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위키피디아가 단순한 기술 혁명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은 문화 현상”이라며 세계문화 유산 등재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과연 디지털 혁명의 일면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이 온라인 백과사전은 인류를 위해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을까.

*매크로 위키노믹스, 돈 탭스코트 외, 김현정, 21세기북스

위키 현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협업과 공유가 일어나게 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돈 탭스코트와 앤서니 윌리엄스는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협업의 예술이라 정의했던 ‘위키노믹스’가 일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매크로’ 위키노믹스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 교육, 금융, 보험, 과학, 교육, 의료, 환경, 미디어, 국제 외교와 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실상 모든 곳에서 위키 방식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변화는 이러한 혁신 웹을 활용할 줄 아는 개인과 기업이 더 많은 사회적,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전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탭스코트와 윌리엄스 두 사람은 <매크로 위키노믹스>에서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협업에 포커스를 맞췄던 ‘위키노믹스’를 넘어 더 확장되고, 더 우리 삶과 밀접해진 집단지성의 움직임이 우리 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원리이자,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는 강력하고 새로운 도구가 확실하다고 강조한다.

이 세상은 이제 중대한 전환점에 도달했다. 즉, 과거의 모델과 접근법, 구조를 재부팅하거나 구조적인 마비, 혹은 붕괴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체와 부활, 위축과 부흥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사회를 어지럽게 만드는 문제 중 상당수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인재와 기술, 지식을 하나로 집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플랫폼을 그 어느 때보다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이 책이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건 바로 개개인, 그리고 조직으로서 우리 모두가 우리의 아이디어와 열정, 창의성을 기증할 수 있는 기회를 붙잡을 때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교훈이다. 문제는 이 세상이 협업으로 인해 나타날 사회경제적 혁신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아이티 지진 발생 당시, 전 세계의 사람들이 보내온 이메일, 문자 메시지, 트위터 등을 통해 재난 현장의 상황 정보 시각화해 위기지도 사이트를 제공한 우샤히디(Ushahidi)는, 그 어떤 공식적인 명령을 받지도 않고, 정교한 통신규약도 없었지만, 미 국무부와 세계 최대 규모의 응급구조기관보다 더 발 빠른 위기대응 해법을 보여줬다.

금융부문에서는 신뢰를 잃은 금융기관을 대신해 대중 스스로 조직한 플랫폼이 주식상품의 안전성과 자산규모 등을 평가하게 됐고, 대중이 모여 조직한 P2P 방식의 대출이 전통적인 은행업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물체를 인터넷에 연결하여 모든 것을 좀더 스마트하게 변화시키려는 노력으로 인해 통합 및 분석이 가능한 새로운 데이터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데이터는 각 가정과 기업이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에너지 계기판이나 거래 플랫폼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유럽에서 시행되고 있는 시범 프로젝트를 생각해보고 특정 지역, 혹은 세계적 차원에서 운영되는 유사한 형태의 개인간 탄소 시장을 상상해보기 바란다. 행동을 위한 탄소 감시 프로젝트와 카본랠리 등이 보여주듯이(5장 참조), 초기 단계의 플랫폼들은 새로운 차원의 투명성을 장려하고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협업을 지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짧은 기간의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를 보더라도 관련 데이터와 몇 가지 간단한 제안이 있으면 개개인이 얼마든지 좀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생활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환경부문에서는 가정과 기업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여나가도록 유도하는 뜻있는 환경 운동가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 그 어떤 정부의 환경 정책보다 더 거대한 대중운동을 일으키고 있다. 교육부문에서는 선진 대학들이 학교 간의 벽을 허물고, 온라인을 이용해 세계에 퍼져 있는 가장 우수한 학습 자료를 수집하고 전 세계 교사와 교육 전문가들로 구성된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 학생들에게 적절한 학습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가장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과학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수백만 장의 성운 사진을 분류하는 작업을 해낸 온라인 시민 과학 프로젝트 갤럭시 주(Galaxy Zoo)는 전문가 혼자 하려면 124년이 걸릴 작업을 27만5000명의 사용자들의 참여로 2년 만에 끝내버렸다. 갤럭시 주 프로젝트는 실제 과학적인 발견으로 이어졌으며, 갤럭시 주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활용한 논문이 이미 여러 개 발표됐다.

의료부문에서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모인 희귀병 정보교환 사이트가 어떻게 의료시스템을 바꾸고 있는가를 보여주면서,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신약개발에 있어 기업 단독으로는 평균 10년이 걸리는 신약 개발 모델이 기업끼리의 협업에 의해 어떻게 혁신적으로 빠르게 이뤄지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일반적인 의료 서비스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어떻게 그들의 질병에 대처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공공부문의 혁신가들은 웹을 활용해 지역과 국가, 세계적 차원의 도전과제에 대응하는 방안을 공동으로 혁신해나가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이고 있다. 이른바 ‘위키노믹스의 원칙’은 이제 비즈니스를 넘어 안전하고, 번성하며,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원칙이기도 하다.

이 책은 오래된 산업시대의 패러다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협업 혁신을 통한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 모든 부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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