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매달 나가는 대출이자가 2배로 늘어난다. 오를 줄만 알았던 집값이 어이없이 뚝 떨어진다. 철석같이 믿고 있던 당신의 보험사가 하루아침에 파산한다.”

사진_애프터 쇼크ㅣ데이비드 위더머 지음ㅣ한수영 옮김ㅣ쌤앤파커스 펴냄.jpg 이 이야기는 비관론자들의 우울한 예측이 아니다. 곧 다가올 가까운 미래, 아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이다. <애프터 쇼크>는 지난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곧 다가올 금융재앙의 서막에 불과하며, 사상 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다름아닌 ‘애프터쇼크’로, 부동산에서 달러까지 이어지는 버블 붕괴 시나리오다.

 

사실 “금을 사라!”라는 조언은 수많은 전문가들이 암울한 시기마다 내놓는 조언이다.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어딘가에 돈을 투자하길 원한다. 그들이 원하는 투자 대상은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수요가 상승하여 가격이 오르는 것이며, 금이야말로 바로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훌륭한 투자수단이다. 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다 버블이 터지면 급격히 상승할 것이고, 그와 동시에 금값도 폭등할 것이다. 결국 금은 하나의 버블을 형성하게 될 것이고, 이는 버블퀘이크와 애프터쇼크 시기에 당신에게 크나큰 이익을 안겨줄 것이다. 그렇다면 금 버블은 영원한 것일까? 버블은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금 또한 마찬가지로 위험한 것 아닌가. 하지만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다른 자산에 비해 금의 양은 적은 편이다. 앞으로 더 많은 금을 채굴해 수요를 충당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금의 공급이 급격히 증가하는 수요를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의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공급량을 생각해보라. 금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은 2008년과는 다르게 호황인 편이다. 집값 역시 ‘바닥’을 쳤으니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는 장밋빛 예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지난해 11월3일 미 연방준비위원회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가로 6000억 달러를 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모습을 보며 ‘경기가 당장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그러나 책의 지은이 데이비드 위더머에 따르면, 돈을 풀어 경제를 회생시키려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노력 역시 2009년에 이미 예측된 붕괴의 전조일 뿐이다. 지은이는 지금껏 우리가 누리는 모든 호황의 실체가 ‘버블’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를 견인해온 성장의 실체는 바로 ‘버블’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주식 등 곳곳에 형성된 비정상적인 버블을 통해 즐기는 동안, 정상적인 경기상승처럼 보였던 버블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 책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제2의 금융재앙, 애프터쇼크를 경고한다. 이미 부동산, 주식시장, 민간신용 등이 타격을 입으면서 버블경제는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수많은 개인과 기업들이 돈을 빌려 ‘실체 없는’ 투자와 ‘대책 없는’ 소비에 탐닉하는 동안, 버블은 잿더미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지은이는 “곧 경기가 회복될 거라는 뉴스는 분위기를 띄우려는 언론과 전문가들의 술책에 불과하다”며 “경기 회복은커녕 아직 최악의 상황은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예측의 근거로 통화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 순간 달러와 정부부채 버블이 붕괴할 것이라는 사실을 꼽는다.

 

그렇지만 지은이는 희망을 버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재앙’이라는 파고에서 어떻게 해야 자신의 자산을 지키고,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현재 집값 하락으로 주택가격이 모기지 상환액에 미치지 못하는 주택, 즉 ‘깡통주택’의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 미국 전체 모기지 담보의 1/4이 깡통주택인 것으로 추정되며, 이 수치는 매일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2009년 8월 독일 은행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까지 전체 채무자 중 절반에 해당하는, 약 2,500만 달러를 상환해야 하는 이들의 주택이 깡통주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자산을 잘 관리하기란 어려운 것. 하물며 모든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은이는 ‘애프터쇼크’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이야기한다. ‘가능한 한 지금 살고 있는 주택을 당장 처분하라’, ‘최고가격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 가진 주식은 모두 팔아치워라’, ‘변동금리 모기지는 30~4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로 전환하라’, ‘다른 것보다 무조건 금에 투자하라’, ‘가치 하락을 고려해 수집품이나 그림 등 귀중품을 처분하라’. 이 모두가 집값이나 주식, 금, 금리 등 우리의 실생활과 관련된 경고들이다.

 

지은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애프터쇼크’라는 대재앙에서 살아남는 일이며, 위장된 돈잔치와 부실 자산으로 점철된 버블을 냉철하게 직시한다면, 적어도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