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 최성일, 연암서가
최성일은 입장과 관점이 분명한 사람이었고, 그것을 글에서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잘 쓴 서평이라고들 하는 글도 막상 읽어 보면 칭찬과 비판 사이에서 어정쩡한 ‘균형’을 취하려고 애쓰는 경우나, 평자의 논지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모호하게 얼버무려진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에 견줘 그의 서평은 호불호가 명확했다.
그가 순도 높은 감식안으로 쳐 놓은 촘촘한 비평의 그물망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는 책은 아주 드물었다. 속속들이 비주류이자 아웃사이더였기에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무엇에도 길들여지지 않고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었던 그는, 바로 이 때문에 세속의 현실에서는 손실이나 어려움을 어느 정도 감내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바로 그 덕분에 자신의 글과 나아가서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까지 당당할 수 있었고, 진솔할 수 있었다.
그는 어떤 책이라도 결코 허투루 대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보아 넘기는 자잘한 사항들까지도 늘 꼼꼼하게 확인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책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남한테 책을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늘 ‘책과 연애하는 사람’이었다.
한편으로 그는 믿음직스러운 책 길라잡이이기도 했다.
그는 한 권의 책을 평하는 글에서도 종종 그 책과 관련된 다른 책들이나 출판 동향에 대한 얘기를 풍성하게 풀어 놓곤 했다. 이는 한 권의 책을 제대로 논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여러 책들을 동시에 섭렵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한 권의 책>에는 최성일이 생전에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서평들이 풍성하고도 다채롭게 담겨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동서와 고금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사상과 지성과 문화의 숲을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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