진리 가운데서 겪는 갈등과 부인할 수 없는 천국을 향한 희망을 담은 지적 순례기이기도 하다.

 

책은 2000년 이상 서구 사회에서의 천국을 둘러싼 여러 논쟁들인, 천국은 어떤 곳인가, 예수의 탄생, 세 유일신교에서의 천국에 대한 믿음, 부활, 구원, 천국을 본 환상가들, 천국에서의 재회, 천국에서의 삶 등 천국에 대한 담론으로 구성돼 있다.

 

“네가 나를 보지 못할 때도 나는 항상 너를 사랑한단다.” 천국은 거기 어딘가에 존재한다. 그 사랑의 기쁨은 진정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 너머에 있다.


지은이는 천국이 어떠한 곳이라고 단정 짓지 않는다. 천국이 존재하거나 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단지 종교의 가장 가까운 현장에 있는 저널리스트로서 귀담아 들은 이야기의 흥미로운 관점이나 소식을 전하고,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사람들의 종교적 믿음을 비춰봄으로써 천국에 대해 복잡하게 뒤얽힌 각자의 시각을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안내한다.

 

구원은 신앙인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문제라고 한다. 이 책은 내세에 대한 믿음을 명확히 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자신의 느낌을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로써, 다른 종교가 갖고 있는 천국에 대한 믿음을 살펴봄으로써 신앙의 본질을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