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를 뒤흔든 말 말 말> 제임스 잉글리스 지음ㅣ강미경 옮김ㅣ 작가정신 펴냄


<지데일리> 독일의 대문호 볼프강 폰 괴테는 프랑스가 혁명을 이웃나라들에 수출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에 대해 “그들은 칼이나 총이나 대포로 우리를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그보다 훨씬 위험한 무기를 사용했다. 그들은 평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자유와 평등의 기본 원칙을 풀어내서는 그 내용을 종이에 인쇄해 대량으로 유포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처럼 말의 힘은 강하다. 더욱이 한마디 말이 엄청난 정보망을 타고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오늘날엔 사소한 단어 하나에 따라 여론이 동요할 정도로, 말의 위력은 더욱 막강해졌다.

 

고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거쳐 온 수많은 전쟁과 혁명의 장에서 ‘말’은 종종 무기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곤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저명한 저널리스트로 역사와 언어 연구의 권위자인 제임스 잉글리스는 <인류의 역사를 뒤흔든 말, 말, 말>에서 역사를 움직인 군주, 정치가, 혁명가, 군인들의 말을 통해 세계사의 역동적인 흐름을 통찰하면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결국 역사를 움직인 말의 전략을 파헤친다.

 

이 책은 우선 신화와 영웅을 역사 속으로 편입시킨 고대 그리스의 기록에서 출발해 신의 이름으로 인간이 탄압되며 무수한 정복전쟁이 치러진 중세, 전쟁을 통해 새로운 국가가 등장하고 인권에 대한 각성이 시작된 근대를 차례로 조망한다. 


이어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뒤얽혔던 두 차례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의 논리, 최근의 ‘테러와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 속 ‘말의 전쟁’을 되짚으며 세계사적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함께 인권이 신장되고 자유와 평등이 확대돼온 진보의 역사도 함께 살피고 있다. 


멀게는 소크라테스의 최후 변론에서 봉건사회의 폐단에 대한 고발,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대한 투쟁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불의에 맞선 선각자들의 외침은 지금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전한다.

 

특히 이 책은 역사의 전환점이 된 연설을 선별하되 정치와 종교, 정복자와 피정복자, 제국과 식민지, 위정자와 사회운동가 등의 대립되는 견해를 고루 수록해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특히 역사적 자료를 그대로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설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배경이나 숨은 저의, 전략적인 표현까지 분석함으로써 역사를 통해 현재를 올바로 바라보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한 인물들의 유언이나 전쟁을 둘러싼 다양한 말들, 무훈시나 전쟁 용어, 전쟁 구호 등 관련 자료와 풍부한 도판은 생생히 소개하고 있다.

 

역사의 현장을 살펴보게 해주고 있는 이 책은 최초의 역사가 호메로스,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의 기록을 시작으로, 공화정 전복을 꾀한 카틸리나를 원로원 회의에서 공개 탄핵하는 키케로, 다음에는 그에 쫓겨 로마군에 포위된 채 마지막 전투에 임하는 카틸리나의 출정 연설이 이어진다.

 

중세에는 십자군원정의 발단이 된 교황 우르바노스 2세의 연설, 잉글랜드의 정복왕이 된 노르망디 공 윌리엄의 출격 명령, 백년전쟁에서 활약한 잔 다르크가 하느님의 사자를 자처하며 헨리 6세에게 보낸 편지와 중세 신분제의 폐해를 고발한 성직자 존 볼의 연설이 한자리에 놓여, 중세를 장악한 신과 왕, 그리고 민중의 목소리를 모두 살필 수 있게 해준다.

 

근대에서는 미국 독립전쟁을 이끈 정치 지도자들의 견해를 다루면서 그 틈에 역사에서 잊힌 약소 인디언 부족의 이야기도 함께 싣는다. 


프랑스혁명 시기 라이벌인 온건파 조르주 자크 당통과 급진주의자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도 소개된다. 나폴레옹의 등장과 패배, 미국과 이탈리아의 재탄생 이후, 인류는 1·2차 대전이라는 참혹한 피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만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가운데), 조셉 스탈린(오른쪽)과 같이 앉아있는 윈스턴 처칠 수상 <사진출처: 씨앤앰>


"때로는 적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때로는 적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지은이는 특히 영웅과 반영웅인 윈스턴 처칠과 아돌프 히틀러의 연설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는데, 볼셰비즘을 악마로 매도하던 히틀러는 갑자기 말을 바꿔 독일-소비에트 불가침조약을 정당화하고, 이에 대해 처칠은 히틀러가 지옥을 침공한다면 자신은 악마를 지지하겠다고 나선다. 


독일과 영국,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러시아, 일본 등이 저마다의 명분을 내세운 이전투구는 전쟁을 비난하면서 전쟁을 계속하게 하는 아이러니를 낳았다.

 

이 거대한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곧 매카시즘의 광풍이 휘몰아친 데 이어, 냉전의 이데올로기 싸움이 이어졌다. 20세기 후반에도 베트남 전쟁과 포클랜드 전쟁, 이라크 전쟁이 있었고, 21세기 화두는 단연 ‘테러와의 전쟁’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에 피비린내 나는 전쟁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페리클레스는 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했는가 하면,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에 반대할 자유를 주장했다. 민중은 부당한 통치나 부조리한 제도에 맞서왔고, 계몽의 시기를 거쳐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에 대한 인식이 확대됐다. 


20세기에는 성차별이나 인종차별도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이처럼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은 것 역시 말이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말로 유명한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로 평등한 세상을 역설한 마틴 루서 킹, “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선에 협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의무”임을 천명한 마하트마 간디, 종신형을 선고받은 법정에서 “나는 이상을 위해 죽을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한 넬슨 만델라, 그리고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고 여성차별 조항을 폐지하기 위해 투쟁한 활동가들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인종차별, 제국주의, 성차별 등에 맞선 불멸의 말들을 통해 인류에게 진정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돌아보게끔 해준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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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계대전사

저자
존 키건 지음
출판사
청어람미디어 | 2007-01-18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사망자 5,000만 명, 5대양 6대륙에서 벌어졌던 최대 규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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