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말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능력인 느낌.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하는 동시에 서로 나누면 즐거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느낀다’는 건, 사물이든 사람이든 간에 두 세계가 만나 전류가 부딪치고 그 결과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사건이다. 우리에게는 느끼는 능력이 있고, 느낌은 매번 다른 빛깔을 띠기 때문에, 우리는 단 한순간도 같지 않은, 생동감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다.

느낌은 그저 느낌일 뿐일까. 그렇지 않다. 즉 우리가 아는 것이 느끼는 데 영향을 주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기준이, 우리의 소망과 의지가 느끼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몸이 어떤 상태인지, 다른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서도 느끼는 방식이 달라진다.

느끼는 것은 고독한 행위가 아니라 고독을 넘어가는 행위입니다. 혼자서는 느낄 수도, 통할 수도 없으니까요. 느끼는 것은 다른 것과 만나고, 다른 것을 통과해 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다른 것이 되는 경험을 하며, 거대한 전체와 한 덩어리가 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됩니다. 큰 호흡으로 아침 공기를 들이마셔 보세요. 이 계절 전체가 내 몸으로 들어오는 것 같지 않나요? 우리가 숨을 쉴 때마다 사실은 이 우주 전체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거랍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숨어드는 사람은, 마치 “난 죽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느낀다는 것, 채운, 너머학교


<느낀다는 것>은 삶의 중요한 기술인 ‘느낀다’는 말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느낌의 달인’인 예술가들의 삶의 방식을 우리의 일상으로 가져올 것을 제안한다. 지은이 채운은 생동감 넘치고 유쾌한 필치로 40여 점의 미술품, 문학, 음악, 만화와 같은 다양한 예술 작품을 통해 느낌의 세계로, 예술의 향연으로 초대한다.

자, 숲을 걷는 상상을 해보자. 맑은 공기와 흙 밟는 소리와 새와 벌레가 소곤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도심을 걷는 상상을 해보자. 번쩍거리는 간판, 시끄러운 소리, 각종 냄새…, 숲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지은이는 책을 통해 느낌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초대하면서, 몸의 감각을 통한 경험뿐 아니라,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변화가 오는 ‘느낌’이라는 신비한 세계로 끌어들인다.

물론 우리의 머리는 생각합니다. 그게 사실은 다 어제와 같은 거라고요. 하지만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어제와 다른 방식으로 느낍니다. 생각은 어제의 이것과 오늘의 이것에서 공통점을 뽑아내지만, 느낌은 그 둘에서 차이를 발견합니다.

지은이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잡하게 얽힌 느낌의 양상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느낀다는 것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근본적인 일인지 설명한다. 움베르토 보초니의 그림 <마음의 상태>, 세잔의 ‘사과’ 그림, 고흐의 자화상,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연암 박지원의 글 등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며, 그 느낌의 세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느낀다는 것은 무언가를 알고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예술가들이나 위대한 성인들은 일반인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더 잘 느끼는 사람이었을 거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더 많이, 깊이, 잘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다르게 살고 싶어 하고 세상의 변화를 꿈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잘 느낀다는 것은 무엇일까. ‘느낌의 달인’이라 할 수 있는 예술가의 특성을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은 공감, 치유, 변신, 전달, 비움, 우정으로 요약된다. 이 특성들은 특별한 사람의 타고난 감각이 아니라 누구든 연마할 수 있고, 우리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가꾸어 가는 데 중요한 기술이다.

예술가는 만물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공감의 달인이자, 눈에 안 보이는 아주 미세한 징후까지 민감하게 느끼는 치유의 달인이다. 또한 두 세계의 경계에서 서로 다른 세계를 전달하고, 그 경계를 넘어서 자신과 세상의 변신을 꿈꾼다. 자기의 시선, 습관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게 스스로를 비우며 다른 사람과 느낌을 나눔으로써 소통과 흐름을 만들어내는 우정의 달인이다. 이 특성들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예술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꽃을 보면 나비의 신체로, 바다를 보면 파도의 신체로 변신을 시도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알고 있던 꽃과 바다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고 우리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꽃과 바다를 표현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르게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스스로를 전과 다르게 변신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케테 콜비츠의 판화 속 농부와 드가의 그림 속 발레리나를 나란히 놓고 느낌의 차이를 비교하여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 것과 같이, 이 책은 한 권의 화집을 보듯 자연스럽게 느낌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게 구성됐다. 반 고흐, 피카소, 마티스, 세잔과 같은 잘 알려진 화가의 작품부터 요셉 보이스, 로버트 라우션버그, 움베르토 보초니, 케테 콜비츠 등 조금은 생소한 현대 작가의 작품까지 여러 점의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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