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는 이 책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3중의 위기’ 시대를 살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가 말하는 3중의 위기는 바로 ‘일의 위기’ ‘땅의 위기’ ‘정신의 위기’다. 그리고 이 위기를 어떻게 해야 넘어갈 수 있는가를 논의하고 있다.

 

우선 일의 위기란 일자리의 위기일 뿐 아니라 일과 사람이 맺는 관계의 위기다. 일자리의 위기는 당연히도 자본의 위기에서 온다. 그러나 자본이 한창 잘 나갈 때조차 노동은 행복하지 않다. 삶보다 일에 치여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땅의 위기. 이는 사실 생태계의 위기, 기후 위기, 에너지 위기, 핵 위기, 식량 위기 등을 모두 이르는 것이다. 이 역시 자본의 위기와 연결되는데,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 자체의 속성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 경제와 사회의 녹색혁명, 강수돌, 문화과학사


이와 함께 얼, 즉 정신의 위기다. 늘 남보다 뒤처질까봐 두렵고 남보다 우위에 서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며, 경제와 사회의 피라미드 질서에서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이들은 기득권의 달콤한 떡고물로 향유 중독을 누리고 있다. 또 중간 이하 아래쪽에 자리 잡은 이들은 기득권을 동경하는 중독증에 걸린다. 이렇게 모두가 중독자가 되니 피라미드처럼 생긴 사다리 질서는 변함없이 유지될 뿐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경제와 사회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확립하자고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새로운 관점은 비경제적, 즉 비자본주의적 관점을 말하는데, 이런 관점을 가져야만 노동사회를 넘어 문화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문화사회는 ‘생태적 문화사회’여야 한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때문에 녹색혁명의 실천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와 사회를 새로운 관점으로 본다는 것은 돈벌이 경제가 아니라 ‘살림살이’ 경제를 여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맥락에서 ‘노동운동의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지은이가 생각하는 노동운동의 주체적 혁신 방향은 일종의 ‘생태문화적 혁신’을 통해 고용위기와 노동소외, 생태위기로 상징되는 오늘날 ‘삶의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노동운동 진영이 더 이상 노동사회의 질서유지 요인이기를 거부하면서 ‘생태적 문화사회’라는 방향성을 갖고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노동계급이 빠진 문화사회 프로젝트는 불완전함을 넘어 허구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동시에 노동계급의 자기 혁신이 없는 상태에서 주도권만 행사하려는 문화사회 프로젝트도 자칫 노동사회를 문화적으로 새롭게 포장만 할 위험이 있음을 경계한다.

 

지은이는 이런 인식 아래서 노동계급이 그간 정체성 유지를 위해 지금껏 동일시해온 노동과 자신 사이에 일정한 ‘거리 두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부단한 자기 혁신을 해야 함과 동시에 ‘차이와 공존’의 가치를 지향하면서 그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여타 계급과 광범위한 ‘소통과 연대’(노동과 시민)를 할 경우에만 ‘문화사회’로 거듭나는 역사적 과제를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생태적 문화사회’를 이루기 위해선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완전히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지은이는 주장하면서, 모든 살아 움직이는 존재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지은이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보다 어느 것 하나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속가능성’의 출발점이며, 이 녹색혁명이 자연에서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에서도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무게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