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독 속에서 나만을 위한 실을 지어 번데기를 만들고, 그 번데기에서 빠져나와 더 나은 사회에 알맞은 더 완벽한 창조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이미지_ 속도에서 깊이로, 윌리엄 파워스, 임현경, 21세기북스..jpg *속도에서 깊이로, 윌리엄 파워스/임현경, 21세기북스.

 

누군가 내 소식을 기다릴 것만 같고 빨리 답장해야만 할 것 같은가.

 

현대인들은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메시지를 확인하는가 하면, 어젯밤 인터넷을 통해 남긴 글에 누가 댓글을 얼마나 달았는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행동을 단 10분 동안 쉴 새 없이 반복한다. 마치 지상 낙원과도 같은 디지털 마법에 흠뻑 빠져 있는 모습이랄까.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파워스는 <속도에서 깊이로>에서 우리는 화려한 디지털 세상 속에서 매우 중요한 것을 잃었다고 말한다. 바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이다. 그는 이를 ‘깊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한다. 디지털 네트워크가 확장될수록 점차 우리의 사고는 외부 지향적이 되며, 내면을 살피는 대신 바깥 세상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고 설명한다.

 

인간에게는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와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 두 가지 충동이 공존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인의 삶은 급속한 디지털의 발전으로 균형을 잃은 채 모두 연결돼 있는 삶만을 향하고 있는 듯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 앞을 떠나지 못한다.

 

과거에도 현대와 같은 때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정보가 흘러넘치고, 분주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삶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창조적인 삶을 설계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갈망하는 모든 것을 그들 역시 갈망했다. 시간과 공간, 고요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깊이다.

 

천천히 느끼고 제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 나는 무인도로 휩쓸려온 디지털 시대의 로빈슨 크루소였다. 그리고 무인도에서 빠져나온 주인공이 언제나 그렇듯 나 역시 지금은 구출되었기 때문에 그 무인도를 아주 특별한 장소로 회상하고 있다. 네트워크가 차단된 곳에서의 ‘삶은 달랐다’.

 

지은이는 과거로 돌아가 일곱 철학자들의 통찰을 빌려온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철학을 만들어낸다. 그가 선택한 일곱 명의 철학자들은 바로 플라톤, 세네카, 구텐베르크, 셰익스피어, 플랭클린, 소로, 맥루한이다.

 

우선 플라톤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새로운 기술이 인간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걱정하고 군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고찰했다. 대화법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통해 플라톤은 분주한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거리를 두는 삶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세네카는 분주한 세상 한가운데에서도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자신의 내면을 돌보며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었고, 인쇄술을 발명한 구텐베르크는 ‘책’이라는 내적 공간에 접속하는 도구를 만들어 군중들의 내적 읽기를 가능하게 했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에게 자신의 생각을 적는 테이블을 들려줬다. 벤저민 플랭크린은 분주한 삶에 질서를 창조한 ‘13가지 덕목’을 내놓는다. 소로는 월든 숲에서 자신만의 은신처를 만들고, 맥루한은 분주해진 마음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낸다.

 

✔ 정보의 홍수와 관련된 심리적인 문제들은 이밖에도 많다. 가장 중요한 업무에 주로 신경 쓰지만 혹시 더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 다른 일에도 손을 떼지 못하는 마음 상태인 ‘지속적인 주의력 분산’이 있고 이메일을 확인할 때 나타나는 얕은 호흡의 한 형태로 심한 경우에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병 발병률을 높이기도 하는 ‘이메일 무호흡증’도 있다. 또한 인터넷 중독 장애가 있고 휴대전화가 없는 상태를 두려워하는 ‘노모포비아nomophobia’라는 웃지 못할 질병도 있다.

 

거대한 입구로 들어 왔지만 마땅한 출구는 없는, 급속한 디지털 소용돌이에 휩쓸려가는 동안 우리는 어쩌면 제대로 된 사용설명서도 없이 입장만을 강요받았는지 모른다. 책은 이제 모든 연결된 것에서 잠시 벗어나 멈추고 호흡하고 생각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