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인간관계보다는 노력을 쏟는 분야와 관심사로 한 개인이 더 명확하게 규정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옛날에는 창작 활동도 공동체나 사회 문화적 산물로 규정되곤 했지만, 뛰어난 창의성을 지녔거나 철저하게 종교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작품이나 성취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소위 ‘자기계발서’라 불리는 서적이 여전히 인간관계를 중심에 두고 있는데 반해 <고독의 위로>는 친밀한 인간관계가 행복의 유일한 요소는 아니라 해도 주 된 요소라는 통념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고독의 위로, 앤서니 스토, 이순영, 책읽는수요일

 

지은이 앤서니 스토는 이 책을 통해 뛰어난 학자와 예술가를 다양하게 예시하면서 개개인의 행복과 창조 활동뿐만 아니라 사회의 발전과 안정에도 고독이 인간관계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궁극적으로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풍요로운 인생이란 고독한 순례자의 것, 지은이는 ‘고독’이란 일생의 임무라고 이야기하며, 자기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권유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외부 세계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정신의 내면 세계를 개발하면서 세상에 적응한다. 완벽한 행복, 다시 말해 내면 세계와 외부 세계가 완벽한 조화를 이룰 때 일어나는 일체감은 오직 일시적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행복한 삶이란 인간관계나 인간관계 이외의 것 어느 한쪽에 대한 관심을 유일한 구원의 수단으로 이상화하지 않는 삶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인간의 삶에서 치유 기능을 해주는 심오한 심리적 경험은 내면에서 이뤄지며,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과는 설령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미약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지은이는 무엇보다 ‘혼자 있는 능력’을 강조한다. 아울러 상처를 치유하는 고독, 상실을 극복하는 고독, 창조적인 삶과 고독, 나와의 대화를 이끄는 고독 등 고독을 키워드로 삶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가까운 사람과 사별했을 때, 우울증에 빠졌을 때, 일상의 압박에서 벗어나려 할 때, 더 높은 존재 혹은 자연과 교감하려 할 때, 내면 가장 깊은 곳의 자아를 발견하고 싶을 때, 고독이 얼마나 유용한지, 그리고 고독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또한 칸트, 비트겐슈타인, 뉴턴, 카프카, 베토벤, 바흐, 고야와 같은 인류의 지성사를 이끈 철학자들과 사상가, 인생보다 빛나는 예술을 선사한 음악가들과 미술가, 작가 등의 삶을 고독의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고독은 단순히 인간관계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며 적어도 어떤 사람에게는 뿌리 깊은 욕구임을 증명하고 있다. 외부 세계에 지나치게 몰두한 결과 우울증환자가 되는 외향적인 사람들의 사례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리스인들의 독특한 장례 문화에서 살펴본 사별법과, 매일 오후 일정한 시간에 혼자만의 공간으로 가 ‘휴식’을 취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풍습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지은이는 또한 고독 속에서 완전함을 추구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유대감을 획득하는 확실한 경로라고 알려준다. 그는 “인간의 삶에서 치유를 가능케 하는 심오한 심리적 경험은 내면에서 이뤄지며,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과는 설령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미약하다”고 이야기한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