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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발명가의 특별한 지구사랑과학 2011. 8. 3. 10:30
[플러그를 뽑으면 지구가 아름답다]
양고기는 몽골의 유목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양식이다. 그런데 전기가 없어 냉장고를 사용할 수 없는 초원에선 먹다 남은 양고기가 3일을 넘기지 못하고 썩어버려 양을 새로 잡아야 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더욱이 주요 수입원인양젖도 판매처까지 운반하기 전에 상해버려서 큰 손해를 보곤 한다.‘철학하는 발명가’로 불리는 후지무라 야스유키. 그는 몽골 유목민들의 이런 사정을 알게 된 후 연구를 거듭한 끝에 전기 없이 달빛과 별빛만으로 작동하는 냉장고를 발명한다. 그것도 양 두 마리 값이라는, 유목인들이 아주 흡족해 하는 비용에 맞춘다.
더불어 그는 우리가 볼일을 보고 한번 내리는 변기 물 정도의 양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나이지리아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하기 위해 태양열로 작동하는 식수 살균기를 발명한다. 이처럼 그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물건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끝내 그것을 발명해내고 마는 아주 특별한 발명가다.
후지무라는 30여 년 간 1000개 이상의 발명품을 세상에 선보였으며, 일본 정부로부터 과학 기술청 장관상과 발명 공로상을 받은 일본 최고의 발명가다. 천식을 앓는 딸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발명한 것을 계기로 ‘어린이들의 건강과 환경에 좋은 것’을 만드는 발명가로 거듭난 그는, 에너지와 화학물질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바람에 발생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자신의 모든 능력을 바치고 있다.
*플러그를 뽑으면 지구가 아름답다, 후지무라 야스유키, 장석진, 북센스
그런 그가 2000년 봄, 전기를 남용함으로써 지구 환경에 미친 악영향을 해결하기 위해 ‘비전력 공방’을 세운다. 그는 비전력 제품들을 꾸준히 개발하는 한편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제자들을 육성하고 있다. <플러그를 뽑으면 지구가 아름답다>는 그가 그동안 추진해온 ‘비전력화 프로젝트’의 철학과 성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우리가 쾌적함과 편리함에 너무 길들여져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는 거 같습니다. 요 몇 년간 여름철만 되면 ‘전기를 아끼자’는 캠페인이 자주 텔레비전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는 엄청난 전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는 전기에너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자원의 고갈과 지구온난화가 염려되면서, 편리함과 쾌적함 때문에 에너지를 펑펑 써대기만 하지 말고 뭔가 다른 길을 찾아보아야 한다는 자각이 드는 것이지요. 저는 그 길의 하나가 ‘비전력화’라고 생각합니다. 20세기에 발달한 것은 전기공학 뿐만은 아닙니다. 19세기 이전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수많은 기술들이 20세기에 탄생하였지요. 이 기술들을 사용한다면, 굳이 전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지속해나 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전기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컴퓨터, 휴대전화, 각종 조명기구 등 전기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다. 이처럼 많은 전기제품들이 지구 환경에 엄청난 부담과 피해를 끼치고 전기를 만들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가 끊임없이 지어지고 석유를 둘러싼 분쟁은 그칠 날이 없다.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원전 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원전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원전은 위험하고, 석유 자원은 고갈돼 가고, 대체 에너지 개발은 지지부진하다. 인류가 에너지부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을 날이 멀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누려온 문명의 삶을 포기하고 원시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인간을 위한 에너지,
지구를 위한 에너지!이러한 즈음에 지은이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전력화 프로젝트’는 인류의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전기를 중심으로 자원을 소비하고 환경을 파괴의 방식에서, 전기를 배제한 채 자원을 보존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하는 극적인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전력화 프로젝트’는 에너지에 관한 유기농업이라고 할 수 있다. 관행농법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유기농업운동과 비슷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유기농업이 석유 추출물을 원료로 한 비료와 거름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비전력화 프로젝트’도 화석연료나 원자력으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만든다.
또 인간과 자연에 부담을 주지 않고 지속가능한 생산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유기농업과 같다. 그 결과 ‘비전력 제품’은 자연을 해치지 않고 전자파처럼 암을 유발하는 등의 부작용이 없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유기농작물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조합 형태로 유통되는 것처럼, ‘비전력화 프로젝트’도 비슷한 구조를 지향한다. 소비자로부터 직접 주문을 받아 어느 정도 주문이 쌓이면 제품을 생산해서 공급한다. 이런 방식으로 재고의 부담을 줄여 비전력 제품의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즐거운 불편’이라는 점에선 유기농사와도 같다. 제초제 등 농약 대신 손이 많이 가는 유기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농사일이 고되지만 즐거움과 보람이 있다고 한다. 비전력 제품도 전기제품보다는 조금 불편하지만 인간적인 보람과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에너지 사용을 참는 것’은 고육책에 불과합니다. ‘참는 것’은 결국 오래 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래 간다 해도 사람들을 불행하게 할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행복도를 높이면서 전력 소비량을 반으로 줄이는 방법’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에너지 사용을 참지 않고도 행복을 누릴 수 있겠지요. 이는 자그마한 궁리와 노력만으로도 실현 가능합니다. 그 ‘자그마한 궁리’에 힌트를 제공하는 게 바로 이 책을 쓴 목적입니다. 쾌적함과 편리함만이 행복의 전부라면, 행복도를 높이면서 전력소비량을 반으로 줄이는 건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건강, 마음의 풍요, 따스함이 스며있는 인간관계… 이러한 것들도 행복의 소중한 일부라고 여긴다면, 행복도를 높이면서 전력 소비량도 반으로 줄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태양열을 에너지원으로 한 조리기는 꽤 알려진 비전력 제품이다. 그렇지만 냉장고와 청소기, 습도계, 제습기, 환기장치, 면도기 등은 생소한 것들이다. 지은이는 지금까지 개발된 비전력 제품들과 패시브 솔라 하우스 외에도 이러한 비전력 제품들에 대한 원리를 알려주고 있다. ‘무공해 탈취기’, ‘습도계’, ‘조명’, ‘태양열 조리기’ 등은 만들기 매뉴얼이 있어서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특히 전력 소비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건물의 냉난방 시스템임을 감안할 때 가정이나 상업시설에 전기, 석유, 가스를 제외한 재생에너지로 냉난방 시스템을 가동한다면 화석연료와 전기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패시브 솔라 하우스는 이에 대한 해답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무엇보다 비전력 제품의 원리와 제작방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면서, 물질적 쾌적함과 편리함에 길들여진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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