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0월8일 노르웨이의 노벨상위원회는 노벨평화상의 수상자로 케냐의 한 여성 환경운동가를 선정했다. 기존 노벨평화상이 분쟁 해결이나 인권 신장,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투쟁에 힘써온 정치인들에게 주어진 것을 고려해보면, 이는 뜻밖의 수상 결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 세계에 환경을 지키는 것이 곧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노벨평화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역사적인 수상이기도 했다.

 

사진_위대한 희망ㅣ왕가리 마타이 지음ㅣ최재경 옮김ㅣ김영사 펴냄.jpg 이 뜻 깊은 수상의 주인공은 바로 당시 케냐의 환경자연자원부 차관을 역임하고 있던 왕가리 무타 마타이다. 부패한 독재 정권의 무차별적인 난개발에 맞서 그린벨트운동을 창시하고 이를 통해 빈민들의 자립을 위한 새로운 시민운동의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케냐를 넘어 아프리카 전체의 평화를 앞당긴 위대한 작은 거인, 왕가리 마타이. <위대한 희망>은 억압과 핍박, 그리고 도전과 극복으로 이어지는 현대 아프리카의 역사를 그대로 닮은 그의 일생이 담긴 자서전이다.

 

사람들은 내 인생과 그린벨트 운동이 만나게 된 과정을 알고 나면 반드시 나에게 "왜 하필 나무야?"라고 묻는다.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문제에 대응하는 나의 방식 때문이다. 나는 눈앞에 닥친 수많은 무제들 중에서 우선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있는 것부터 골라 그것에 집중하는 편이다. 그런데 계속 그렇게 살다보니 내 뿌리에서 샘솟아난 생각이 다른 지식과 행동의 샘물들과 합류하여 어느덧 내가 상상했던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크게 자라나 거대한 강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식민지 케냐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동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나이로비 대학 해부학 교수를 거쳐 학장까지 역임했지만, 개인적인 성공을 뒤로 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케냐의 환경을 지켜내는 데 쏟아 부은 지은이가 펼친 환경운동은 단순한 환경보전운동이 아닌, 좀 더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도전이었다.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농촌의 여성들에게 나무를 심고 기르는 방법을 가르침으로써 케냐의 자연환경을 지켜나감과 동시에 빈곤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좌절한 여성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그의 삶은 그 자체로 위대한 희망의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 중 누구도 우리가 처한 상황 전부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는 없다.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상황이 내게 불리하게 돌아갈 때 그것에 대응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뿐이다. 나는 언제나 실패를, 나를 성장시키고 계속 전진하게 만드는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좌절은 우리가 걸어가는 긴긴 인생길에서 마주치는 하나의 고비일 뿐이며, 거기에만 머무르다가는 우리의 여정이 지연될 뿐이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성공한 사람은 모두 여러 번씩 넘어져본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스스로를 일으켜 세워 다시 전진했고, 그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환경운동가로서의 그가 아닌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여성의 권리 회복을 위해, 부패 정권의 무분별한 개발 속에서 자연을 지키기 위해, 가난으로 고통 받는 빈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독재 정권의 폭압 속에서 민주주의의 대의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평생을 바친 숭고한 영혼의 발자취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