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미디어업계엔 완전 디지털 방송화와 신문사의 종합편성 채널 출범이라는 거대한 파고가 밀려온다. 현재는 인터넷을 중심한 미들미디어의 활성화와 광고, 미디어 전송의 구조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신문과 방송, 그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사진_뉴스, 텔레비전의 소멸ㅣ사사키 도시나오 지음ㅣ이연 옮김ㅣ아카넷 펴냄.jpg 사사키 도시나오는 <신문, 텔레비전의 소멸>에서 그만의 통찰력으로 신문사와 방송사가 애써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을 폭로한다. 그는 “언론은 치명적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그 치명적 위기는 구조적인 것이어서 ‘신문과 텔레비전의 소멸’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그 근거로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이유를 든다.

 

우선 이제 대중은 파편화돼 소집단으로 분화하고 있다. 즉 대중매체는 힘이 약해지고 ‘미들미디어’가 급부상했다. 지금까지 신문과 방송이 대중매체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독자와 시청자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대중화 이후 신문과 텔레비전과 같은 대중매체는 더 이상 대중의 눈길을 붙잡아둘 수 없게 됐다. 인터넷과 연결된 개별 미디어로 무장한 네티즌은 더 이상 대중이 아니라, 미디어 참여자이자 이용자로 변했기 때문이다.

 

기존 신문과 텔레비전 방송의 영향력과 위상이 크게 축소됐다. 텔레비전이나 종이 신문은 이미 구세대의 골동품이 돼버렸다.

 

기업은 더 이상 신문이나 텔레비전과 같은 미디어에 광고를 하지 않는다. 신문 독자나 텔레비전 시청자는 취향이나 계층이 다른 ‘집단’일 뿐이다. ‘타깃 고객’을 원하는 광고주 입장에선 이제 고비용 저효율의 미디어에 광고비를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제 더 이상 뉴스 등의 편집, 편성권이 신문사와 방송국의 독점 권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보고 유튜브나 동영상 포털이 활성화, 일반화된 상황에서 어떤 미디어의 내용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포털 운영자의 권리 영역이 돼버렸다.

 

지은이는 이러한 매스미디어 세계의 변화를 세 가지 영역인 ‘콘텐츠’ ‘컨테이너’ ‘컨베이어’ 즉 ‘3C’로 나눠 직설적으로 설명한다. 그의 3C 모델의 핵심은 바로 컨테이너이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인터넷 기반 미디어 플랫폼을 컨테이너라고 하는데, 인터넷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애플사에서 운영하는 아이튠즈 스토어,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컨테이너가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통합 관장하게 됐다. 파워는 컨테이너를 쥐고 있는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 시대이다. 컨테이너를 쥐고 있는 자가 플랫폼의 지배자, 즉 쥐고 있는 사람이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지금 미디어 세계에선 플랫포머와 낡은 매스미디어 간 소리 없는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그는 이 전쟁의 패자는 매스미디어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또 앞으로 일어날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지은이는 신문과 방송이 무조건 몰락하거나 종말을 고한다고 주장하지만은 않는다. 자신이 언론인인 그는 점점 더 힘들어지는 미디어 환경에서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고, 희망을 찾고자 고군분투한다. 그는 “디지털 멀티미디어라는 거대한 파고를 헤쳐 나가 새로운 미디어의 위상을 세운다면 희망은 있다”면서 특히 지금이 미디어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하고, 기존 미디어 종사자들의 ‘안일함’을 강하게 질타한다.

 

지은이는 신문과 방송이 인터넷 미디어와 대결 구도를 버리고, 협력과 상생의 길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포털 사이트 구글을 ‘인터넷 소화기관에 생식하는 기생충, 즉 테크놀로지의 촌충’ 즉 ‘적’으로 치부해버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포털 사이트는 적이 아니었다. 신문사나 방송국은 만약 포털 사이트가 없었다면 자신들의 홈페이지에서 광고 수익을 더 얻었을 수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방문 손님을 모으기 위한 광고비용을 더 들여야 했을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충실히 독자를 모아다 주었기에 자신들의 기사에 더 높은 광고비의 가치가 매겨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구태의연하고 안일했던 우리 미디어의 현실에 경각심을 주고, 장기적이고 거시적으로 우리 언론의 긍정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