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무엇이기에 우리 젊은이들이 반미 구호를 외치며, 서울광장에서 촛불 시위를 할까. 과연 미국이 무엇이기에 그곳을 동경해 이민을 떠나고, 자식들을 조기 유학으로 내몰며, 원정 출산까지 하면서 자녀를 미국 시민으로 만들려 할까.

 

사진_다시 읽는 미국사ㅣ손영호 지음ㅣ교보문고 펴냄.jpg 흔히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으로 상징되는 꿈과 희망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을 건국한 청교도들에서부터 미국 국민을 형성한 이민자들까지, 그들은 모두 자유와 평등을 향한 각자의 꿈과 희망을 좇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왔다. 새로운 삶을 향한 집념이 모여 미국 특유의 건국이념과 개척자정신으로 결집됐다. 이를 발판으로 오늘날과 같은 부와 번영을 이룰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소중한 인본주의적 가치들과 소수 세력들이 희생돼야 했다.

 

프런티어 정신은 미국인들이 즐기는 야구에서 잘 드러난다. 서부 프런티어가 모험으로 가득하듯이, 야구 또한 도전이나 위기의 순간에 도루나 대타, 막판 뒤집기를 위한 홈런 등이 터지기도 한다. 서부 개척 당시 일확천금을 노리고 재산을 모두 투자해 금광을 찾아 나선 노다지꾼들의 한탕주의와 같은 속성을 지닌다.


 

<다시 읽는 미국사>는 복잡다단한 미국 역사의 진실에 다가서면서 그 겉과 속, 문명과 야만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파고들고 있다.

 

지난 2010년 11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미국 외교문서를 전격 공개하면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그동안 세계유일의 ‘경찰국가’로서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 수호에 헌신해왔다고 자임하는 미국이 자국의 외교관들을 통해 각국에서 감시와 첩보 활동을 비밀리에 펼쳐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정치와 경제, 군사, 문화 등 다방면에서 최강대국인 미국이 막강한 정보력을 무기로 세계를 지배해오고 있다는 오래된 의혹에 대한 명백하고도 결정적인 증거물이 쏟아져 나왔다. 사건 직후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는 미국으로부터 전방위적인 압력을 받고 있다.

 

인디언 강제 이주의 대표적인 예가 체로키 인디언들이었다. 체로키 족은 미국 남동부에 거주했던 인디언 중 가장 큰 부족이었다. 최전성기였던 1730년경에는 인구가 2만 명으로 64개 도시와 촌락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여성들도 가운을 착용하는 등 유럽식 관습에도 상당 부분 동화되어 있었다. 또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불문법을 정리해 성문법을 만들고, 신문이나 잡지를 제작하기도 했다. 일찍이 백인 문명을 받아들여 도로를 놓고 학교, 교회, 농장을 세우고 대의제 정부 조직을 갖추었다. 체로키 족은 인근의 백인들과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했다. 1827년 체로키 족은 조지아 주 내에 자치 정부를 수립하고, 주 정부에 이를 승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주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이들을 거주지에서 몰아내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백인들의 계속된 침입과 위협에 견디다 못한 체로키 족은 마침내 고향을 떠나 이주하게 됐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은 미국의 실수도, 그저 우연히 일어난 사건도 아니다. 세계 정세를 좌지우지하는 무소불위의 힘은 미국을 영광스럽게도 하지만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의 어두운 단면이 도처에서 드러난다. 미국이 숨기고자하는 치부는 대부분 미국 바깥의 세계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자유의 기치를 높이 들면서도 억압을 일삼았던 과거, 평등을 외치면서도 차별을 자행했던 지난 미국의 역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미국에 대해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그 땅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오늘날 미국이 시름하고 있는, 미래를 위해 미국인들이 반드시 극복해나가야 할 역사적 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동안 조명 받아 온 미국 역사의 밝은 면은 물론, 기존의 교과서나 주류 교양도서들이 배제해온 어두운 면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지은이 손영호는 “미국은 과연 어떤 나라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유학 생활 8년을 포함해 10여 년간 미국에서 지냈고, 미국사를 전공해 나름대로 미국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미국을 공부하면 할수록 더 많은 의문이 생겼던 것이다. 그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합리적이면서도 모순으로 가득하며, 순수하면서도 사악한,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스핑크스’와 같은 미국의 진면목을 차근차근 파헤쳐 나간다.

 

이 책은 통합, 신화, 정복, 차별의 역사라는 대주제를 설정해 미국의 역사를 조망한다.

 

우선 통합의 역사에선 ‘USA’를 키워드로,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이뤄진 미국이 어떻게 하나의 거대한 국가를 형성할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을 분석한다. 이어 신화의 역사에서는 아메리칸 드림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국을 동경하며 몰려든 이주민과 이민자들의 희망과 욕망이 ‘미국의 신화’로 형상화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정복의 역사에서는 총을 주제로, 미국인에게 총이란 어떤 의미인지, 총의 역사성과 상징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총을 내세운 백인의 폭력성이 낳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비극을 조명한다. 차별의 역사에서는 노예무역선 아미스타드(Amistad) 호, KKK단, 페미니즘 등의 이슈를 통해, 흑인과 여성, 소수 민족에게 200여년 간 가해진 억압과 차별의 시대를 낱낱이 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