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퍼스트,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산다]

 

지난해 3월 유튜브에 올라온 한 동영상이 많은 이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킷캣 초콜릿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라”는 네슬레의 TV 광고를 풍자한 이 동영상은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킷캣 포장을 뜯어 오랑우탄의 손가락을 꺼내 먹는 것이었습니다.

 

네슬레는 곧바로 이 자극적인 문제 동영상을 내렸지만, 게재 하루 만에 18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열대 우림 파괴와 오랑우탄의 멸종을 조장하는 네슬레를 고발하는 동영상으로 회사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분노의 댓글로 가득 찼습니다. 네슬레는 결국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포브스>는 이 사건을 ‘캣 싸움(Kat Fight)'이라고 기록했습니다.

 

 

*위퍼스트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산다, 사이먼 메인워링, 이진원, 중앙북스

 

그동안 소비자들은 많이 변했습니다. 네슬레의 경우처럼 더 이상 기업을 신뢰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이젠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이로우면서도 의로운 상품을 원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홍보회사 에델만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83퍼센트가 ‘더 좋은 내일을 위해 자신의 소비습관을 바꿀 의사가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 사이먼 메인워링은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이 ‘나 먼저(Me First)’에서 ‘우리 먼저(We First)’로 전환하고 있다며, <위퍼스트,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산다>를 통해 무엇이 그 변화를 주도하는지, 어떻게 그 변화에 대응하고 이끌 수 있는지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셜 미디어가 민간 주도의 패러다임 변화를 충분히 이끌어 낸다는 지은이의 주장이 흥미로운데, 디지털 도구의 발전은 호히려 인간에게 ‘감성’을 다시 일깨워 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함께 사는 공동체를 위해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부나 기업의 불합리함을 공유하거나 고발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선택을 독려하고 있는 시점인 것입니다.

 

기여소비가 아직 생소하다구요?

 

☑ 다른 사람을 대접해야 한다는 믿음은 사회적 동물이 되려고 하고, 남들과 삶을 공유하면서 공동체를 같이 세우려는 인간의 자연적 성향에서 비롯된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가진 힘은 극도로 인간적이며, '우리 먼저' 식의 사고는 이러한 불변의 지혜를 자본주의에 통합시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우리가 사람 사이의 관계 복원을 통해서 이러한 황금률을 다시 지키게 만드는 건 바로 기술이다. 우리 사회 조직은 말 그대로 온라인 세계에서 연결된 사람들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재편되고 있다.

 

경제 대침체 시대에 사람들은 수많은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와 ‘공감’을 끊임없이 외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해 왔던 정부의 역할에도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기존 자본주의 패러다임에 의해 이익만을 위한 경영에 길들여진 기업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회적 책임과 공익연계마케팅을 아직까지 ‘보여주기’식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죠.

 

이 책은 기술 발전과 함께 공동체의 중요성이 확산되는 지금, 기업과 소비자에게 과제를 던져 줍니다. 그 과제는 기업이 이익 추구 욕구와 사회 지원 확대 요구 사이에 어떻게 균형점을 찾아갈 것인가, 그리고 소비자가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해 더 정의롭고 똑똑한 선택을 할 것인가로 모아집니다.

 

책은 400만여 명 페이스북 팬의 투표로 다음 시즌 상품을 결정하는 리바이스의 크라우드소싱 형태부터 슈퍼볼 광고 대신 웹사이트에서 공모한 대국민 약속을 실천하는 펩시의 리프레시 프로젝트까지 넘나들고 있습니다.

 

브랜드 마케팅 분야 전문가인 지은이가 소개하는 스타벅스, 나이키, P&G, 탐스, 펩시 등 글로벌 기업의 목적과 이익이 결합된 사례는 기여 소비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아직은 어색한 우리 사회에 작지 않은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지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