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는 중국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통해 ‘왜 중국의 약진이 서구에 위협적이지 못한가’를 증명해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 사회의 변화 과정을 ‘제도의 아웃소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경제에서 시작해 정치로 옮겨 온 변화의 불길을 원거리와 근거리에서 종합적으로 조망한다.

 

 

사진_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ㅣ에드워드 스타인펠드 지음ㅣ구계원 옮김ㅣ에쎄 펴냄.jpg 중국의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미국이 중국 제품의 소비 시장이자 중국 자금의 대출자로 전락해버렸다는 이야기를 적잖이 들을 수 있다. 중국의 급부상은 서구의 몰락, 특히 미국의 쇠퇴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은이 에드워드 스타인펠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중국의 경제성장은 미국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중국의 성장은 미국의 경제적 우위를 강화시켜준다면서, 이는 중국이 서구가 정한 규칙에 따라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국가의 현대화라는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서구의 경제질서에 자신을 통합함으로써 중국은 서구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게임을 하고 있다.

 

중국의 외환 평가 방식과 현재의 위안화 환율에 불만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지금 중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통화관리 체제가 분명히 표준 자본주의 방식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환율 관리가 정책적인 측면에서 최적의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흥미롭게도 수많은 중국의 학자와 관료들, 특히 중국의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의 관리들은 현재의 통화관리 체제가 완전한 외환 자유화를 위한 중간 단계가 아니며, 그렇게 보아서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고정환율제도가 최근 여러 번에 걸쳐 적합한 시장 관리 방식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은이에 따르면, 경제와 규제 체제에 대한 서구의 지배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외부 세계의 영향은 대체로 중국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나, 동시에 엄청난 와해 효과를 불러왔다. 중국은 여러 측면에서 국내경제 체제와 제도의 구조조정을 외국 기업과 외국의 법률 규제 기관에 아웃소싱했다. 그 결과 오늘날 중국 기업에게 글로벌 생산에 참여한다는 것은 외국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이러한 중국 기업이 비록 제품을 조립해 서구에 수출하기는 하지만, 해당 제품의 가장 가치 있는 부품은 서구 선진국에서 들여온다. 가치로 따졌을 때 미국이 글로벌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

 

한편 선진국 다국적기업은 중국 내에서 연구 개발 시설을 세우고 중국의 뛰어난 과학자와 공학자들을 채용함으로써 중국 인재들을 순수한 중국 내 혁신보다 글로벌 혁신 노력에 활용하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중국과 미국이 모두 이러한 상황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가해지는 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20년간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중국 정부는 정치적인 원칙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왔다. 법의 지배라는 의제를 밀어붙일 것인가 아니면 저항할 것인가? 사유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암묵적으로 용인할 것인가? 주요 국영기업과 은행을 외국의 영향력에 노출시킬 것인가 아니면 엄격한 정부의 통제 하에 그대로 둘 것인가? 시민단체를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탄압할 것인가? 기득권층에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공공연하게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전문가를 유입시킬 것인가 아니면 배제할 것인가? 이런 모든 문제에서 중국 지도부는 진보의 길을 선택했다. 중국 정부는 계속해서 주사위를 던지고 끊임없이 판돈을 올렸다.


 

중국은 미국 경제를 모델로 삼았는데,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고 사실상 사회 안전망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므로 이런 행보는 엄청난 위험을 무릅쓴 것이다. 이른바 월마트화(Walmartization)는 중국이 의도했다기보다 미국이 중국을 그렇게 변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지은이는 중국 전역을 휩쓴 지난 20년의 변화를 주목하면서, 중국의 변화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숙하고 광범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아웃소싱에서부터 에너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의 풍부한 연구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하며 일반의 통념을 무너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