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거주지인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살고 있는 변호사이자 작가인 그레첸 루빈. 정의를 위해 일하던 과거를 자랑스러워하고, 뭐든 논리적인 걸 좋아하는 그런 그가 어느 비오는 날 오후, 치약을 사러 가던 길에 한 여자를 발견한다.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밀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폰 문자를 확인하고, 우산의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며 걸어가는 여자.

 

사진_무조건 행복할 것ㅣ그레첸 루빈 지음ㅣ전행선 옮김ㅣ21세기북스 펴냄.jpg ‘저게 바로 나야!’ 창밖의 여자는 마치 자신과 같았다.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듯 보이지만 위태롭고,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종종걸음 치는 그 여자. 당시에 루빈은 우울증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매사가 불만족스러웠고, 심지어 다른 사람을 의심하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그는 나중에 이를 행복에 대한 결핍과 갈증이었다고 회고한다.

 

문득 드는 생각이었지만 사실상 루빈에게 여유 따윈 없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며,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시부모님, 전문 작가로서의 커리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수도 없이 많았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흘러넘치는 동안, 그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마땅히 행복해야 할 만큼 행복하지 않다는 것과, 스스로 바꾸려고 시도하지 않는 한 자신의 삶은 절대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바로 그 순간, 그는 더 행복해지기 위해선 자신의 한 해를 투자해보리라 결심한다.

 

행복을 위한 첫 걸음은 ‘활력(vitality) 찾기’였다. 활기차면 행복해지기 더 쉬울 거라는 판단이었는데, 정신적 활기를 얻고자 정체 모를 물건들이 쌓여 있는 아파트와 작업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행복 프로젝트의 첫 달을 짐 꾸러미를 정리하는 일에 소비하는 것은 왠지 사람을 시시하게 만드는 것 같았지만, 루빈은 가지런히 정돈된 옷가지와 여분의 수건 같은 실생활의 질서와 평온함에 목말라 있었다.

 

우선 옷장부터 시작했다. 그녀는 끝없이 나오는 옷들을 정리하며 자신이 쓰고 있던 교묘한 책략을 알아차렸다. ‘나 이거 입을거야’라는 것은 사실 그동안 한 번도 입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이거 입은 적 있어’라는 말은 5년 동안 딱 두 번 입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입게 될지도 모르는데’라는 말은 지금껏 입은 적도 없고 앞으로도 절대 입지 않을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더 얻은 것이 있다면 230킬로그램에 달하는 재활용 쓰레기 정도. 루빈은 잡동사니를 해치우는 일에서 예상보다 훨씬 큰 만족감을 느꼈다. 그리고 점점 행복 프로젝트의 효과에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2월의 주제는 ‘결혼’이었다. 남편을 정말 사랑하지만 사소한 일로도 자주 싫은 소리를 하는 자신을 반성하는 의미로 ‘한 주간 베푸는 극도의 친절함’을 실천했다. 남편이 어떤 말을 해도 웃으며 받아주고, 사소하고 잡다한 부탁이라도 다 들어주고, 잘못을 발견했을 때도 화내지 않았다. 덕분에 루빈은 화병이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그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다. 뭔가 못마땅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냥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극도로 친절한 자신이 평소 자신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그리고 계속해서 3월에는 ‘일’, 4월에는 ‘부모 역할’, 5월에는 ‘잘 노는 법’ 등 각 달의 주제에 맞게 여러 가지 작은 목표들을 실천해갔다.

 

<무조건 행복할 것>은 루빈이 행복을 찾기 위해 사용한 도구, 방법,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된 성공과 실패, 실망과 감사 등의 감정을 담고 있다. 지은이는 여전히 누구든 원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주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 해가 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정말 더 행복해졌다. 사람마다 행복 프로젝트는 모두 다르겠지만, 행복 프로젝트를 시작하고도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신만의 행복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행복은 만인이 원하는 가치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수다스러운 아줌마의 유쾌하고 리얼한 에피소드는 행복을 획득하는 생활의 기술과 갖가지 도구들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