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대학에서는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서점에선 인문학 관련 도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은 극히 드물고, 과학이 철학을 대체한다는 말까지 세간에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급속도로 발전하는 현대 과학의 깊은 곳에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사진_철학적 사고로 배우는 과학의 원리ㅣ야무챠 지음ㅣ김은진 옮김ㅣGbrain 펴냄.jpg 그런데 상대성이론, 카오스이론, 슈뢰딩거의 고양이, 양자역학 등 현대 과학의 신 이론이 인문학의 대표인 철학과 관련이 있다면? <철학적 사고로 배우는 과학의 원리>는 이처럼 현대 과학에서 새롭게 논의되는 여러 이론을 철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어떤 미래의 이야기. 드디어 인류는 영원한 꿈인 완전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도라에몽’을 개발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도구 랭킹에서 항상 상위에 있던 ‘어디로든 문’도 개발되었다. (…)

노비타 “우와아아아아!! 늦잠 잤어! 어떡해, 어떡하냐구…… 지각이다! 앗, 맞다! 도라에몽이 있었지, 도라에몽! 도구를 꺼내, 어서!”

도라에몽 “어이구, 노비타 너란 녀석은 정말… 항상 그렇지 뭐.”

노비타 “설교는 그 정도로 됐거든. 빨리 서둘러!”

삐리릭!

도라에몽 “어디로든 문!”

노비타 “고마워, 도라에몽!”

― 이런 이유로 나는 재빨리 어디로든 문을 지나 학교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내 몸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해버린 것 같은… 이상한 기운.


 

일반에게 철학이란 무척 심오하고 두려운 학문일 수 있다. 사소한 물음의 답을 찾는 과정과 그 속에 빠져드는 즐거움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도 없다고 말하는 지은이 야무챠는 이 책에서 철학이나 과학 전공서적에 나오는 심오한 이론을 풀어놓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이렇게 혹은 저렇게 생각하면 어떨까?’라며 끊임없이 새로운 물음을 던질 뿐이다.

 

‘나와 똑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실제로는 나 혼자만이 아닌 것일까?’

‘내가 보고 있는 빨강이 남에게는 파랑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나와 완전히 똑같은 뇌가 또 하나 생기면 나의 의식은 어떻게 될까?’

‘뇌를 반으로 분할하면 나의 의식은 어떻게 될까?’

 

이처럼 일상생활에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는 일인데, 잘 생각해보면 ‘어라?’ 하고 놀라게 되는 사소한 의문들이 즐비해 있다. 철학이란 이렇게 어린 아이가 궁금해 하는 것 같은 소박한 의문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끝까지 생각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일이다.

 

이 책은 난해한 철학용어는 멀리하고 일상적인 말투를 사용함으로써 철학의 재미를 쉽게 설명하고 있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익히게 되는 철학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