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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몰락? … 시간문제!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경제 2011. 6. 4. 11:13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폭락했던 지난 2008년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슈퍼모델로 유명한 지젤 번천이 P&G의 모발제품 광고에 출연하면서 모델료로 달러 대신 유로를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해 10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3회 중ㆍ러 경제고위포럼’에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국제 통화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 결제 통화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해 말에는 특정 무역거래에 시험적으로 달러 대신 위안을 결제 통화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동남아 주요 국가들과의 무역거래에서 위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2008년 초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자 원유 결제 통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꿀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OPEC 사무총장인 압달라 엘 바드리는 인터뷰에서 원유 결제 통화를 변경한다면 영국 파운드에서 미국 달러로 바꿀 때만큼 시행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찰스 고예트, 권성희, 청림출판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시중에 뿌려진 달러화. 이상 기후로 치솟는 농산물 가격. 중동과 아프리카의 정정 불안과 개발도상국의 빠른 경제 성장으로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유가. 대지진과 원전 사고의 충격을 벗어나기 위해 대대적으로 풀린 엔화.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돈만 넘치는 세상. 결국 세계 경제는 상품 가격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현재의 농산물 가격과 유가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일축하지만 물가 오름세는 장기적인 추세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기축통화로 쓰이는 달러가 너무 많이 풀렸다.
미국은 나날이 늘어나는 부채를 또 다른 빚을 내서 갚거나 새로운 지폐를 찍어 갚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늘어난 달러는 세계 곳곳으로 흘러가 금값, 식품값, 석유값, 주식값, 채권값 등 온갖 원자재와 자산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달러는 너무 흔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높아졌음에도 달러 가치는 오르지 않는다. 공급이 많으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경제학의 제1원칙이다. 달러는 너무 많이 공급됐다.
미국의 투자분석가 찰스 고예트는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에서 필연적으로 닥칠 수밖에 없는 달러 몰락과 이에 따른 초인플레이션의 시대에 대비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는 미국 정부의 저금리 유동성 공급 정책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했으며, 이 정책은 앞으로 더 큰 위기, 달러 폭락과 미국의 몰락, 그리고 초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을 논리적으로 제시한다. 나아가 달러 폭락과 초인플레 시대에 어떻게 하면 개인이 재산을 지키고 나아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현실적인 투자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 달러의 진정한 위기가 얼마나 빨리 전개될 것인가? 대답은 그 어떤 사람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빠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나날이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늘고 있다. 회계연도 2008년이 끝나기 몇 개월 전에 부시 행정부는 2009년 재정적자가 4,8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그 6개월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74억 달러가 더 많은 액수다. 재정적자 2조 달러도 멀지 않았다. 금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예측할 수 있다면 정말 근사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미국인들은 아직 금을 본격적으로 사기 시작하지도 않았다.
지은이는 정통 경제학자가 아니라 재야의 분석가다. 그는 금과 은, 원유, 농산물 등 미 달러화의 추세적 약세에 대비한 투자상품을 소개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 때문에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가령, 금본위제를 주장하는 듯한 뉘앙스나 인플레이션을 통화량 증대만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핵심, 즉 달러 가치가 왜 폭락할 수밖에 없는지, 세계는 왜 인플레이션의 공포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지 구체적인 수치와 과거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쏙쏙 풀어낸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달러 몰락은 피할 수 없으며, 그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전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태생적으로 불안정했으며, 현재는 붕괴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때 그리스와 아일랜드와 같은 유럽 국가들이 과도한 정부 부채로 재정위기에 처하자 달러는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이는 유럽 위기를 틈탄 일시적인 눈속임일 뿐이다. 그는 때때로 달러 가치가 오르기도 하겠지만 전체적인 방향이 아래로 향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달러본위제의 대안이 필요함을 암시하는 여러 가지 사례를 제시한다.
✔ 금값은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알려주는 지표다. 금값은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의 질과 양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금값은 달러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도 일반적인 투자 대상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식시장은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상승세를 지속했다. 부동산시장은 닷컴버블이 붕괴된 직후 정부가 후유증을 최소화하고자 금리를 인하한 덕에 호황을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의 금값 상승은 우리가 중요한 기로에 서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추락과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투기적 금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돈으로 인정돼온 금이 지난 30년간 전 세계 기축통화로 위세를 떨쳤던 달러를 제치고 권좌에 복귀할 조심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탄광 붕괴 위험을 알리는 카나리아처럼 금값이 달러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금값 급등은 달러 기축통화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세계에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금값은 한 세대 전의 고점과 비교해서도 아직 낮은 상태라고 말한다. 따라서 하루빨리 금으로 교환할 수 없는 돈, 달러에서 빠져나와 오랫동안 돈으로 사용돼온 금으로 갈아탈 것을 주문한다. 금으로 교환할 수 없는 화폐는 지속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 디플레이션은 헤어나기 힘든 늪과도 같다. 일단 자산 가치가 급락하면 소비가 급격히 위축돼 소매 판매가 급감한다. 매출이 줄면 기업은 고용을 줄이고 이 결과 실업이 늘어나 가계 수입은 더욱 줄게 된다. 이는 다시 소비를 위축시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더욱 줄어들게 만든다. 채무자들은 소득이 줄어 빌린 돈을 갚지 못하게 되고 채권자들 역시 자신들이 돈을 빌린 또 다른 채권자들에게 부채를 상환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전체 금융시장이 신용과 자산 붕괴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줄지 않고 나날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도전, 구제금융, 경기부양책,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가 복합되면서 달러 붕괴라는 경제적 추세는 절정을 향하고 있다.
이 책은 금융위기로 인한 주식시장 붕괴, 실패로 돌아간 구제금융, 산더미 같이 쌓인 연방 정부의 빚과 같은 현재 미국이 봉착한 위기를 설명하면서 점차 하락하고 있는 달러의 위상을 주시한다. 아울러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현대의 우리가 취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도출해내고 있다. 특히 달러의 기초체력이 얼마나 허약한지, 미국의 통화시스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분석해 달러 몰락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 것을 권한다.
지은이는 위기일수록 경제 여건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가 필요하며, 자산 포트폴리오를 올바르게 구성한다면 달러의 붕괴가 미래의 재정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면서,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경제 사건들을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이익을 거두는 데 도움이 되는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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