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르다.’ 이 말은 금융위기에 앞서 자주 등장한다. 과다한 자금 유입으로 경기가 호황을 누릴 때, 정치가나 경제학자,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낙관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항상 반복되는 호황과 불황의 패턴을 무시하고 ‘지금의 호황은 건전한 기반 위에 세워졌으며, 과거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사진=이번엔 다르다ㅣ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지음ㅣ최재형, 박영란 옮김ㅣ다른세상 펴냄 지난 2007년 전 세계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러한 주장은 금융위기라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엔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발 금융위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는 ≪이번엔 다르다≫에서 미래의 정책 결정자들과 투자자들에게 “이번엔 다르다”고 말하기에 앞서 충분히 고민할 것을 주문한다.

 

지은이는 우리가 과거에도 유사한 금융위기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최근 금융위기가 아무리 다르게 보일지라도, 과거의 다른 위기와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전례를 살펴보고 유사성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개선하기 전, 이를 분석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곳곳에서 발견되는 징후들을 사전에 포착하기 위해 이 책을 엮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금융위기의 흐름을 읽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면서 이는 오랜 세월 동안 일정한 호황과 불황의 패턴이 반복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반해 금융위기의 징후를 포착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많은 금융 분석가나 정책 결정자, 경제학자들이 최근의 역사적 경험에 바탕을 둔,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어서란 설명이다. 국가채무와 부도에 관한 논문과 정책 보고서들 역시 데이터 접근이 가능했던 1980년 이후의 자료에 기초해 결론을 내릴 때가 많다는 판단이다.

 

이 책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일어난 모든 금융위기가 담겨 있다. 지은이는 800년 동안 66개국에서 반복된 호황과 불황의 역사를 통해 금융 흐름의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다. 이 패턴을 통해 과도한 부채로 이뤄진 호황은 늘 금융위기로 막을 내린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지은이는 “금융의 역사는 상당히 긴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단지 몇 십 년을 대표하는 자료로는 대안적 정책을 마련하거나 투자의 위험을 파악할 수 없다”면서 “짧은 기간 동안에는 발생 가능성이 낮았던 위기가 보다 긴 역사의 범위에서는 희귀한 사건이 아닐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자들이 25년간의 자료를 가지고 ‘100년만의 대홍수’를 예측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한다”고 덧붙힌다.

 

지은이는 지금의 위기를 진단하기에 앞서 수세기의 데이터를 편집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국가 채무 데이터의 경우, 각국 정부가 부채 형태의 보안을 유지한다는 목적으로 접근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연구함에 있어 국가 채무 데이터는 매우 중요한 자료 중 하나다.

 

지은이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현재는 물론 과거의 국가 채무 데이터까지 방대한 자료를 조사, 분석해 이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더불어 금융위기 연구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 이를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세계 경제를 분석하고, 호황과 불황의 패턴을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