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지데일리] 인간의 마음은 코끼리 위에 올라탄 기수와 같다. 기수는 의식적이고 통제된 생각이고 코끼리는 직감, 본능적 반응, 감정, 그리고 육감이다. 코끼리는 자연선택에 의해 인생게임에서 승리하도록 프로그램 돼 있고 기수는 언어와 이성을 동원하여 코끼리를 지원하도록 프로그램 돼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기수가 코끼리를 모는 것이 아니라 코끼리가 기수를 모는 것이다. 때문에 기수가 변화를 결심하고 코끼리에게 그 계획에 따르도록 명령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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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게임, 곧 사회적 비교게임에서 승리하려면 나는 다른 사람에게 가능한 한 최상의 자아를 내보여야 한다. 실제로 그렇든 아니든 나는 남의 눈에 덕스럽게 보여야 하며 그럴 만한 자격이 있든 없든 협력이 주는 혜택을 누려야 한다. 그래서 기수는 코끼리의 명령을 받아 어떤 식으로든 그 비교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꾸며낸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자부심은 곧잘 개인들 사이에 적개심과 폭력을 유발하는데, 도덕적 이상주의와 더불어 이러한 자부심은 악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즉 인간은 남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큰 관심을 가지며 머리를 써서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자신의 상대적인 지위를 높일 수 있는 목표를 추구한다. 코끼리가 신경 쓰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위신이고 명성이다. 그리고 영원히 남의 눈치를 살피며 무엇이 자신의 명성을 높여줄지를 생각한다. 코끼리는 다른 곳에서 더 큰 행복을 찾을 수 있을 때도 자기 안에 프로그램된 진화상의 목표를 추구한다. 만약 모두가 똑같이 제한된 양의 명성을 추구한다면 그들은 제로섬게임과 끝없는 군비경쟁에 휘말려들 것이다. 이것은 부의 증가가 행복의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세계다. 따라서 명품 사냥은 행복의 함정이다. 그것은 명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데도 그럴 것이라 믿으며 뛰어드는 막다른 골목이다.:::


 

≪행복의 가설≫은 긍정심리학과 현대사회와의 만남을 코끼리를 통해 풀어가고 있다.

 

지은이 조너선 헤이트는 인문학적 지식을 동원해 동양과 서양의 오래된 철학과 종교 전통들을 넘나들며 그들이 전하는 지혜를 현대의 뇌과학, 인지심리학, 신경학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입증하고 때로는 비판한다. 특히 행복은 우리 내부로부터 온다는 석가모니와 스토아철학자들의 행복 가설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우리를 지속적으로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외부적인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책에 따르면, 행복공식을 만들어낸 긍정심리학은 이러한 외부적인 요인을 우리 삶의 조건과 자발적 활동, 두 가지로 분석한다. 소음 없는 조용한 환경, 짧은 출퇴근 거리,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같은 삶의 조건과 명상, 운동, 신기술 습득, 휴가를 떠나는 것처럼 내가 하기로 선택하는 자발적 활동은 우리의 행복감을 높여줄 수 있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관련해 낭만적 사랑과 부모자식 간의 사랑, 그리고 열정적 사랑과 우애적 사랑이 상세히 분석된다. 강력한 사회적 관계의 형성은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담배를 끊는 것 이상으로 수명을 연장시키며, 수술 후의 회복속도를 높이고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위험을 줄여준다. 이는 단지 외향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는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인간은 사랑하고 친구가 되고 도와주고 공유하고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삶과 얽어매도록 미세조정 된 감정들로 가득한 초사회적인 종이다. 사르트르는 ‘지옥이란 바로 타인들’이라고 했지만 천국 또한 바로 타인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헤이트는 행복한 삶을 위해 덕행을 권하는 현자들의 지혜를 검토하면서 오늘날 도덕교육이 문제해결훈련이 돼 버렸다고 비판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인격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가 어떤 인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를 물었지만, 현대의 윤리학은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특정한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를 묻는다.

 

헤이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고대 그리스인들의 도덕교육 전통을 잇는 긍정심리학의 성격강점 개발을 제시한다. 긍정심리학을 창안한 마틴 셀리그만은 심리학이 병리학과 인간성의 어두운 면에 집착하게 됐고, 인간 속에 내재하는 훌륭하고 고귀한 모든 것에 눈을 감아버렸다고 비판하면서 덕목을 드러내고 실천하고 함양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성격강점을 정의한 바 있다.

 

:::만약 누군가가 얼마나 행복한지, 또는 그가 얼마나 오래 살지를 예측하고 싶다면(그리고 그의 유전자에 대해서는 물을 수 없는 입장이라면), 그의 사회적인 관계를 살펴야 한다. 강력한 사회적 관계의 형성은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담배를 끊는 것 이상으로 수명을 연장시키며, 수술 후의 회복속도를 높이고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위험을 줄여준다. 이것은 단지 외향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 우리는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인간은 사랑하고 친구가 되고 도와주고 공유하고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삶과 얽어매도록 미세조정된 감정들로 가득한 초사회적인 종이다. 물론 애착과 관계는 고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장 폴 사르트르의 희곡 《출구 없는 방》(Huis Clos)에 나오는 한 인물은 “지옥이란 바로 타인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천국 또한 바로 다른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헤이트는 최종적으로 행복이란 ‘사이’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는 “행복은 내가 직접적으로 얻거나 찾거나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의 조건들 중 일부는 내 안에 있고 또 다른 일부는 내 밖에 있다. 문제는 이러한 행복의 조건들을 올바르게 정렬하는 것이다. 나 자신과 나의 일,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나 자신보다 더 큰 어떤 것 사이에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가”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