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제 행복과, 바라건대 당신의 행복도 완성해 줄 테니까요.

전 타지방에서 온 훌륭한 처녀를 하녀로 고용하기 위해

샘물터로 갔던 게 아닙니다. 당신의 사랑을 구하러 갔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 수줍어하는 제 눈길은 당신의 마음속에서 쏠리고 있는

정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고요한 샘물의 물거울 속에서 당신이

제 눈길에 인사를 보냈을 때, 당신의 눈에서 우정만을 느꼈어요.

당신을 집으로 데려온 것만으로도, 벌써 행복의 절반은 성취되었어요.

하나 이젠 그걸 완전히 채워 주십시오! 오, 제 축복도 받아 주시고요!”


<헤르만과 도로테아>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독일의 시성(詩聖)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그는 83년이라는 긴 생애를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여인들과 애틋한 사랑을 나누면서 그 고뇌로 가득 찬 사랑의 마음을, 또 환희로 흘러넘치는 사랑의 마음을 불멸의 문학작품들로 승화시켰던 인물로 유명하다.

 

그 가운데 아름다운 사랑의 비극을 노래한 괴테의 작품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기쁨과 조화를 노래한 작품은 <헤르만과 도로테아>다.

 

이 책 <헤르만과 도로테아>는 스물다섯에 폭풍과 같은 열정으로 베르테르의 비극을 쓴 괴테가 47세의 원숙하고도 지혜로운 나이에 끝없는 인간애와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기쁨과 행복에 가득 찬 조화를 이끌어 낸 두 주인공, 헤르만과 도로테아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괴테가 프리드리히 실러(Friedrich Schiller)와 가까이 교제하며 문학 사상을 교환하던 고전주의 시대인 1796년 9월 초부터 집필하기 시작해 다음 해 6월 초에 끝낸 전원적 서사시다. 당시 괴테는 그리스와 로마의 고대문학에 몰두하면서 문학 장르의 법칙에 관심을 기울이고, 실러와의 대화에서 각 장르의 본질과 특징을 규명하고 있다.

 

고대로부터 서사시(Epos)는 최고의 전통적인 문학 장르로 여겨져 왔다. 강한 시각적 재능을 지닌 괴테도 장려한 문체로 쓰인 서사적 장르를 최고로 간주하며, 여기에서 문학의 전형과 상징적 요소를 찾고자 했다. 여기에 하나의 완전히 다른 체험, 즉 작가 자신의 가정적이며 시민적인 세계가 결부된다.

 

이는 오랜 세월 안정을 찾지 못하던 괴테에게 처음으로 쾌적한 질서와 확실한 기분, 지속적인 작업의 토대를 안겨 준다.

 

한 가정의 구성, 세대 간의 갈등, 남녀 간의 사랑 등 인도주의적인 것들은 모든 시대와 문화에 걸쳐 최선의 인간성을 구현하며, 그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와 미래로까지 계속해서 존재하는 영원한 요소들이다. 괴테는 고대에 꽃피었던 이런 요소들을 동시대의 시민적 인간들에게서 발견하고 파악해서 자기 시대에 맞는 현대적 서사시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

 

이 시절의 작가는 참되고 진정하다는 것, 즉 순수하게 인간적이고 모범적인 것으로 오로지 고전적인 것(die Antike)만을 생각했다. 때문에 고대로부터 최고의 문학 장르로 여겨지던 서사시 형식을 취할 뿐만 아니라, 고대의 전형적인 헥사메터 시구를 사용했다. 장려하면서도 법칙에 맞는 2000여 행의 6운각 시구로 된 이 작품을 아홉 편의 노래로 분류하고, 각 노래마다 그리스의 아홉 뮤즈 여신의 이름을 첫 번째 제목으로 붙이는가 하면, 이 책에 서술된 개개의 인물이나 그 언어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Homeros)의 서사적 특성과 노력을 감지할 수 있다. 이는 괴테가 독일의 상황을 고대의 아름다움으로 정화하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괴테의 대부분 작품들은 선악을 초월한 마적(魔的) 힘과 비극성이 깃든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이와 다르게 이 책은 계몽적 낙관주의에서 고전적 이상주의로 향하며, 그 시대의 시민 문화와 결부된 정신사적 발전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절대로 어둡고 파괴적인 운명에 처해 있지 않으며, 정당성과 정당성이 대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는 전원시로 시작해서 전원시에서 끝나는데, 바로 여기에 괴테의 조화롭고 유용한 천성이 그 본질을 이루며 완전하게 표현되고 있다. 작가는 전원시적 서사시의 장르를 순수하게 구현하기 위해 한 시민적 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협소한 한계를 유지하고, 그 속에서 자기 세계관의 긍정적인 한 부분만을 서술한 것이다.

 

독일 시민계급의 낙관적 이상주의 이념을 구현한 서사시인 이 책은 출판되자마자 폭넓은 독자층의 열광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독일 시민계급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바로 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괴테는 자신을 시민계급으로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민계급을 자신의 귀족적 세계로 이끌어 올린다. 그들의 생활 규범은 건전한 것, 전형적인 것, 질서 정연한 것이다. 가정의 영역에서는 물론 공동체와 국가의 영역에서도 시민적 질서가 잘 나타난다. 이런 시민 세계와 따스한 감정 덕택에 이 책은 발표된 다음 최단기간에 수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가장 애독했다고 전해진다.


글 한주연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