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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물쇠'를 채우는 순간
    사회 2012. 5. 14. 19:54

    [나의 이스마엘]


    <지데일리> 한때 미국 월가에서 1% 사람들에 바쳐진 부를 되찾기 위해 99% 사람들이 각성하기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우리 사회 역시 국민의 혈세로 이뤄진 공적 자금을 부실책임자인 금융기관 임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하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튀어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흐름은 현대 자본주의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금융자본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본격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지난 1997년에 첫 출간된 다니엘 퀸의 <나의 이스마엘> 역시 분노하는 시위자들의 목소리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나의 이스마엘, 다니엘 퀸, 박희원, 평사리

     

    지은이는 이 책에서 승자독식의 극단적인 폭력성과 지구 자원 고갈이란 인류와 지구 생명체의 절명 위기가 어디에서 연원한 것인지를 추적하고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책은 이혼한 술주정뱅이 엄마와 함께 사는 심드렁한 12살 소녀와 인류와 지구 생명체의 공존에 대한 통찰력을 지닌 고릴라 이스마엘과의 대화로 구성됐다. 이 대화가 독특한 것은 소녀 줄리의 생각이 자신 안에서 자라도록 지혜로운 고릴라 이스마엘이 돕는 산파술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이스마엘을 통해 현대 사회와 지구 생명체의 비극은 약 1만 년 전 비옥한 초생달 지대 한 농경 부족에서 벌어진 사건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즉 부족민들이 일주일에 몇 시간 필요한 만큼만 일해 재배한 작물을 모아두던 창고에 ‘자물쇠’를 채우는 테이커(Taker, 자신들의 안녕이 스스로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들이 등장한 것이다.

     

    “사람들이 지금 춤(농사 일)을 추지 않는 이유는 원하는 만큼 식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식량에 자물쇠를 채워놓는다면 그들이 더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겁니다.” 이 사건은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따르던 생존법칙을 거스르는 결정적인 행위였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자물통 열쇠를 쥔 사회지도자 그룹과 이를 지키는 경비원이 출현하고, 테이커들은 창고 습격에 대비해 금속 무기를 개발했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은 식량을 얻기 위해 하루 열 시간, 열두 시간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로써 세계사 시간에 ‘농업혁명’이라 배웠던 것처럼, 식량 생산은 증가했고 테이커들의 인구도 급속하게 증가했다.

     

    또한 팽창한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영토 확장이 이뤄지게 되는데, 테이커들은 주어진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이웃인 리버(Leaver)들이 자신들의 ‘효율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부족 간 전쟁을 통해 보호구역에 격리시키거나 완전히 섬멸해버렸다.

     

    이 뿐만 아니다. 테이커들은 리버들의 저항을 막을 우화를 만들어냈다. “식량에 자물쇠를 채워두는 장점을 지각하기에는 너무나 멍청하고 미개한 몇몇 부족들을 제외하고, 춤의 대혁명은 아무런 저항 없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노라.” 


    자신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살아갈 뿐인 리버들의 생활양식은 잘못된 것이라는 우화. 이것이 우리가 오랫동안 주입받고 기억하게 된 신화이자 역사이고 문화인 ‘어머니 문화’라고 지은이는 일갈한다.

     

    이는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승리한 사람이 모든 부를 차지하고 거기에 자물쇠를 채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도록 어머니 문화로 길들여져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게임, 우열반이 있는 학교 시스템, 일확천금을 거머쥔 출세 성공담, 학문에 의한 정당화에 의해 뼛속까지 테이커가 되는 것을 칭찬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때문에 테이커의 문화, 농업혁명기의 ‘식량에 자물쇠 채우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 지은이는 테이커들의 농업혁명 이전, 수렵과 채집으로 삶을 살아가던 리버들의 생활양식에 주목한다. 부족적 생활양식 역시 침팬지, 사자, 사슴, 비버들이 효과적인 생활양식을 발전시킬 때와 마찬가지로 수없는 진화의 과정을 거친 산물이기 때문에 안정되고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리버들은 부족 간 싸움에서도 테이커들의 ‘섬멸 전략’이 아니라 ‘불규칙적인 보복 전략(받은 만큼 주는)’을 유지한다. 이런 소극적이고 미약한 전쟁 상태의 지속은 진화론적으로 안정된 경쟁 전략이며 아메리카 인디언 부족들 간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리버들은 ‘불완전한 존재’가 아닌 ‘그대로의 인간’ 즉, 문제를 일으키고 때로 난폭하고 이기적이고 비열하고 잔인하며, 탐욕스럽고 폭력적인 사람들, 아주 변덕스럽고 욕망에 가득한 존재로 인간을 본다. 


    때문에 간음, 폭력, 강간, 도둑질, 살인을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며 법으로 금지하기보다는 그런 일은 분명 일어날 것이기에 가능한 피해를 줄이는 조치들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부족 규범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절대 싸워서는 안 된다’가 아니라 인간은 때로 싸울 수밖에 없으니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냐가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더 중요했던 것이고 수만 년 동안 효과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책은 인간이 그 혁명의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더 이상 쳐들어가 점령할 인류의 땅이 남아 있지 않으며, 팽창하는 테이커 사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렵채집 생활양식을 받아들이라는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단지 그런 방식이 어떻게 제대로 작동해 왔는지를 배워 현대 삶을 더 개선시키라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지은이는 혁명 방식으로 산업혁명을 높게 평가한다. 산업혁명은 조직된 것이 아니며 어떤 이상주의에 의해 사전에 디자인된 것도 아니었다고 말한다. 


    산업혁명은 사람들의 필요와 그들이 시도해온 아이디어와 기술에 기반해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시간을 두고 진화해 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점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마땅히 따라야 할 유일하고 올바른 생활양식은 없다’는 새로운 부족혁명의 모토를 제창하면서 그는 리버식의 ‘새로운 부족혁명’의 7가지를 강령을 꼽고 있다.

     

    하나, 혁명은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둘, 혁명은 서로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일할 때 더욱 크게 이루어진다. 셋, 그 누구에 의해서 주도되지 않는다. 넷, 그 어떤 정치, 종교적 집단이나 정부 단체에 의해 진행되지 않는다. 다섯, 혁명은 목표로 하는 종결점이 없다. 여섯, 그 어떤 계획도 따르지 않는다. 일곱, 혁명을 추진한 만큼 혁명의 재산으로 보상한다. 산업혁명 역시 기여한 사람들에게 상품의 부라는 방식으로 보상했다.

     

    지은이는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인간의 창의성에 주목하면서, 이런 ‘인간의 창의성’이란 부(富)에 자물쇠를 채우지 않고 리버처럼 살아간다면 테이커들이 지배하는 사회를 극복할 수 있고 우리 인간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한주연 기자 82blu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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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뷰티풀 비즈니스

    저자
    주디 윅스 지음
    출판사
    마일스톤 | 2014-03-2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필라델피아 작은 식당이 전 세계인의 가슴을 뛰게 하는 위대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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