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에 대해 가장 쉽게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있다. 바로 ‘그들이 보여준 엄청난 업적은 모두 타고난 머리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아이큐(IQ)인 228을 기록한 마릴린 보스 사반트. 그는 <퍼레이드>라는 잡지에서 질의응답 코너를 맡은 칼럼니스트로, 인류사에 특별한 족적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반면 미국 최고의 천재라 칭송받은 리처드 파인만의 IQ는 122였는데, 이는 여느 평균적인 물리학자들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100억짜리 생각, 마이클 미칼코, 박종안, 위즈덤하우스

 

피카소가 보여준 위대한 예술세계나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서 보여준 통찰력, 그밖에 수많은 천재들이 보여준 업적들은 단지 ‘IQ의 힘’이라고 설명하기 불가능한 것들이다. 이는 지능지수를 뛰어넘는 또 다른 능력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즉, ‘세상을 다르게 볼 줄 아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도 천재들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그들처럼 생각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생산해내는 일이 가능해지는 걸까.

 

<100억짜리 생각>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피카소, 뉴튼,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만 등 인류 역사를 빛낸 위대한 천재들의 사고방식에서 상상력과 창조력의 비법을 분석한다.

 

이 책은 세상을 다르게 보는 천재들의 비범한 시각을 살펴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아울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해내는 천재들의 사고전략을 다양한 각도에서 내놓는다. 이 전략들은 인류 역사상 과학, 예술, 산업 등 각 분야를 빛낸 천재들의 공통된 사고 형태로, 일상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생산해내는 결정적인 단서다.

 

✔ 보통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일상적인 관점에서 반응한다. 가령 “13의 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은 “6과 1/2”이라고 대답한 뒤 곧 다음 문제로 관심을 돌린다. 과거의 경험에 의지해 사고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지난날의 경험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그러고는 다른 접근방식을 배제한다. 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선택이므로 ‘검증된 최선책’이라고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천재들은 재생이 아닌 창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그들은 과거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애를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얼마나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볼 수 있는가, 어떻게 문제를 재정의할 수 있는가를 자문한다. 그들의 답변은 다양하며, 때로는 기상천외하다.

 

창의성은 종종 남들이 놓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데서 나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문제의 성격을 파악하려면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한 가지 관점에서 사물을 본 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다시 다른 관점으로 이동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재구성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관점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설명이다.

 

천재들은 어떤 최소한의 언어적 유창성(facility)을 획득하면, 이를 시각화하고 입체화해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능력을 개발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창의력이 폭발적으로 발현된 것도 갈릴레오처럼 방대한 지식을 그림, 그래프, 도표라는 다양한 언어로 표현한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다른 이들이 전통적인 수학과 언어적 접근 방법을 사용한 데 비해 갈릴레오는 다이어그램이나 지도,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을 시각화하여 과학 분야에 혁명을 일으켰다.

 

엄청난 생산성은 천재들의 특징이다. 토마스 에디슨은 1093개나 되는 특허권을 보유했다. 모차르트는 600편이 넘는 음악을 작곡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 외에도 248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위대한 과학자들은 우수한 연구뿐 아니라 열등한 연구도 했다. 천재들은 끊임없이 창조한다. 이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심리학자 딘 케이스 시몬튼은 <과학적 천재>에서 “천재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새로운 조합을 많이 만들기 때문에 천재”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 이론의 배경은 어원학에서 시작됐다. ‘나는 생각한다’는 뜻의 ‘고기토(cogito)’는 기본적으로 ‘같이 흔들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지능의 어원인 ‘인텔리고(intelligo)’는 ‘여럿 가운데 선택하다’란 뜻이다. 한 바구니의 레고 블록을 가지고 노는 영리한 아이들처럼 천재는 계속해서 의식적 사고와 잠재의식적 사고로 아이디어와 이미지, 생각을 다르게 조합한다.

 

“천재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새로운 조합을 많이 만든다”

 

✔ 창의적인 천재들은 생각을 구체화하고 전달할 때 다양한 그래픽을 사용한다. 일부는 다이어그램이나 맵을 사용하고 어떤 이들은 3차원의 물리적인 모델을 구축한다. 프란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은 단일과 이중고리로 된 3차원의 모델로 DNA 분자가 이중나선 모양이라는 것을 발견해 1962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현대무용의 천재 마사 그레이엄은 발레의 관습적인 면을 거부하고 간단한 그림으로 자신만의 무용어휘를 창조했다. 그녀의 노트에는 언제나 자신의 생각을 그린 스케치가 가득했고, 그 결과 말을 사용하지 않고 무용을 개념화할 수 있었다.

 

천재들에게는 평범한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연관성을 찾는 능력이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서로 무관해 보이는 것들을 인위적으로 연결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종소리와 물에 부딪히는 돌을 연관해 소리가 파동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1865년 프리드리히 케쿨레는 뱀이 꼬리를 무는 꿈과 연관해 벤젠의 고리구조론을 발표했다.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데이비드 봄은 천재들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반대이거나 비교할 수 없는 주제 사이에 존재하는 양면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창의성 연구 분야의 대가인 알버트 로덴베르크 박사는 아인슈타인, 모차르트, 에디슨, 파스퇴르, 조셉 콘라드, 피카소, 닐스 보어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천재들에게서 이런 능력을 확인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두 가지 독립된 영역 사이의 유사성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보고 메타포(은유)를 천재의 징후로 간주했다. 비슷하지 않은 것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실제로 비슷하다면 아마 이것들은 다른 면에서도 비슷할 것이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귀의 내부구조와 얇은 철판의 움직임 사이를 관찰하던 중 전화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토마스 에디슨은 장난감 깔때기와 종이의 움직임, 소리의 진동 사이에서 유사성을 발견한 후 축음기를 발명했다.

 

창의적 천재는 기회의 선물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대신 우연한 발견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죽은 박테리아를 연구하는 동안 노출된 배양균에서 곰팡이를 발견한 최초의 의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여느 의사라면 시시하게 여겼을 이 사건에서 플레밍은 흥미를 느꼈다. 그는 이 우연한 발견에 어떤 가능성이 숨어 있는지 연구하기로 했다. 그 결과 페니실린이 탄생했고,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집단의 합쳐진 지능은 위대하다. 이 주장은 사냥꾼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던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책은 참석자들이 협조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자신들의 노력과 재능을 그룹 내에서 조합하면서도 자신들의 개성을 유지하기 위한 원칙과 조건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은 위대한 천재들이 남긴 각종 기록과 메모,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다르게 봤는지를 분석한다. 그 과정에서 창의적 발상법에 대한 이론을 정립해 평범한 사람들도 천재들처럼 다양하게 사고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