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세계 곳곳의 소식을 보면, 자연환경이 지난 몇 년 사이 급작스럽게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력한 허리케인을 비롯해 홍수, 가뭄, 지진,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날씨와 연관된 자연재해는 세계 어디서나 일어난다. 2005년 미국 남동부 해안을 초토화시킨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3년 유럽의 기록적인 혹서, 2008년 봄 아이오와 주와 조지아 주에 불어닥친 토네이도 등을 통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우리의 부모, 조부모가 살던 시대와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날씨와 역사, 랜디 체르베니, 김정은, 반디.

 

그렇다면 지난 1세기 동안, 또 그 이상의 시간 동안 날씨가 어떻게, 또 왜 변해온 것일까.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기후가 인간 때문에 변한 것인지, 아니면 늘 변해온 것인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랜디 체르베니는 <날씨와 역사>에서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으로 남극 대륙에서 만년설 표본을 채집하는 일이나 애리조나 주에서 나무의 나이테를 세는 일과 같은 기후 연구에 동원되는 다양한 과학적 방법을 동원한다. 또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기상 요소들을 분류하기 위해 기후학자와 기상학자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연구해 온 독창적인 방법들을 소개한다.

 

✔ 인간이 만든 오염물질에 의해 일어나는 지구 온난화처럼 아주 짧은 기간(수십 년) 동안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장기간(수백 년 혹은 그 이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정과는 다르다. 지구에서 적어도 지난 200만 년에 걸쳐 장기적인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메커니즘은 지구 궤도 변화다. 이 지구 궤도 변화에 의해 지구는 장기간에 걸쳐 점점 더 추워져 새로운 소빙하기라고 부를 만한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지은이는 6500만 년 전에 일어난 파국적인 날씨 변화로 공룡이 멸종한 이야기, 사하라 지방에 살던 초기 인류에게 날씨 변화가 미친 영향, 1970년대 뉴욕에서 치명적인 비행기 사고를 일으킨 새로운 기상 현상의 발견 등을 이야기 한다. 또 기후 변화가 인류에게 미친 영향도 다루고 있다. 고대 사하라 사막이나 인더스 계곡에 살던 사람들이나 ‘소빙하기’ 동안 유럽에 살던 농민들이 겪은 일 등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재구성해 소개하고 있다.

 

‘왜 주중보다 주말에 비가 더 많이 내릴까’와 같은 일반적인 궁금증에서 시작한 지은이의 연구는 동료 기후학자와의 조사 연구를 통해 뜻밖의 원인들을 발견한다. 1979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 동부 해안을 중심으로 강우 기록을 조사한 결과, 1주일 중 토요일에 내린 비가 월요일에 비해 평균 22%나 더 많았다. 그렇다면 과연 이 결과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때 체르베니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바로 대서양 전체에 걸쳐 조사한 강우량의 결과, 1주일 주기로 강우가 움직인 것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정한 1주일 주기가 날씨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강우는 대서양을 따라 점차 동쪽으로 이동해 영국 부근에 이르면, 1주일 중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 다시 토요일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여기에서 역사 속에서 알게 된 날씨 미스터리, 또 인류가 일으킨 환경오염 등이 서로 인과관계가 있음을 제시한다.

  

지은이는 이어 20개의 주제로 나눠 역사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던 날씨 미스터리들을 과학적 근거들을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다. 각 장의 역사적 배경은 공룡 T.렉스의 죽음, 인류 멸종위기, 사하라 하마, 하라파 문명, 출애굽기의 내용, 태양 흑점, 마야 대가뭄, 소빙하기와 태양 흑점, 태평양의 따뜻한 기류, 티베트 날씨와 스파이, 미국 더스트 볼, 지구의 열염순환 등이다.

 

✔ 기후학자들에게 엘니뇨-남방진동은 기후의 원격상관(climatic teleconnection)이다. 기후의 원격상관은 어떤 곳에 나타나는 날씨와 해양 현상 중 하나 혹은 두 가지 모두가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곳에 충분히 영향을 미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이를테면 1997~1998년의 엘니뇨는 전 세계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엘니뇨가 국지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예로는 페루의 대홍수, 오스트레일리아의 가뭄과 산불, 브라질의 가뭄, 미국 남부 전역의 폭우와 홍수, 대서양 허리케인의 감소, 동남아시아 몬순 장마의 실종 따위를 들 수 있다.

 

지은이는 이른바 ‘날씨 미스터리’에서 찾아낸 일곱 개의 해답을 제시한다. 우선 기후는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 둘째는 기후와 날씨 변화에 독특한 연구법이 필요하다는 것, 셋째는 흑백논리를 조심할 것, 넷째는 문명이 기후와 날씨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다섯째는 범세계적인 기후 변화는 범세계적이지 않다는 것, 여섯째는 기후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잠재적인 위험 변화에 빠르고 현명한 적응이 필요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기후는 먼 미래에도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등이다.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여전히 많지만, 이상과 같은 의문을 제기하고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지은이는 앞으로 1만 년 동안의 기후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시작하고 있다. 특히 네바다 주 유카 산에 있는 핵폐기물 저장고 계획안은 주목할 만한 대상이다.

 

[지데일리/기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