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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낙원은 이미 존재했다 <곤충의 유토피아>과학 2011. 5. 5. 12:03
도대체 곤충들에게 어떤 능력이 있기에 이러한 것들이 가능한 걸까. <곤충의 유토피아>는 이처럼 곤충이 자연과 소통하는 방식을 가까이서 살펴보고 있다.
인간에게 유토피아는 성취하고 싶은 낙원이지만, 곤충에게 유토피아는 이미 성취한 낙원이다. 알에서 어른벌레가 되기까지, 어른벌레가 알을 낳기까지 한살이가 거듭 이뤄질 수 있는 곳, 생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고 이어 나갈 수 있는 곳이면 지금 살고 있는 그곳이 곤충들에겐 유토피아인 것이다.
*곤충의 유토피아, 정부희, 상상의숲.
곤충들은 물이든, 땅이든, 모래든 그 어느 곳이든 자연과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는 곳이면 비집고 들어가 눌러앉는다. 하늘과 땅이, 물과 태양이, 모래와 바람이 막힘없이 소통하는 자연은 말 그대로 생명이 살 수 있는 열린 광장이요, 곤충들에겐 생명을 감싸 안아 주는 눈물 나게 고마운 낙원, 유토피아다. 인간이 사는 세상과 다른 곤충들의 세상을 이해하려면, 더 나아가 오직 맨몸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적응해 사는 뭇 생명의 세상을 이해하려면, 인간이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 이 책은 곤충의 세상을 곤충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눈을 열어 보이고 있다.
1센티미터 크기의 연약한 곤충들이 섬세한 더듬이와 곁눈, 얇은 날개와 다리로 인간이 느낄 수 없는 미세한 파동과 진동, 냄새를 감지하고, 한 번에 자기 몸길이의 100배나 되는 거리를 이동한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되면 신기함을 넘어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또한 곤충들은 몸집이 작은 만큼 손바닥 만 한 땅에서도, 자그마한 물웅덩이에서도, 바닷가 해초 더미 속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 몸집이 거대한 포유동물이 살아가려면 대규모의 장소가 필요하겠지만, 곤충들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삶의 터전이 작다 보니 인간에 의해 훼손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흙으로 물웅덩이를 메운다거나, 흙 위에 시멘트를 바른다거나, 모래를 실어 온다거나 하면 그곳에 살고 있는 작은 생명은 치명적인 죽음에 이르게 된다. 책은 특별한 능력을 지녔지만 작은 생명이기에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 곤충들의 세상을 보여 주면서, 그들에 대해 다시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송장헤엄치게, 날도래 애벌레, 물장군, 수염풍뎅이는, 소금쟁이는, 노란실잠자리, 풀무치, 반딧불이 등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곤충들은 수십 년 전만 해도 너무도 흔했던 일상 속의 곤충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을 애써 찾아가지 않으면 만날 수가 없고, 그중 일부는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다. 이들은 우리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으면, 어쩌면 사는 동안 만날 수도 볼 수도 없는 곤충들이다.
책엔 다양한 곤충들의 생태 사진이 실려 있다. 그 가운데엔 그동안 기록으로 존재해 왔던 ‘남생이거저리’를 볼 수 있다. 또 송장헤엄치게 어른벌레가 송장헤엄치게 애벌레를 잡아먹는 동족 포식 장면, 바닷가 모래밭에서 게가 참뜰길앞잡이의 배 부분만 먹어 치우는 장면, 쌍살벌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참매미의 뱃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속살로 경단을 만드는 장면, 잠자리 애벌레가 투명한 아랫입술을 내미는 장면, 수염풍뎅이 애벌레, 모래밭에 사는 다양한 거저리들과 애벌레들, 1시간 20분에 걸친 참매미의 날개돋이 장면, 송장헤엄치게 애벌레가 공기를 모으는 장면, 큰알락물방개, 큰땅콩물방개, 알물방개와 같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다양한 물방개들, 잠자리의 이정 행위 장면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생태 사진들이 많이 수록돼 있다.
책은 이외에도 애벌레를 겉모습과 다리로 구분하는 방법, 날도래 애벌레의 다양한 모양의 집, 나방류 애벌레가 뽑아내는 명주실 이야기 등 궁금한 곤충의 이야기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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