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유홍준, 정민, 최재천, 안철수…. 이들은 대한민국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온 최고의 필자이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들이다. 상아탑에 안주하지 않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글들을 발표하는 이런 학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진_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ㅣ박종현 지음ㅣ컬처그라퍼 펴냄.jpg <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은 학문 영역에서 일정한 성과를 이루고 이를 적극적으로 대중과 나누려는 학자 60명을 취재해 이들의 삶과 학문, 집필세계를 소개한다. 2년 넘게 국내 한 일간지에 연재됐던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 시리즈를 바탕으로 내용을 보강, 60명의 학자들이 대중을 만나는 방식과 그 내용을 상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책은 캠퍼스 밖으로 나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의 대표 지성들이 직접 전하는 각 학문 분야의 핵심 사상과 학문적 담론을 생생한 육성으로 담으면서 우리 시대 지식과 교양의 정수를 전한다. ‘캠퍼스의 글쟁이들 열전’을 통해 21세기 초반 한국 지성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식인들의 초상을 엿보고 대한민국 학문의 지형도를 조망해 볼 수 있다.

 

학자들이 학문적 성과와 담론을 그들이 속한 사회에 많이 내놓을수록 그 사회의 지식수준이 높아지고, ‘앎의 평등’과 ‘지식의 민주주의'가 공고해진다. 미국과 유럽 등 학문 선진국을 살펴보면 학자들이 대중과 교감하는 글을 내놓는 것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 소르망, 노엄 촘스키, 마이클 샌델, 폴 크루그먼, 프랜시스 후쿠야마, 하워드 진 등 이들 세계적인 석학들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저서를 내놓으며 학문적 성과를 사회에 적극적으로 돌려주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을 부러워만 할 필요는 없다. 이제 우리 학계의 역량도 학문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만큼 성숙했으며, 독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캠퍼스의 글쟁이들’도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이 책에서 만난 학자들은 바로 이런 흐름을 이끌며 대중의 지적 갈증을 풀어주고 있는 대표 주자들이라 할 수 있다.


학계의 거목 60인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방대한 분량으로 각 분야 학자들의 목소리와 연구성과를 담은 책은 학문과 학자들의 성향에 따라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7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해 본문을 구성했는데, 그 분류 기준과 장의 제목을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날 선 직관력으로 한국 사회를 진단하다’에서는 김난도, 박노자, 황상민 등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설명하고 있는 학자들을 집중 소개했다.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비판적 지식인’에서는 강수돌, 고병권, 우석훈 등 개별 학문 분야에서 비주류의 시선으로 사회의 발전을 모색하며 실천하는 지식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김정운, 이원복, 정민 등 저술 활동이 왕성하거나 대중 독자의 지지가 폭발적이었던 ‘베스트셀러 글쟁이들’의 이야기는 ‘대중과의 부지런한 소통, 즐거운 교감’에서 다뤘다. ‘행복한 삶과 사회를 고민하는 우리 시대 인문학자들’에선 고 장영희, 주경철 등 역사, 철학, 종교, 신화, 문학 분야에서 향기로운 삶과 사회를 위한 지혜를 전하는 인문학자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최재천, 홍성욱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식의 통합과 융합을 주창하고 있는 일단의 이공계 학자들의 학문세계는 '과학과 인문학의 이종교배, 지식의 대통합을 꿈꾸다' 장에서 살펴보았다. '우리 옛것을 향한 올곧은 탐구'에선 안대회, 최창조 등 역사 속 선조들의 삶과 지향을 천착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그 의미를 전하는 학자들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상아탑 안과 밖에서 세상을 이롭게 하다'에선 안철수, 정관용, 정운찬 등 실용적인 학문에 힘쓰거나 오늘 우리 사회와 현실에 긴밀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학자들을 담았다.

 

“연구 없는 소통은 공허하고, 소통 없는 연구는 맹목이다.” 장대익 서울대 교수의 이 말처럼, 지식인이 대중과 적극 소통하며 학자들이 글쓰기로 사회에 봉사하는 사회가 앞선 사회임을 인식하고 이러한 문화를 일궈가는 것을 목표로 할 때 우리 사회는 한 발 전진하고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화와 흐름을 이끄는 일군의 학자들을 한 호흡으로 살펴보며 우리 학계가 안고 있는 고민과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우리 학문의 현주소를 진단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