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통해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마크 저커버그. 하지만 그가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호머의 작품들을 원문으로 줄줄 외고 다닐 정도로 인문학과 고전에 푹 빠져 지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고등학교 때 개발한 ‘시냅스’라는 프로그램을 사기 위한 대기업의 거액의 제안을 거부하고는 프로그램 소스를 몽땅 인터넷에 공개해 버린 저커버그의 행동은 확실히 이전 세대와는 달랐다.

 

대학원 수준의 수학문제를 구인광고에 활용한 구글의 창업자들은 월가의 투자은행만 배불리는 주식공개를 피하기 위해 ‘네덜란드 튤립 경매방식’을 도입했고, 안철수 교수가 주목한 ‘무서운 기업’ 중 하나인 Y 콤비네이터의 창업자 그레이엄은 스스로를 해커라 부르며 후배 해커들을 키우기 위한 창업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스토리, 이지선 외, 리더스하우스



주로 1977년에서 1997년 사이에 태어나 디지털 기술과 함께 커오면서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세대는 N세대(Net generation), D세대(Digital generation), 디지털족, 키보드 세대, 엄지족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미국의 교육학자인 프렌스키는 처음으로 이들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 부르기 시작했다. 디지털 네이티브란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자라온 새로운 세대를 말한다. 


그는 2001년 ‘디지털 네이티브, 디지털 이주민(Digital Natives, Digital Immigrants)'이라는 논문에서 디지털 기술과 함께 자라온 첫 세대를 태어나면서 모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디지털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체화한 세대라는 뜻에서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규정했다. 빌 게이츠가 두려워한 ‘차고 창업자들’이나 안철수 교수가 이야기한 ‘구글보다 무서운 기업들’은 모두 이러한 새로운 세대, 디지털 네이티브 가운데 태어난 것이다.


현재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자신들만의 특성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들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여기서 성공이란 꼭 어떤 기업을 만들어 억만장자가 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성공을 그렇게 정의하는 순간 그것은 디지털 네이티브의 특성과는 어긋나게 된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성공의 의미까지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뚜벅뚜벅 해내는 열정과 노력, 목표를 잊지 않되 과정 자체도 즐길 수 있는 것, 남들과 다른 개성과 혁신. 이런 것들이 바로 이 시대를 사는 디지털 네이티브를 성공으로 이끈 특징으로 정리 될 수 있다.

 

스스로를 ‘해커’라 부르는 그레이엄은 IT 벤처 창업을 원하는 자신의 후배들 또한 ‘해커’라고 부른다. ‘해커를 키우는 해커’인 셈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해커는 컴퓨터 전산망 등에 침투해 정보를 빼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레이엄에게 해커란 ‘어떤 사물에 정통한 프로그래머’를 뜻한다. 그리고 거기에 ‘기존의 제도나 관습에 안주하지 않는 창조적 파괴자’란 의미가 덧붙여진다.


<디지털 네이티브 스토리>는 20대에 세계적 기업을 일군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나 구글의 페이지&브린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테드(TED)의 앤더슨과 위키리크스의 어산지와 같은 인물을 살펴보고 있다.


잘 나가는 미국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밥보다 꿈’을 찾아 온 국내에서 티켓몬스터를 창업한 신현성 대표도 디지털 네이티브의 대명사 중 하나다. 티켓몬스터에서는 일과가 끝나갈 즈음이면 사무실에 자연스럽게 맥주가 등장하는가 하면 음악이 흘러나오며 그루브에 몸을 싣는 이들도 있다. 일이 놀이고 놀이가 일이 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창의력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업무시간 중 20%를 ‘딴 짓’에 쓸 수 있도록 한 구글이나 출퇴근 시간의 개념을 없앤 트위터, 일과 놀이의 구분을 지워버린 페이스북에서 찾아볼 수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적 특성이다.


대한민국에도 분명히 디지털 네이티브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특성을 살려 ‘제2의 저커버그’, 혹은 ‘제1의 신현성’이 되기보다는 대기업 입사를 위한 스펙을 쌓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데 더 큰 에너지를 쏟고 있다. 물론 이것은 이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대기업 위주의 승자독식사회, 새로운 도전에 따른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시스템, 정부 주도의 우물안 개구리식 행정에 사실상 더 큰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언제까지나 남의 탓을 하며 안정된 생활에 목을 맬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지금 상태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과 다르다고 느껴지면 모든 것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가졌는가?” 이 책은 이 땅의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이 같이 물으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성공을 찾는 시대의 아이콘들과 만나면서 그런 힘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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