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LG경제연구원은 ‘조직 운영의 통념을 버려라’라는 보고서에서 GM이 1950년대 지나치게 엄격한 합리성과 명확한 조직 간의 역할 구분을 적용하면서 조직 사이에 싹튼 불신이 현재 GM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보고서는 “경영자들이 바라는 것처럼 완벽하게 질서 정연한 조직을 만들거나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조직 구조나 운영에 있어 어느 정도의 무질서를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즉, 명확한 역할 구분과 질서 수립이 다양한 분야와 생각들의 결합을 방해해 오히려 조직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를 넘어 디지털 컨버전스의 시대로 나아가는 오늘날, 이와 같은 지적이 더욱 의미 있게 들린다. 다른 분야에 대한 상호 이해와 공감이 전제돼야 보다 창의적인 성과를 내고 이를 공유, 결합시키는 경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전통적인 관리 개념과 엄격한 시간 개념은 지양돼야 하며, 구조나 조직이 아닌 자유롭고 고유한 개인의 에너지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하라, 코르둘라 누스바움, 김영민, 비즈니스맵

 

이러한 관점에서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하라>는 기존의 획일적인 관리 원칙들의 틀을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시각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변화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 왜 우리는 모든 것을 손에 쥐고 곡예를 하고, 그러면서 또 뭔가 새로운 것을 하려 하는가? 자신의 삶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거나 일상 속에서 더 많은 안정을 원한다면, 하던 일에서 손을 떼고 일시적으로 그만둬도 된다. (…) 다른 곳에서 뭔가를 빼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더하지 마라. (…) 사실 그것은 그냥 할 수 없는 것이고, 할 필요도 없다. 사람들과 관심은 변한다. 그렇게 때문에 정기적으로 삶의 영역을 살피고 현재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따라 투자할 시간을 조정하라.

 

21세기를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에게 시간을 쪼개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업무를 위임함으로써 시간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이제 통념이 됐다. 하지만 아무리 따라 해도 잘 되지 않는 다이어트처럼, 기존의 자기 관리법은 모든 이에게 똑같은 24시간을 보내도록 요구함으로써 개인의 고유한 가치를 무시하고 우리에게 좌절만 안겨줄 뿐이다.

 

흔히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하고 주변 정리를 깔끔하게 해내지 못하는 무질서한 사람일수록, 창조적인 감성과 아이디어로 넘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고 남의 일까지 떠맡아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에 대한 배려가 강하고 조직의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만일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혹은 그런 성향 때문에 힘들어했다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진정한 변화는 자신을 타인에 맞추는 게 아니라 자신을 인정할 때 시작되기 때문이다.

 

✔ 창조적이고 무질서한 사람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개념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콘셉트 정하기를 좋아한다. 즉, 빡빡하게 짜인 일정 계획이 아닌 다듬어지지 않은 첫 기록을 기초로 미래를 내다보고 아름답고 원대한 비전을 좇는 것을 좋아한다. 앞으로는 이런 재능을 이용해 자신의 고유한 하루, 한 주, 나아가 인생의 콘셉트를 세워라. (…) ‘계획’이라는 단어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엄격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콘셉트’라는 단어는 ‘변화를 위한 자유 공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무질서한, 즉 주변을 잘 정리하지 못하고 늘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이 책은 어느 한 부류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먼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이해해야만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 약점이 편견이 되어 자신을 옭아매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강점으로 인식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은이 코르둘라 누스바움은 말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반드시 남들처럼 정교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거나 반드시 시간을 절약해야 할 필요가 없다. 해야 할 일을 빼곡하게 적어 넣은 일정표와 달력은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삶을 의미 없게 만드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요지는 왜 변화하려 하는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이 무엇인지,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한 나 자신의 대답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목표와 문제에 대한 창조적 접근만이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이 창조적 접근법에 있다. 가령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 상황에서 멀리 떨어져 관찰하라(마치 독수리처럼)는 것이라든지, 1∼2주간 일과를 간단히 기록해보고 문제를 파악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상황에 매몰돼 있으면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제3자가 돼 멀리서 관찰하면 원인을 찾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누구에게나 변화하고픈 욕구와 이유가 있다. 그러나 변화의 방법은 결코 일반적이지도, 보편적이지도 않다. 내게 맞는 물건을 고르듯, 이 책이 제시하는 다양한 변화의 키워드와 도구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가다 보면 일과 삶, 타인과 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원리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