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지성’과 ‘군중의 지혜’가 찬미되는 웹 2.0의 세계. 페이스북과 트위터, 위키피디아가 득세하는 신 디지털 세상. 이러한 추세라면 바야흐로 디지털 유토피아가 실현되는 걸까?

 

사진_디지털 휴머니즘ㅣ재론 레이니어 지음ㅣ김상현 옮김ㅣ에이콘출판 펴냄.jpg ‘가상 현실(VR)’의 창시자이자 원조 웹 세대인 재론 레이니어는 <디지털 휴머니즘>에서 ‘그렇지 않다’고 일축한다. 그는 인간을 벌집 속의 벌처럼 여기는 웹 2.0에서 ‘디지털 파시즘’의 징후를 읽는다. 열림, 공유, 소통을 깃발처럼 내세웠으나 실상은 이를 억누르는 ‘위배 이데올로기’의 속성을 본다. 웹 2.0이나 소셜 웹의 밝은 면만 들어온 이들에게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레이니어는 우리 안의 맹목성과 야수성을 일깨우는 ‘익명의 온라인 문화’를 끄집어낸다. 우리를 디지털 기기(가젯)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등을 떠미는 신 디지털 세계의 반인간적 흐름에 일대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그의 외침은 웹의 선도자 중 한 사람으로 꼽혀 온 입지 때문에 더 예사롭지가 않다.

 

만일 우리가 기술을 통제하기를 멈추고 기술이 반대로 우리를 통제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98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의 선지자로 자리매김한 지은이는 월드와이드웹(WWW)이 상거래와 문화에 혁명적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예견한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웹이 등장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웹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그 방식에 대해 그만의 도발적이면서도 조심스러운 시각을 제시한다.

 

현재 웹의 디자인과 기능은 너무나 익숙해져 수십 년 전에 이미 고착된 프로그램적 결정으로부터 나왔다는 기술임을 간과하기 쉽다. 최초 웹을 디자인한 이들은 그 뒤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중대한 선택들을 내렸다. 온라인상의 익명성을 보장하게 한 결정이 그 중 하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디자인이 재빨리 고착돼 웹 구조 자체의 영구적인 일부가 돼버렸다는 사실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디지털 디자인이 낳을 수 있는 기술적 문제와 문화적 문제들을 짚어본다. 또 컴퓨터에 지나치게 의존한 우리 금융 시장과, 위키피디아,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웹사이트가 군중과 컴퓨터 알고리즘이 생산하는 소위 ‘지혜’를 개별 인간의 지력과 판단력보다 우위에 두고 있다고 경고한다.

  

지은이는 특히 기술이 우리 문화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가를 탐구하면서 개별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곡진하게 변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