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언제까지 아파트에 매달려야 할까. 왜 아파트에 목숨 건 인생을 살려고 할까.

 

사진_아파트 쇼크ㅣ이원재 지음ㅣ케이디북스 펴냄.jpg 우리나라 특성상 아파트 매입에 들어간 돈이 전 재산인 사람이 상당수다. 하지만 잘못될 경우 이는 한 가정의 파산이요, 해체로 가는 수순이 될 수 있다.

 

우리 옛말에 ‘땅거지’라는 말이 있다. 소중한 재산인 땅을 광범위하게 갖고 있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일컬어 하던 말이다. 그러나 ‘땅거지’라는 말은 한동안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다. 그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부동산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환금성이 대폭 향상된 것이 그 이유다. 여기에 부동산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재산으로 간주되어 마음만 먹는다면 은행 담보 대출 등을 통해 얼마든지 현금화할 수 있었다.그 중심에 아파트가 있었다. 아파트는 모든 부동산 시장을 선도하고 주도하는 중심축이었다.


 

<아파트 쇼크>는 이제 아파트에 미련을 버리고 돌아설 때가 됐다고 전한다. 지은이 이원재는 이 책에서 줄곧 집, 아파트의 현실과 미래를 파헤친다. 그리고 내놓은 결론은 간단하다. ‘미련을 버려라, 욕심을 버려라’다. 그는 이 주제를 끌어내기까지 집과 아파트가 왜 부정적인지를 수 십 가지 사례와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하면서 읽는 이를 설득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지금의 아파트 가격 하락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잉태돼 있었으며, 특히 지난 2008년부터 실시된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지금 아파트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실수요자의 실종. 이는이미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계층은 모두 구입한 상태라는 것이다.

 

또한 실수요자들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아파트 가격은 신규 실수요자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치솟았다. 현재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그 가격도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아파트 시장이 있는 이상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결코 무너질 수 없는 철옹성으로 보였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의 중심,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가 수상해지기 시작했다. 주로 아파트 시장에서 비롯된 ‘하우스 푸어’라는 말이 조금도 낯설지 않다. 사실 미국에서 시작된 하우스 푸어가 유행어가 된 것도, 지금도 수많은 하우스 푸어를 양산하고 있는 것도 바로 아파트다. 아파트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든든한 배경에서 가격 대폭락으로 가는 재앙의 진원지 구실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 번 시작된 균열은 점차 걷잡을 수 없이,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우리에게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부정하고만 싶지만, 상상도 하기 싫은 일들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모두는 아파트가 주거 수단이 아닌, 재산 증식 수단으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비롯된 결과다. 이미 아파트를 통해서 재산 증식을 이룬 투자자, 투기꾼들은 느긋하다. 아파트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사람들과 뒤늦게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만 발을 동동 구를 뿐이다. 실수요자들은 지금의 아파트 가격도 버거워하면서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아파트 가격은 서민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가격이다. 아무리 담보대출 금액을 늘리고 대출자격 조건을 완화해도 매입에 나설 실수요자는 없다. 혹시 아파트 시장을 떠났던 자본이 돌아온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일시적으로 가격 회복은 이룰 수 있지만 실수요자가 없는 상태에서는 허허벌판에 점포를 열고 손님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꼴이다. 이 상태에서는 건설회사가 아무리 좋은 아파트를 짓고, 정부가 매매 활성화 및 분양 정책을 내놓아도 백약이 무효다.

 

 

지나치게 낙망하지도 말고 지나치게 과거의 향수에 기대어 근거 없는 낙관론에 기대는 자세도 없애야 한다. 그 것은 부동산 가격 대폭락을 막는 길이자 이미 일본, 미국, 아일랜드, 두바이 등이 경험한 부동산 가격 대폭락과 그로 인한 경제 불황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 책에서 줄기차게 아파트 성공 신화를 버릴 것을 주장할 것이다. 그것이 ‘대재앙’을 사전에 방지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하나로 집약된다. 바로 모두에게 재앙이 될 폭락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나서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