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선생은 평생 교육자의 삶을 살며, 우리나라 아동문학이 나아갈 길을 열었고, 우리말 바로쓰기와 우리 말 살리기를 펼친 한글운동가이며, 어린이 문화 운동의 싹을 틔운 어린이문화운동가로 살면서, 어느 이름난 시인 못지않게 많은 시를 썼다.

 

인류의 희망

어린이의 말은 시

어린이의 몸짓은 시

산새처럼 재잘거리는

피라미처럼 파닥거리는

팔팔 살아있는

어린이는 생명 바로 그것

생명은 거짓이 없다

생명은 꾸미지 않는다.

생명은 자연

생명은 바로 하느님

생명을 짓밟는 자 누구냐

생명을 속이는 자 누구냐

생명을 가두는 자 누구냐

생명을 하는 자 누구냐

생명이 서로 적이 되어 싸우게 하는 자 누구냐

부끄러워라 우리 어른들

어린이에게 말하는 자유를 주자

어린이에게 뛰노는 자유를 주자

그리하여 그 생명의 시를 읽고

우리 모두 어린이로 돌아가자

아아, 어린이

어린이를 살리는 일

이것만이 인류의 희망이다.

 

이오덕 선생은 1948년 6월30일 갑자기 고향을 떠나 부산으로 가는데, 부산 국제시장 부근에 살면서 다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게 된다. 주말이면 국제시장 헌책방에 다니면서 책을 사고, 그림을 사고, 시를 썼다. 


<소년세계>에 동시 ‘진달래’로 등단한 선생은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1년 가까이 윤이상에게서 피아노를 배우다 군북중학교 국어교사로 간다. 1957년 4월 교감발령을 받았는데, 한 달 만에 사표를 내고 상주로 옮긴다. 교감은 담임들한테 돈을 잘 걷으라고 독촉을 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군북중학교에 교사로 근무할 때엔 아이들에게서 돈을 걷어 내야만 월급을 제대로 받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오덕 선생은 그렇지 못했다. 


가난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 이름을 빨간 줄을 지우면서 슬퍼하고 분노한 선생은 자신도 하숙비를 못내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할 때가 있으면서도 아이들 학비를 학교에 내주기도 했다. 이 시기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 상주로 왔을 때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다.

 

신부전증으로 거의 죽음에 이르렀던 이오덕 선생은 어린 아들 정우를 시켜 국제시장에서 모았던 그림을 대구 화상에 팔아서 연명한다. 누나 도움을 받아가며 어린 아들과 살며 3년을 투병한다. 그러나 가난한 아이들을 두고 결코 죽을 수 없다는 정신력으로 살아간다.

 

나는 울지 못하는 종

저 하늘 향해

한 번만 크게 울고 싶은 종

돌아앉아

남몰래

소리 없이 우는 종

 

이오덕 선생은 청리초등학교에 복직, 2학년 담임을 맡아 아이들과 같이 배우고 가르치면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한다. 


당시 제자들은 매주 글쓰기와 그리기 시간이면 산과 들과 냇가로 나가 논 것이 즐거웠다고 전한다. 점심시간에도 다른 선생님들처럼 교무실로 가지 않고 교실에서 아이들하고 같이 먹고, 가난해서 고구마를 싸온 아이한테 ‘나는 고구마를 좋아한다’면서 당신 도시락과 바꾸고, 어느 날은 매를 꺾으면서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우리 말 노래

우리말 쉬운 말 쉬운 말을 합시다.

어렸을 때 배운 말 강아지와 주고받던 말

그 말이 우리말이지요 정든 배달말

우리 글로 적는 말 강아지도 알아듣는 말

우리말 고운 말 고운 말을 합시다.

어렸을 때 하던 말 참새한테 들려주던 말

그 말이 우리말이지요 자랑스런 배달말

우리 글로 적는 말 참새도 알아듣는 말

우리말 아름다운 말 아름다운 말을 합시다.

어렸을 때 들은 말 냉이풀과 속삭이던 말

그 말이 우리말이지요 우리 목숨 배달말

우리 글로 적는 말 냉이풀도 알아듣는 말

 

학교를 떠나 사회 활동을 시작한 이오덕 선생은 우리말과 글이 짓밟히고 내쫓기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돌아보니 자기 역시 우리말을 학교와 사회에서 우리말을 끊임없이 빼앗기고 짓밟으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에 다시 우리말과 글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자기가 쓴 글부터 다시 고치고 다듬기 시작한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이오덕 선생의 아들인 이정우 이오덕학교 교장이, 이오덕 선생의 유품과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갈무리 된 것들이다. 또 살아생전에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에 전한 시 몇 편도 빛을 보게 됐다.

 

이 시집은 시로 보는 우리나라 역사와 교육, 자연과 생명 세계에 대한 증언이자 문헌으로, 이오덕 선생의 삶과 사상의 궤적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준다.


한주연 기자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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