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시작된 애플 부품공급업체인 중국 팍스콘 직원들의 자살 릴레이는 지금까지 15차례나 이어졌다. 직원들 사이에선 “허리를 한 번 굽히는 게 소원”이라고 말이 나돌 정도로 열악한 근무환경과 강도 높은 작업, 낮은 보수로 고통 받던 젊은 근로자들이 결국 자살을 선택한 사건으로, 이는 중국의 참담한 현실을 극명히 보여준 사례로 남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화려한 경제지표 뒤편으로 언제 터질지 모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 정부의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의 한계, 독과점 국영기업, 기업가들과 공무원의 부패로 인해 부자 나라 중국의 인민들은 저임금의 사각지대에 내몰렸고, 여전히 고달픈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GDP 규모 세계 2위 국가인 중국의 1인당 GDP가 고작 4210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회복을 주도하며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한 ‘슈퍼 파워’ 중국의 화려한 경제 성적표 뒤에 감춰진 궁핍한 속사정을 파헤친다.

 

미국과 유럽은 왜 중국에서 상품을 제조하려고 할까? 바로 ‘환경 파괴, 자원 소비, 노동력 착취’라는 제조업의 특성 때문이다. ‘쓰레기’에 손을 더럽히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이들은 제조업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망 전체를 손에 쥐고 있다. 30년 전, 중국의 개혁?개방이 막 시작되었을 때 미국 및 유럽 각국에서 이미 치밀한 전략을 세웠던 것은 아닌지 상당히 의심스럽다. 즉,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통해 원자재와 가격결정권을 장악한 후 중국에서 상품을 제조함으로써 중국의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노동력까지 착취한 것은 아닐까? 그러다가 끝내 이들 자본에 의해서 중국은 남김없이 수탈당하는 것은 아닐까? 중국이 개혁에 박차를 가할수록, 세계를 향해 활짝 문을 열수록, 중국이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낼수록, 미국과 유럽이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지은이 랑셴핑 교수(경제학)는 중국의 커다란 돈주머니보다는 중국 서민들의 가난한 호주머니에 주목한다. 그는 중국 서민경제가 직면한 문제점을 비롯해 OEM업체로 전락한 중국 기업의 비참한 실태, 세계의 ‘쓰레기 장’이 돼버린 중국의 환경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부자나라의 중국인들이 가난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서민의 삶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중국 경제는 몰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역설한다.

 

지은이는 책에서 중국 경제의 실상과 문제점을 낱낱이 폭로하며, “이제는 중국 경제를 직시할 시기”라고 지적한다. 치솟는 물가, 중국산 제품의 품질 문제, 성공의 기회를 박탈당한 중국 젊은이들,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 기업, 중국을 조종하려 하는 미국과 중국 정부의 무능력한 외교력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직면한 문제들이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한다.

 

결국 미국이 노리는 건 중국의 신에너지 시장이다. 중국 정부의 홍보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가 짓는 최초의 원자로인 AP1000은 중국에 세워진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원전 기술이라면서 왜 미국은 자국이 아닌 중국에 AP1000을 활용한 최초의 원자로를 세우려고 하는 것일까? 좀 의심스럽지 않은가? 미국이 무슨 이유로 가장 좋은 기술을 중국에게 준단 말인가? 심지어 중국은 관련 기술이 안정성을 미처 확보하지도 못했는데 미국 정부의 심의도 끝나기도 전에 3년이나 앞당겨 해당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에 세워질 원전 시설은 미국에서 여전히 환경 평가, 설계, 부지 선정 등이 진행 중인, 아직 미완성의 발전설비다. 더욱 기막힌 사실은, 중국 내에서 추진된 혹은 추진 중인 많은 원전 건설 프로젝트 중에서 청문회를 거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하며, 나머지 여섯 개의 프로젝트는 제대로 된 청문회조차 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은이는 GDP 상승률은커녕 물가상승률도 따라잡지 못하는 중국인의 낮은 저축률은 장차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아울러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허상과 함께 미국이나 서구 중심적 시각에 치우치지 않은 중국 경제의 실체를 이야기한다.

   

사진_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ㅣ랑셴핑 지음ㅣ이지은 옮김ㅣ미래의 창 펴냄.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