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이 지난 지금 조금은 ‘다른’ 대안교육을 꿈꾸는 사람들이 하나 둘 성미산 근처로 모여들었고, 자연스럽게 ‘성미산마을’로 불리고 있다.

오로지 내 가족과 내 아이가 전부인 요즘,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것을 목표로 반찬가게, 옷가게, 카페 등을 주민들의 힘으로 꾸리고 있다.


*성미산 마을 사람들, 윤태근, 북노마드

<성미산 마을 사람들>은 이웃에게 아이를 맡기고 안심하고 출근할 수 있는 곳,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함께 돌보는 곳, 도심에서도 얼마든지 이웃과 진실한 마음으로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곳, 마음 품이 넓은 성미산마을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과 대안학교 교육, 그리고 성미산 공동체에 속한 여러 단체들에 대한 이야기다.

마을 사람들에게 ‘오름’으로 불리는 지은이 윤태근은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주고 싶어 세워진 ‘생협(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 어느덧 동네 사랑방처럼 들락거리는 유기농 아이스크림 가게 ‘작은나무’, 온 가족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식당 ‘성미산밥상’과 문화공간 ‘성미산극장’, 저마다 취미 생활을 함께 나누는 크고 작은 동아리, 그리고 마을을 대표하는 행사로 성장한 ‘마을 축제’ 등 성미산마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내 아이, 아니 우리 아이들에게 함께하는 법의 가치를 일깨워주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아이의 부모라면 누구나 희망하는 삶의 모습. 그러나 성미산마을이 유난히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까닭은 단 하나. 이곳에선 이 꿈들을 하나하나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내 아이에게 집중된 욕망을 버리고, 이웃과 마을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살아가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성미산마을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교육’에 있다. 실제로 성미산마을 어린이집의 아이들은 남다른 교육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자연 놀이터’인 성미산으로 나들이를 간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잔디 미끄럼틀, 나무다리, 개미 길, 비밀의 화원, 비밀의 통로, 뱀딸기밭, 산딸기밭, 애기똥풀 등 자연이 선사한 천혜의 놀이터에서 재미나게 뒹군다. 아이들이 교사나 어른들과 완전하고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는다는 점도 성미산마을만이 가진 특징이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를 맡겨야 하는 일이 생겨도 당황해하는 법이 없다. 내 아이를 이웃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부탁할 수 있는 ‘마실’ 문화 덕분이다. 

인생의 가치관은 물론 아이를 향한 교육관이 ‘통하는’ 이웃들은 아예 한 건물에 모여 사는 경우(공동주택)도 있다. 그래서일까. 성미산마을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경쟁’으로 내몰리며 타인을 향해 자신만의 벽을 쌓아올리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일찌감치 몸으로 배우며 자라난다.

성미산마을에서 이웃은 보통 이웃이 아니다. 그 집의 숟가락 개수까지는 모를지라도 삶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마음 편히 할 수 있고, 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며 공감대를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 내 아이뿐 아니라 이웃의 아이도 우리 아이로 함께 키우는 이들이 바로 성미산마을의 이웃이다.

“1994년 내 아이와 이웃의 아이를 함께 돌보자는 ‘공동육아’에 공감한 부모들이 모여 만든 성미산마을도 어느덧 17년 건장한 청년으로 자랐습니다. 마을의 터전인 성미산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나무들처럼 성미산마을도 대안교육을 넘어 자연친화적인 마을, 그리고 사람이 함께하는 법의 가치를 고민하는 지역공동체로 성장했습니다. 

밝고 건강한 지역문화의 새로운 모습,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은 정말 살 만한 곳이라는 평범한 가치를 일깨우는 진실된 마음, 우리가 꿈꾸는 마을, 그리고 내 아이를 키우고 싶은 마을… 작고 소박한 성미산마을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진정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길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의 ‘무상급식’을 둘러싼 어른들의 다툼이 한창인 지금,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지은이의 이러한 고백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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