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적인 한마디의 말은 천마디 이상의 효과가 있다. 이러한 말은 적절한 비유를 이끌어냄으로써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고 깊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고 인용해보았을 법한 명언이지만 의미를 제대로 알고 적절하게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명언은 시대를 거치면서 왜곡되기도 하고, 잘못 알려진 채로 인용되기도 한다.


<단 한줄의 역사>는 명언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시대정신을 살펴보고 그 뒤에 감춰진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파헤친다.

 


<단 한 줄의 역사> 헬게 헤세 지음, 박병화 옮김, 열음사 펴냄.


이 책은 20세기 100년간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나열하고 있다. 동서양의 역사를 관통함으로써 시대적·역사적 배경을 씨줄과 날줄을 엮듯 짜임새 있게 설명하고 있으며, 단순 나열이 아니라 막후 비사(秘史)를 통한 전달로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20세기에 인류는 역사상 가장 커다란 변혁과 극적인 변화, 놀랄 만한 역사적 사건들을 경험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원자탄 개발, 냉전시대와 사회주의의 몰락 등. 이런 까닭에 이 100년간은 유명한 문장과 구호, 주장으로 넘쳐난다. 이 책은 그 중 80개를 선정해 21세기를 연대순으로 돌아보는 세계사 여행을 제안한다. 비단 역사에 얽힌 이야기뿐만 아니라 정치와 기술, 예술, 문화, 경제, 사회, 철학 등에 걸친 상관관계와 전개, 단절의 과정을 짚어본다.


“아시아는 아시아인에게!” 일본 역시 독일과 마찬가지로 20세기 세계 역사에 상당 부분 충격을 제공했다. 일본은 독일처럼 제국주의의 후발 국가가 되었다. 일본의 전쟁 선동 구호인 이 말은 아시아의 자주권을 상징하는 듯하지만 결국엔 유럽 열강의 팽창주의를 견제하면서 일본의 동아시아 팽창주의를 은폐한 말이다.


온갖 이데올로기가 난무한 20세기를 서술하면서도 지은이 헬게 헤세는 좌우 어느 한쪽의 시각을 대변하지 않고 냉정할 정도로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사파타 등의 혁명 소개는 미국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평가와 균형을 이룬다. 케인스의 경제이론을 소개하면서도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을 대등하게 열거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유럽적 관점을 벗어나 20세기를 보려는 진지한 시도와 시대 흐름의 핵심을 짚어내는 설득력도 보여준다.


“여자가 남자를 필요로 하는 건 물고기가 자전거를 필요로 하는 것과 같다.” 이 말을 처음 한 이리나 던은 ‘여자가 남자를 필요로 하는 욕구가 남자가 여자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강하다’는 낡은 사고방식을 지속적으로 웃어넘길 수 있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다는 영예를 얻었다. 이 문장에 숨어 있는 진정한 핵심은 여성의 자결권과 독립성에 대한 간절한 요구다. 1970년대 ‘내 배는 내 것이다’라는 도발적인 구호가 등장했다. ‘우리는 낙태를 해보았다’라는 고백과 함께 낙태를 처벌하지 말고 일정한 조건 하에서 허용하라는 요구였다. 보수층에서는 피임약과 성의 혁명, 낙태의 권리에 대한 주장과 사회적, 직업적 해방의 요구에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바로 이 같은 여성해방의 물결 속에서 물고기와 자전거를 이용한 해학적인 말이 나왔다.


이 책은 1900년 일명 ‘훈 족의 연설’이라 불리는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의 ‘용서는 없다!’에서 시작해 파블로 피카소의 “나는 찾지 않고 발견한다”를 거쳐 중국의 현대화를 이끈 지도자 덩샤오핑의 ‘1국가 2체제’, 즉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극도의 융통성을 발휘한 선언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 함께 가는 세상을 봅니다! - 

[책]으로 [만]나는 [세]상 ⓒ지데일리

트위터 @gdaily4u 자료도움 gdaily4u@gmail.com



단 한 줄의 역사-19ㅁ5

저자
헬게 헤세 지음
출판사
열음사 | 2010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20세기 세계사를 움직인 80문장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의 과제가 말...
가격비교