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지데일리] 세계 제1의 부호 워런 버핏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 빌 게이츠, 록그룹 U2의 보노, CNN 사장 테드 터너,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 등 세계적인 거부와 명사들이 막대한 개인재산을 기꺼이 기부하고 나섰다.

 

사진=박애자본주의ㅣ매튜 비숍 외 지음ㅣ안진환 옮김ㅣ사월의책 펴냄이들의 기부행보는 가히 놀랍다. 워런 버핏은 이미 지난 2006년 자신이 가진 재산의 99퍼센트(약 46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빌 게이츠는 자선사업에만 전념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또 이들은 2009년 5월부터 억만장자들이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도록 유도하는 ‘기부 서약’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계획대로라면 그 금액은 한 나라의 GDP에 육박하는 6000억 달러(약 7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물론 우리가 진정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엄청난 금액의 자선 액수가 아니다. 오히려 기부의 성격과 개념이 완전히 변하고 있다는 점에 중요성이 있다. 그동안 자선이 자발적 선행의 성격을 띠어온 반면, 최근에 와서는 비즈니스 활동 목적의 하나가 됐다. 또 기부가 ‘선심’이 아닌 세금 납부나 수익의 재투자와 같은 자본가의 자연스럽고도 의무적인 행위로 바뀌었다. 기업들은 자선활동을 자신들의 사업과 결합시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고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노력한다. 이는 자본주의가 큰 틀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음을 암시하며, 이 새로운 메가트렌드는 ‘박애자본주의’라는 한 단어로 정의된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금융자본의 끝없는 탐욕, 전 지구적인 환경 착취로 인해 오늘의 뿌리부터 의심받고 있는 자본주의에 반한 박애자본주의는 어떤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까?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

과연 희망은 존재할까

 

:::“내가 살아오면서 크게 후회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2007년도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들을 향한 연설에서 빌 게이츠는 이렇게 고백했다. “하버드를 자퇴했을 때 나는 세계 전역에 끔찍한 불평등이 만연해 있음을, 건강과 부 그리고 기회의 어마어마한 격차가 수백만 명의 삶을 절망으로 내몰고 있음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뒤이어 개발도상국의 보건의료 분야 투자에 관한 세계은행의 보고서를 읽고 자신이 어떻게 눈 뜨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게이츠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 또한 미국인들과 전혀 다름없이 소중하며 지구상에 사는 모든 사람은 일정 수준의 의료 후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나아가 그는 자신이 일군 거대한 부를 이용하여 이 어마어마한 격차와 불평등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박애자본주의 정신이다. 성공한 기업가가 중대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에게 그럴 능력이 있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박애자본가들은 비즈니스적인 접근법으로 기부를 조직화하고 있다. 이로써 의도적이고 효과적으로 인류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 하며, 그들의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자 한다. 이러한 의도와 규모의 측면에서 박애자본주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라고 할 만하다. ≪박애자본주의≫는 박애자본주의의 역사, 박애자본가들의 생각과 활동상, 박애주의의 정치적이고 도덕적인 측면 등을 검토함으로써 ‘박애자본주의’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인 매튜 비숍과 마이클 그린은 자본주의적 성공과 성취를 대변하는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등의 예를 통해 포스트-자본주의는 외부적 충격이 아닌 내부의 변화에서 오며, 이는 이미 진행 중에 있다고 말한다.

 

우선, 박애자본가들에게 있어 기부활동은 자선 행위가 아니라 투자 행위에 더 가깝다. 다만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는 투자가 아니라, 사회를 지속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투자다.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투자하는 것은 자신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합치시키는 것을 말한다.

 

박애자본가들은 자선 행위에도 효율과 성과 측정이라는 비즈니스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래의 단순한 자선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요즘 자선활동 분야에서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것은 투자은행 스타일의 연구조사와 분석을 수행하는 단체들이다. 이들은 기부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기부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기부의 레버리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와 함께 박애자본가들은 모두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향해 과감하고 모험적인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치가나 CEO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다. 거부들은 정치가들처럼 선거에 임해야 하는 입장도 아니고, 기업 CEO들처럼 수익 증대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애자본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정부로서는 너무 리스크가 커서 취하기 힘든 아이디어도 받아들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시도할 수 있다.

 

:::2007년 12월 진 앤드 스티브 케이스 재단은 글로벌기빙, 네트워크 포 굿, 페이스북 코즈 그리고 『퍼레이드』와 함께 ‘아메리카 기부 챌린지’를 출범시켰다. 이는 인터넷을 이용해 대중의 기부활동을 자극하려는 시도로, 재단은 두 달 동안 가장 많은 기부자를 모은 비영리단체들에 75만 달러를 차등적으로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페이스북 코즈 역시 하루 1,000달러의 상금을 내걸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경쟁에 참가한 단체들은 8만 명의 기부자들로부터 거의 180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새로운 첨단기술을 받아들이고, 온라인 공동체를 구축하며, 평범하고 일상적인 행동과 작은 기부의 손길이 다른 사람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자극해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지은이는 “이러한 박애자본주의의 특성은 새로운 자본주의가 과거의 승자독식사회로부터 이탈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동시에 기부활동의 틀을 혁신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또 경쟁과 생존이 최고의 가치로 부각되며 승자만이 모든 것을 가져갈 자격이 있다고 여기는 자본주의에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한다. 이제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선견에서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몰아치고 있는 자선활동 열풍, 새로운 형태의 나눔과 자원봉사, 다양한 사회적 기업가 정신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영혼을 지닌 자본주의, 진정한 포스트-자본주의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