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는 배타와 폭력의 시대에 자연과 소통하며 조심스레 즐길 줄 아는 고슴도치의 사랑 같은 ‘착한 도시’다.”

 

이미지_ 에든버러에서 일주일을, 유승호, 가쎄.jpg *에든버러에서 일주일을, 유승호, 가쎄.

 

가슴 벅찬 기대감을 안고 장시간 비행을 마치고 여행지에 도착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도착하자마자 여행 가방은 온데 간데 없고, 그 잃어버린 가방 안엔 여권과 돈 등 여행에 필요한 중요한 것들이 있었다면.

 

<에든버러에서 일주일을>의 지은이 유승호의 여행은 공항에서 가방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드라마처럼 시작된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불만스러운 마음을 갖기 보다, 애써 가방을 감춰두려다 오히려 되찾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버린 자신을 탓한다. 이러한 자기반성은 그에게 CCTV로 대표되는 부정적 ‘감시사회’를 긍정적 ‘관심사회’로 이해할 수 있는 학자적 호기심과 깨달음의 단초를 제공한다.

 

젊음은 여행이다. 아우라는 여행하지 않는다. 아우라는 ‘바로 그곳’에만 있다. ‘진정한 위스키’는 여행하지 않는다. 스코틀랜드, 바로 그곳에 있다. 박스에 실려 비행기 타고 배 타고 모방하고 난 뒤 우리 손에 닿은 위스키에 어찌 아우라가 있겠는가. 그때의 위스키는 스토리도 없고, 역사도 없는 그냥 단순한 술일 뿐. 젊음은 아우라를 느끼고 흡입하는 것이다. 아우라를 느끼려면 그곳에 가야 한다. 모험심으로 새로운 공간을 개척해보는, 비록 경험자아는 불행하나, 기억 자아에게는 풍요로운 추억을 주는 여행, 그 흔적을 통해 인생은 따뜻해지고 웃음은 여유로워진다.


내 가시를 갖고 다른 사람을 껴안으려 한다면 나도 다치고 다른 이도 다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가시를 보이는 가시로 바꾸는 편이 분명 더 나을 것이다. 인간의 진화는 그 가시를 뇌에 심었다. 다른 동물들은 가지지 못한, 인간만이 갖는 감정이입(empathy)의 정신적 능력은 그 많은 문명을 가능케 했다. 문명의 본질은 감정이입이다. 타인의 마음을 나의 마음처럼, 그러나 동시에 나의 마음을 타인의 마음과 동일시하지 않는, 관조하고 성찰하는 인간의 능력을 찬탄하는 바이다.


이 책은 사회학자인 지은이가 스코틀랜드의 수도이자 축제와 공연문화의 도시로 잘 알려진 에든버러를 일주일간 여행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이를 통해 우리문화에 대한 고민과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여행의 본질에 대한 성찰과 함께 프린지 페스티벌로 유명한 도시 에든버러와 서울의 축제문화에 대한 비교에 이르기까지, 지은이는 이 책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진지한 성찰과 사회학자로서의 문화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